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베란다에 먹이를 내다 놓는다. 그러면 고양이는 답례로 아이들에게 아버지를 준다. 이런 거래는 어떨까. 일 년에 한 번씩, 수고양이는 암고양이에게 새끼를 배게 한다. 즉 아버지가 된다. 몇 번이고 지겨울 정도로 아버지가 된다. 하지만 새끼가 몇 마리 태어나든 이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그래도 새끼가 있는 이상 아버지다. 자기 새끼를 모르는 아버지, 인간에게는 태어난 아기가 제 자식임을 인정해야 비로소 아버지가 된다는 합의가 있지만, 이것은 무척이나 좁은 소견이다. 인정받는 아이와 인정받지 못하는 아이를 수컷이 맘대로 나눈다는 것인가. 필요할 때 아이가 적당한 수컷들 중 직접 아버지를 고르면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아이들이 아파트 베란다로 올라오는 수고양이를 자기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한들 수고양이에게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아버지가 매일 밤, 자기 아이 중 두 마리를 엿보러 베란다로 온다.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에 두 아이는 잊지 않고 베란다에 고양이 먹이를 놓아둔다. 수고양이가 오는 것은 한밤중이라 깊은 잠에 빠진 아이들은 그 모습을 볼 수도, 울음소리를 들을 수도 없다. 하지만 베란다에 다녀간 것을 다음날 아침 알게 되면 그것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꿈속에서 아이들은 고양이 아버지의 품에 안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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