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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행전을 선교적으로 읽으면 두 모델이 보인다
손창남 지음 / 죠이선교회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모두가 배드민턴을 즐길때까지, 모두가 풀뿌리가 될때까지
(손창남, 사도행전을 선교적으로 읽으면, 조이선교회)
청소년을 데리고 5박 6일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왔다. 타이틀은 일본단기선교. 목적은 그 땅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게 하는 것에 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이 다 그러하듯이, 단기선교에 임하는 친구들의 모습은 기대 이하였다. 우상이 만연한 일본 땅을 놓고 기도하는 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친구들, 아침 경건시간에 멍때리는 친구들, 저녁 나눔 시간에 교과서적인 대답만을 늘어놓는 친구들. 단기선교의 명목 하에 일어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을 보며 선교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 무엇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이 시간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실망과 회의로 가득한 후회로 2-3일간의 시간을 보냈다. 일본 현지 목사님의 인도로 일본에 뿌리내린 복음의 흔적과 순교의 현장을 방문하며, 그 땅을 보고 밟는 시간이 쌓일수록 작은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적된 변화의 모습은 마지막 기도 시간에 놀라운 성령의 역사를 터트렸다. 10명 남짓한 일본인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고 서로 기도하는 시간. 철부지처럼 행동하던 학생들이 의자에서 내려와 무릎을 꿇기 시작했고, 흐느끼기 시작했으며, 통성으로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성령의 강력한 임재는 순식간에 기도의 현장을 덮었고, 우리에게 잊지 못할 영적 추억을 안겨주었다.
영적으로 척박한 일본 땅에서 경험한 선교여행은 내게 선교에 대해 곱씹어보게 했다.
"진정한 선교적 교회란 더 많은 배드민턴 선수를 태릉선수촌에서 보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배드민턴과 친근해져서 그 결과로 자연스럽게 우수한 선수가 나오고 그 선수들이 국제무대에 가서 메달을 따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264)
조이 선교회를 섬기는 '손창남 선교사'가 "사도행전을 선교적으로 읽으면 두 모델이 보인다."라는 책에서 선교에 대해 한 말이다. 이 말에는 30여년 가까이 현장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한 그의 선교철학에 대한 엑기스와 수많은 사람을 선교사로 동원한 선교동원가로서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모든 국민이 배드민턴을 즐길 때 우수한 선수가 배출되는 것 같이, 교회가 특정 집단 혹은 인물을 선교사로 생각하지 않고 공동체가 한 마음으로 선교에 관심을 쏟고 기도할 때, 훌륭한 선교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두가 배드민턴을 즐기는 모습을 풀뿌리 선교사라고 표현한다. 드러나지 않고 소리 내지 않고, 음지에 뭍혀 묵묵히 주님의 오실길을 닦는 사람 혹은 공동체가 바로 풀뿌리 선교사인 것이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바울과 바나바와 같이 대중적 선교사에 대한 관심을 풀뿌리 선교사로 향하게 한다.
"흩어진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풀뿌리 선교가 이룬 성과는 대단한 것이었다. 그들에 의해서 처음으로 안디옥 교회가 생기게 되었는데 유대인뿐 아니라 헬라인들도 참여하는 놀라운 공동체였다."(119) 바울이 선교의 거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도자 없이 교회를 일구어낸 안디옥 교회의 풀뿌리 선교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복음을 현지의 상황과 환경에 맞게 전달할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는 이들. 이들의 수고와 헌신이 밑거름이 되어 풍성한 선교의 열매가 맺힌 것이다.
청소년들과 함께 찾았던 교회는 큐수 중앙에 위치한 아마쿠사에 있었다. 역사적으로 복음의 전달 루트였던 축복된 이 지역은 더불어 큰 핍박이 있었던 순교의 지역이기도 하다.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대가로 목숨을 버려야했기에 지금도 이 지역은 기독교 자체를 거부하고 금기시한다.
청소년 친구들이 눈물로 기도하던 그 밤, 그 교회의 여집사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 일본은 믿는 사람이 너무나 적습니다.나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는 전교생이 182명인데, 그중 기독교인은 나의 자녀 2명밖에 없습니다. 울며 기도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니 정말 부럽습니다."
몇 안 되는 믿음의 동역자들과 힘겹게 신앙을 지켜나가야 하는 일본 현지 교회의 집사님을 보며 가슴이 참 많이 아팠다. 그들의 외로움이 느껴져 안타까웠다. 믿음 좋은 많은 성도님들과 함께 사역을 하며 감사하지 못하는 내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예배에 동참했던 청소년들도 동일한 마음을 느끼고 경험했다. 크리스천이 됨으로 말미암아 수많은 불편을 감수함에도 불구하고, 소리 없이 자신의 신앙을 지켜가고 있는 이들. 일본교회의 현지 성도들은 일본 땅의 부흥과 회복을 소망하며 소리 없이 풀뿌리 선교사역을 감당해가고 있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하나님을 믿는 유일한 민족이 되도록 하신 것이 아니라 여러 나라를 위한 제사장 나라가 되게 하셨다."(38) 손창남 선교사는 구원받은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이렇게 정의한다. 밤을 수놓은 많은 십자가를 자랑으로 여기는 영적 자만심에 빠져있는 우리에게, 우리가 받은 영적 축복은 하나님의 선물이자 다른 나라를 향한 사명이라는 것이다.
사도행전을 통해 우리가 찾아야 할 선교적 모델은 무엇일까? 모두가 배드민턴을 즐기자. 모두가 풀뿌리가 되자. 그럴 때,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하는 통로가 되고, 우리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는 확장되며, 우리는 사도행전 29장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