나는 주사가 두렵다. 다른 사람이 부려놓는 주사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편이 훨씬 낫다. 생물학적인 만취가 불러오는 여러 결과 중에 주사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고려하면, 주사는 싫든 좋든 술꾼을 이루는 필연적 구성 요소겠지만, 나는 가능하다면 내가 정해놓은 주사의 경계안에서만 마음껏 흐트러지고 싶다. 어쩌면 마음껏 흐트러지고 싶어서 경계를 정해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경계가 뚜렷이 있어야만 그 안에서 비로소 마음 놓고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도 있으니까. 중력의 영향권 안에서 허공을 날 때는 자유롭지만, 무중력 상태가 되면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한 채 단지 허공에 떠 있을 뿐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