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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식민지 조선을 위로한 8가지 디저트
박현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평점 :
커피에는 묘한 정취가 있다. 지금은 직장인의 생존 포션 정도로 전락했지만, 휴식이라는 본연의 가치는 지워지지 않는 법이다. 예컨대 출근하지 않는 날, 그저 커피의 맛과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날. 이런 때에 마시는 커피는 각성 효과보다도 일상에서의 해방감과 여유로움을 동시에 안겨주곤 한다. 회사 가는 길에 종종걸음으로 테이크아웃하는 것 대신, 유유자적 카페 한구석에 자리 잡고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평일 내내 링거처럼 달고 다니던 커피가 주말에는 디저트로 변하지 않던가.
한편 커피는 현대인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했다. 커피가 조선으로 유입되면서 박태준, 이상과 같은 모더니스트 작가들이 다방 문화를 향유했다. 특히 박태준은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에 다방 낙랑파라를 소재로 사용할 만큼 애정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이상도 낙랑파라를 곧잘 방문했다. 이와 관련된 논문에서 한 저자는 낙랑파라가 당시 경성에 머물던 문인들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방을 찾아 10전 짜리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하루를 소일하는 그들이 서로에게 현실적 도움을 줄 가능성은 없다. 그럴지라도 고독한 꿈이 다른 꿈들에게 위안을 받아 천진한 꿈을 이어갈 수 있는 곳, 다시 말해 다방은 꿈들이 서로에게 위로를 주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본문, 56쪽)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뮤지컬 <라흐헤스트>를 복기했다. <라흐헤스트>는 시인 이상과 화가 변동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무대가 다름 아닌 낙랑파라다. 이상과 동림은 굴곡진 시대에 놓여있지만, 낙랑파라에서만큼은 문학과 커피를 좋아하는 청년으로서 서로를 마주했다. 그래서인지 내게 있어 <라흐헤스트>는 각설탕과 커피처럼 달고 쓴 여운으로 남아있다. 이어지는 맥락에서, 이번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를 통해 창작 속 낙랑파라와 실제 낙랑파라를 겹쳐보는 경험이 기꺼웠다. 고증을 덧대어 한층 더 생생해진 낙랑파라와 그 안에 살아갔던 사람들의 삶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참고문헌]
반디뉴스, https://www.band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534, 2025.04.05.
김민수, 「1930년대 경성 다방 낙랑 연구 - 문학과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