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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어느 30대 캥거루족의 가족과 나 사이 길 찾기
구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5월
평점 :
연일 캥거루족을 다그치는 목소리가 있다. 뉴스며, 칼럼이며, 하다못해 기성세대의 조언 속에도. 성인이라면 응당 정신적인 측면에서 자립심을 갖춰야겠지만, 경제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때문에 훈계에 가까운 논조를 듣고 있노라면, '독립을 하라고요, 요새 원룸 월세가 얼마인 줄은 아시고요'하는 반항심이 슬그머니 머리를 내민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리를 해서라도 본가를 벗어나는 게 맞는지 갈등하게 된다. 다들 그게 맞다고 하니까. 새끼 오리 대열 가운데 한 마리처럼 모두가 가는 그 길을 따라가야 할 것만 같다. 언론이 그리는 캥거루족 이미지와 실제 캥거루족의 모습은 사뭇 다름을 알면서도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깊어진다.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걸까. 괜히 자문해 본다. 구희의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이러한 의식을 일상에 녹여 보여준다. 작가는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사회적 이슈, 속을 앓게 하는 그 면면들을 진솔하게 마주한다.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하기로 선택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얼마나 뜨겁고 의연하고 단단한 마음일까? 나는 나를 포기하기 싫은데. 나의 삶이 너무 거대한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걸 알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다른 존재에게 줄 자신이 없다. (본문 116쪽)
젊은 세대를 두고 '눈치 안 보는 세대'라 부르곤 한다. 하지만 그들은 눈치를 안 보는 게 아니라 조부모와 부모를 보며 같은 전철을 밟지 않고 싶어 한다. 특히 현대의 2030 여성들은 할머니와 엄마를 보며 여성이 사회로부터 어떻게 단절되는지 체감하며 자란 세대다. 지금은 과거와는 다르다고, 여자도 대학을 나와 커리어 우먼이 될 수 있는 사회라고는 하지만 결혼 후 출산을 한 여성들이 사회로 복귀하는 일은 여전히 녹록하지만은 않다. 때문에 결혼과 육아라는 제도로 진입하기 전에는 어떠한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위험부담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그렇다. 하지만 이제, 나 자신을 우선시하여 조금의 위험부담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세대가 등장한다. '엄마가 나를 낳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회사를 다녔을 텐데'라는 대사를 물려주기 싫은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이기적이라는 수식보다는 윗세대의 아픔을 일찍이 알아버렸다는 설명이 적확하다. 한편 결혼제도는 독립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입학 또는 졸업이 첫 번째 독립 시기라면, 결혼은 두 번째 독립 시기라 할 수 있다. 독립을 하기에 전자는 미룰 여지가 있는 반면 후자는 확실한 발단이 된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자 하면,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게 되는 이치다. 캥거루족은 대개 두 번째 시기를 자발적으로 포기한다. 이는 '결합'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지 독립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재의 안정과 변화 사이에서 현상 유지를 골랐다고 할 수 있다. 아직은 말이다.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여러 갈래의 물길이다. 뱃머리를 언제, 어떻게 돌릴지는 각자가 구상하는 바에 달렸다. 『독립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작가 본인이 명쾌한 해답을 내리지 않고, 독자로 하여금 무언가 선택하도록 종용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골몰했던 일을 꾸밈없이 들려준다.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속내를 털어놓는 친구처럼 말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일련의 대화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지만, 마음은 보다 가벼워지는 법이다.
내가 받은 것을 나누러 가자. 세상을 만나러 가자. 그러다 보면 나도 언젠가… (본문 205쪽)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