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빈의 예술가들처럼, 그 역시 유럽이 무시무시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었다는 사실을 모른 체하고 있었다. 눈을 감은채 편안한 꿈에 빠진 여자의 얼굴은 목전에 다가온 종말을 애써 외면하려 하는 화가의 심경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늘 산책과 운동을 거르지 않았고 매년 질병 예방에 좋다는 온천을 방문했다. 갑자기 쓰러져버린 아버지와 동생 에른스트의 모습이 뇌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늘 두려워하던 방식대로, 죽음은 삽시간에 찾아와 단 한 번의 일격으로 그를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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