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혜덕화 > 2005년 첫 삼천배

2월 19일 토요일, 새해 들어서 첫 삼천배 가는 날이다.

주말부터 다시 추워진다더니, 정말 백련암 마당에 내리는 순간 산속의 공기는 너무나 차가웠다.

부산은 춥다, 춥다 해도 바람만 불지 않으면 그렇게 춥지 않은데, 백련암은 바람도 없는데 공기가 어찌나 차갑고 청명한지 머리속이 쨍하게 개이는 기분이었다.

이번 삼천배엔 참 의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직장 생활 잘하던 남자가 아무 이유없이 척추가 굳어지는 병에 걸려 장애 5급을 받았다. 옆에서 보기에도 그는 걷는 것도 불편해 보이고 말이나 행동이 어눌했다. 그 남자와 부인과, 처형까지 함께 몇번 왔었는데, 올때마다 남자는 절은 못하고 부인만 절을 했었다. 집에서 절을 하려고 해도 9배까지도 못하던 사람이 이번엔 삼천배를 다 해낸것이다. 부인과 본인의 감격은 말 할 것도 없고 옆에서 보는 우리도 너무 기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절을 마치고 설법전 법당에 얼마나 불을 따뜻하게 넣어주는지, 뜨끈뜨끈한 바닥에서 자고 나니  겨우 세시간 눈을 붙였는데도 몸이 가쁜하고 전혀 피곤하지가 않았다.

아침에 법명을 주시며 법문 해주신 일봉 스님의 말씀도 정말 너무 마음에 와닿고 늘 같은 말씀을 하시는데도 들을때 마다 새로웠다.

"자기는 전혀 바뀌지 않고 남들만 바꾸려고 하면 그건 공부가 안된 거라예.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사람, 용서가 안되는 사람이 이해되고 용서될때 그때서야 이제 공부가 좀 된거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마치 칼을 잘들게 계속 갈아온 것처럼 마음의 에너지가 집중되어 있기때문에 기도하는 사람이 마음잘 못쓰면 주변에 더 크게 해를 끼칩니다. 그래서 말한마디, 생각 하나도 남을 해롭게 하거나 피해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씀, 아상을 키워서 내가 절하고 기도하는 사람이데 하고 남을 낮추어보거나 좋지 않은 생각을 내는 순간, 그건 날카로운 칼로 상대를 베는 것과 같습니다. "

삼천배하고 법명 받으면 그건 끝이 아니고 이제 이 법명으로 다시 태어났으니 매일 108배하고 자신을 돌아보며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처음 이름 받으신 분들께 법문 하셨다.

요즘은 닦는 마음 밝은 마음, 붓다에 대한 책을 다시 읽는다.

오늘 아침에는 이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공부를 1년, 10년 먼저 했다고 하더라도 그 빛은 30촉, 500촉 전구와 같다. 태양이 솟은 아침이면 30촉이나 500촉이나 모두 빛을 잃어버린다. "

절하고 기도하는 것이 빛 자랑하는 아상이 되기 않기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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