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 설교의 역사
폴 스코트 윌슨 지음, 김윤규 옮김 / 대한기독교서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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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통이자 행복, 아픔이자 기쁨


사역을 하는 목회자에게 설교는 치열한 싸움과도 같다. 아니 싸움이라기보다 해산의 고통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 산모가 자신의 전부를 희생해 아이를 출산하는 것처럼, 사역자는 진액을 쏟아 부어 한편의 설교를 탄생시킨다. 그렇게 탄생한 설교는 사역자에게 자식과도 같다. 해산을 겪은 산모가 자녀를 보며 고통이 아닌 행복을 느끼듯이, 사역자는 설교를 통해 존재의미를 발견하며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사역자에게 설교는 고통이자 행복이며, 아픔이자 기쁨이다.


사역자의 애환이 담겨 있는 설교. 그 애환을 역사적으로 훝어낸 독특한 책이 나왔다. 토론토대학 신학부인 임마누엘 대학의 설교학 교수 '폴 스코트 윌슨'의 저서 "그리스도교 설교의 역사"이다. 그가 설정한 역사의 범위는 대단하다. 초대교회의 바울부터 시작해 20세기 마틴루터 킹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검증된 설교의 대가 20인을 선정하여 2000년에 가까운 설교의 역사를 250페이지로 압축시켰다. 그래서 책의 원어 제목은 "A Concise History of Preaching"이다.

 

긴 역사를 압축시켰다고 해서 책을 우습게 평가하면 절대 안 된다. 선정된 각 인물에 대한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소개와 함께 시대적 상황에 대한 설명도 놓치지 않았다. 설교학 교수답게 인물의 설교 배경과 설교학적 의미도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고찰은 독자로 하여금 각 시대별 설교의 특징을 파악함은 물론이거니와 설교의 역사적 흐름에 대한 전체적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준다. 특별히, 각 인물이 실제로 했던 설교문의 직접 인용은 이 책의 가치를 높이는 근거이자, 사역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다.


풍부한 자료와 구성이 탄탄한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독자는 선지자의 마음을 닮아간다. 하나님의 말씀이 혼탁한 시대에 범접할 수 없는 영적 통찰력과 함께, 세상을 향해 애끓는 심정으로 그 분의 마음을 설교했던 선지자말이다. 그래서 황금의 입술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크리소스토무스는 이렇게 말한다. "설교자의 중요한 과제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것으로, 설교자는 인간적인 찬사나 칭찬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대신에 하나님께서 인정해 주기를 기대해야 한다."(55)

 

사람의 인정을 부인하고, 끊임없는 내면의 사투를 통해 한편의 설교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은 사역자에게 주어진 고통의 십자가이다. 또한 승리의 십자가이다. 왜냐면 "그 누구라도 지나온 세기들을 돌아보면, 좋은 때이든 나쁜 때이든 언제든지 설교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특권을 실제적으로 누렸으며, 이를 위해서 설교자들에게 성령의 능력"(249)이 부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역자에게 설교는 고통이자 행복이며, 아픔이자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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