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혜덕화 > 삼천배 일기 2
토요일, 매미보다 더 강한 태풍이 온다는 뉴스에도 불구하고 백련암으로 출발했다. 옆에 앉은 유정 엄마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단지 한달간 못보던 도반을 만난다는 것만으로 설레이고 기뻤다.
비가 와서인지 오히려 한적한 고속도로 휴게소도 좋았고, 안개 낀 산속으로 들어가는 기분
이 마치 신비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비가 많이 와서인지, 평소에 듣기 힘들었던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밤새도록 마치 거대한
소나기라도 퍼붓는양 했지만 오히려 삼천배가 끝나고 그 물소리로 인해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잠들때도, 처음 깨었을때도 힘차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로 인해 마음까지 목욕한 듯
개운해졌다.
절을 하는 내내 아무 생각없이 하다가도 문득, 동생이 떠올랐다.
동생이 방사선 치료 없이 종양을 이겨내도록, 자신의 힘으로 병을 이겨내기를 간절히 빌었
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힘든 것을 자꾸 하느냐고, 무얼 그리 빌게 많으냐고 물을 때 마다
나는 그냥 빙그레 웃는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거지 근성이 있으면 자꾸 빌것이고, 나는 거
지근성이 없으므로 그냥 현재가 감사하고, 함께 가는 도반이 감사해서 가는거다"라고 말한
다. 하지만 막상 동생이 아프니까, 평소의 오만함이 사라지고, 정말로 간절이 빌게 되었다.
낫고 안낫고는 동생의 마음에 달렸으니 제발 그 아이가 마음 다스리며 살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바가바드 기타에도 있지 않던가. 여인의 간절한 기도는 종교이지만 그 단계를 넘어
서면 진정한 신앙이 된다고. 나는 종교의 담을 쌓고 싶지는 않지만, 진정한 신앙인은 되고
싶다. 불교교인이 아닌, 우주의 법칙, 자연의 순리를 아는 신앙인이 되고 싶다.
태풍도 아줌마들의 기도는 막지 못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그 많은 비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서울서 차를 몰고 아이들까지 실고 온 아줌마들을 보면서
아줌마의 힘을 느낀 하루였다.
오늘 아침엔 이라크에 인질로 잡혀 참수형의 위협을 당하는 우리나라 사람의 뉴스가 나왔
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언제 인류는 저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인질로 잡힌 사람
도 인질을 잡고 협박하는 사람도 가엾고 불쌍해서 뉴스를 볼 수가 없었다.
인간의 무지를 용서하소서, 하는 기도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부처님, 하느님, 제발 인간이 자신의 무지를 돌아보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