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무엇이든 벌레 존재의 흐릿해진 눈에는 회색의 불모지나 돌의 바다 또는 자갈밭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그는 며칠 전 시멘트 벽 아래에서 술을 마시는 세 노인을 보면서 그것이 현실이 아니라 무채색 배경 속의 정물화같다고 여겼던 것을 떠올렸다. 아직 병원에 입원하지도, 힘든 수술을 받지도 않았는데 그가 이미 벌레의 눈을 갖게 된 것인지도몰랐다. - P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