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우리 근현대사의 무대가 된 30개 도서관 이야기, 제30회 한국 출판 평론상 출판평론 부문 우수상 수상작
백창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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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종이책을 대신해 전자책으로 수업을 한다는 소식이 화두에 올랐다. 아직 도입 단계이긴 하지만, 학생들의 집중력과 학습력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랐다. 교육계의 이러한 변화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기시감을 느꼈다. 지금의 상황은 군부독재 시절의 우민화 정책과 일련의 흐름이 비슷했다. 사람들을 교육으로부터 한 발짝 멀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고, 자극에 노출되어 쉽게 피로하게끔 하는 중우정치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3S라는 이름이 있을 정도로 클리셰에 가깝다. 그러나 오늘날, 이 현상은 보다 현대화되어 디지털과 접목하기에 이른다. 친근하게 '전자' 책이라는 수식을 붙였을 뿐 정교해진 중우정치와 다름이 없다. 


 백창민 저자의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에서는 앞선 내용과 이어지는 맥락으로, 정치적 입김에 의해 퇴색되거나 지워진 교육의 장, 도서관의 입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가 도서관이라는 장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3부에 걸쳐 서술되어 있는데, 유달리 충격을 줬던 챕터는 단연 정독 도서관이었다. 첫 문단부터가 그랬다. 도서관과 독서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이니만큼 '정독'의 한자를 '精讀'이라고 생각해왔던 탓이다. 놀랍게도 오판이었다. '정독'의 '정'은 바를 정正을 쓰지만,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바르게 읽다'라는 뜻이 아닌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혁명가 김옥균과 서재필의 집터였던 이곳이 권력자의 이름을 인용한 명패를 내걸고 있다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름을 내건 시도가 무색할 정도로 도서관의 위상은 대단치 못했다(본문 100쪽)고 한다. 당시 정권은 사회 전반으로 근대화를 꾀하겠다 선언했지만, 근대화의 단물을 받은 것은 강남과 같은 기득권의 입장이었다. 정독도서관은 강남시, 강남 8학군을 성장시키기 위한 발판으로서 사용되었다. 도서관을 '변방'이라고 표현한 작가의 시선이 더없이 와닿는다.


 압축 혁명의 시대, 도서관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도서관 분야에는 '혁명'이 아닌 '압축'만 존재했던 건 아닐까? '성장은 압축할 수 있지만, 성숙은 압축할 수 없다'라는 말처럼, 압축 혁명의 변방과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도서관은 방치되고, 외면당했다. 정작 우리가 바르게 읽고正讀, 자세히 살펴야精讀 할 대목은 정독도서관 탄생에 얽힌 시대상일지 모른다. (본문 101쪽)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라지만, 과거의 악습이 현재에 이르러 끊어지기도 하는 법이다. 도서관이 국민의 의지가 아니라 정치가의 필요에 의해 존명이 좌지우지되는 사태는 끊어내야 할 악습인 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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