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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 - 시베리아 숲의 호랑이, 꼬리와 나눈 생명과 우정의 이야기
박수용 지음 / 김영사 / 2021년 12월
평점 :
호랑이 해를 맞이해 호랑이와 관련된 책을 읽고싶어 선택했습니다.
<꼬리>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호랑이와 꼬리에 관련된 책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펼쳐 읽다보니 꼬리라는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꼬리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기 전 작가님에 대해서 슬쩍 얘기해보자면 박수용 작가는 연해주와 만주에서 시베리아 호랑이를 관찰해 오던 다큐멘터리스트로호랑이를 쫓아다니면서 촬영하는 것이 아닌 오랜 세월동안 호랑이가 다니는 길목을 조사하고 그 중 출몰이 잦은 곳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땅속이나 나무 위에서 호랑이를 관찰하고 촬영해왔습니다.
이런 기법은 박수용 작가가 처음 활용하기 시작해 현재는 보편화되어 해외 다큐멘터리 제작팀들도 박수용 박사의 방식으로 호랑이를 촬영한다고 합니다.
이후 호랑이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것을 그만두고 2011년에는 시베리아호랑이보호협회(SIBERIAN TIGER PROTECTION SOCIETY; STPS)를 설립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연해주 라조 자연보호구의 갈리나 살키나 박사, 산지기 대장 블라디미르 칼레스니코프 등 여러 산지기들과 함께 단체를 운영, 지원하며 야생호랑이 보호 활동을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즐겨보지는 않았지만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가 나올 때 어떻게 저런 장면들을 다 담았는지 신기하고 궁금할 때가 있었는데 많은 연구와 노력 그리고 기다림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가의 말을 읽는 것만으로도 책을 얼른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생호랑이는 발자국이나 보폭 같은 흔적으로 암수나 나이, 크기를 판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중 앞발자국이 가장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앞발 볼의 너비가 중요한 기준입니다. 시베리아 수호랑이의 앞발 볼의 넓이는 보통 10.5cm에서 13cm정도인데 꼬리의 앞발 볼의 넓이는 13.1cm로 그 지역에서는 힘이 센 왕대였습니다.
꼬리의 발자국은 앞 발자국 뒤쪽으로 흔적이 남겨져 있는 발자국으로 앞발을 딛기 전 발가락이 지면에 닿아 생긴 자국으로 늙은 왕대였습니다.
처음 꼬리를 만난 시기부터 꼬리가 배가 고파 가축을 습격하고 주민들이 꼬리를 죽이려하고 또 작가의 도움으로 자연에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이 책을 통해 꼬리의 삶을 통해 많은 동물들의 자연 섭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고 또 인간과 자연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인간의 기술이 점점 발달하게 되며 원래 호랑이들과 다른 동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시베리아에서 그들은 인간의 총구를 피해 멀리 돌아가게 되고 또 사냥꾼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 안에서 작가는 꼬리가 자연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축을 사냥한 꼬리가 민가로 내려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쓰고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까지 그리고 꼬리가 호랑이의 방식대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책을 읽는 동안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글로 읽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작가의 경험이 생생하게 느껴지고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호랑이에 대한 영상들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그동안 다큐멘터리를 잘 보지 않았던 이유는 자연의 섭리를 눈 앞에서 보는게 조금 힘들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맹수는 초식동물을 공격하고, 파충류는 조류에게 잡아먹히는 당연한 먹이사슬을 눈으로 정확하게 전달받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또 인간이 파괴한 자연 안에서 말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그에 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
하지만 <꼬리>를 보면서는 생각이 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로 그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고 그 안에서의 자연의 섭리는 당연한 것이라는 것을 어쩌면 이 책을 읽고 깨닫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또 꼬리를 보며 할아버지, 할머니에 대한 생각도 많이 났습니다.
삶과 죽음이 언제나 공존하는 곳에서 절대 익숙해지지 않을 죽음을 그리고 그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저에게 꼬리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위로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호랑이 해를 맞이해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어 가볍게 선택했지만 책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감동을 받았습니다.
동물을 사랑하시는 분, 호랑이 해라서 책을 읽으려고 마음 먹으신 분들, 남녀노소 모든 분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도 이 책을 읽고 저와같은 감동과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