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혜덕화 > 삼천배 일기 9월

8월 한달을 쉬었다 가는 거라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너무 힘들면 어쩌나 하고. 하지만 더운 여름 매일 일과를 빠뜨리지 않은 보람이 있었는지 생각보다는 덜 허덕거리며 삼천배를 무사히 마쳤다.

일어났다 사라지는 생각. 처음 절할때는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었는지, 그에 비하면 참 많이 잡념이 사라졌다.  해인사의 콸콸 흐르는 계곡물에 마음을 흔들어 씻은 듯, 마음이 고요하고 깨끗해진 느낌이다.

가끔씩 흔들릴때가 있다는 롱팰로우의 시처럼, 늘 여여하지 못한 나를 바로 잡아주고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도반이 있어 행복하다.

함께간 도반도 감사하지만, 백련암 뜰에 핀 노란 소국- 어찌나 예쁘고 맑은지, 눈부신 느낌마저도 주는 국화-도 도반이고, 절하다 목마르면 뛰어나가 마시는 암반수(?)도 내겐 멋진 도반이다.

한달에 한번 집 비우는 엄마를 이해해주는 아이들도 도반이고, 힘들면 가지말라고 걱정하면서도 아이들과 함께 주말을 보내주는 남편도 도반이다

정말 돌아보면 감사할게 얼마나 많은지, 그 많은 은혜가 모두 부족한 나를 공부시키려는 부처님의 뜻일거라 생각하면 분발하지 않을 수 없다.

절을 하면 할수록 성철 스님 말씀이 새롭다. 불기자심이라.

자신을 속이지 말고 바로 보라는 말씀, 내가 얼마나 나를 모르고 휘둘리며 살고 있는지, 아직도 알아가야 할 내가 얼마나 많은지, 절을 하면 할수록 더 내가 나에 대해 모르고 살았음을 느낀다.

영혼의 마법사 다스칼로스도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자신을 알지 못하고는 신을 알수가 없다고.

남을 가리키던 내 손가락이 부끄러운, 나를 향해 있는 4개의 손가락을 보고 온 날.

자신을 바로 볼 일이다. 더 열심히 정진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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