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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염장이 - 대한민국 장례명장이 어루만진 삶의 끝과 시작
유재철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해선 고등학생 때 직업관련 강의를 듣다가 알게 되었다. 내가 학교를 다니는 그 전부터 해서 대학교의 장례지도사와 관련된 전공 학과의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장례식에도 많이 가보지 못한 나에게는 굉장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고 이러한 직업이 있구나라는 배움으로 끝났던 것 같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장례식에 가게 되었다.
그 이전에도 두 번정도 장례식에 가본 적은 있었지만 연세가 많으셨던 친척 할머님의 장례식이었고 또 너무 어려 그 당시의 분위기 정도밖에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연세가 많으셨던 만큼 고인을 떠나보내는 슬픔은 있었지만 편안히 돌아가셨기에 호상이라 하여 그리 무겁지 않은 분위기였던 것으로 기억 된다.
하지만 친구의 아버지의 장례식장은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또한 당연하게 곁에 계실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였기에 그런 아버지를 잃은 친구와 인생의 동반자를 떠나 보낸 어머니 그리고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내신 친구의 할머님, 할아버님의 마음이 짐작조차 가지 않을 정도로 슬펐다. 그래서 친구의 슬픔을 알고 있었지만 위로의 말을 건네기가 힘들었고 또 울다 지쳐 힘들어 하는 친구의 옆에서 내가 눈물을 흘리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장례식을 갔었고 또 화장장에도 가며 점점 나이가 들수록 장례지도사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아마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마지막을 준비해줌과 동시에 많은 유족들을 위로하는 직업인 것 같다.
그러던 중 장례지도사의 이야기를 담은 <대통령의 염장이>를 알게되었고 주저하지 않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책보다 한 장 한 장을 넘기는게 힘든 책이었다. 조부모님 네 분이 모두 살아 계시지만 내가 점점 성장할수록 그 분들의 세월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고 요즈음 특히 많이 느끼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 그렇듯 장례식은 떼어낼 수 없는 것이기에 마음 한 편으로는 어느정도 준비를 해야한다라는 생각도 있었다. 미룰 수 있다면 최대한으로 미루고 싶은 시간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며 이 책을 선택했다. 그리고 책에 담긴 많은 삶과 죽음의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았다.
책 안에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지만 노무현 대통령님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어린 나이었지만 대통령님이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들었고 대통령님의 운구 행렬에서 노란 비행기를 날리던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잊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일들이 이뤄진 과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지만 책을 읽으며 대통령님의 죽음에 대해 그리고 그 시간들 속에서 고인을 위한 조문객들을 생각해주셨던 장례지도사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책은 대통령, 스님, 사업가 등 유명인들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만나는 평범한 우리들의 죽음과 장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이 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돈이나 권력, 명예 등으로 사람을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죽음은 모두에게 다 똑같다. 그것을 이 책을 보면서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모두의 죽음 앞에서 마지막 배웅을 위해 신경써주시는 장례지도사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앞으로의 장례식들에 대해 그리고 나의 장례식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정말 마음을 담아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드리고 싶다. 다만 혹시나 나처럼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눈물이 나올 분들을 대비해 편안한 곳에서 읽으시라 말씀드리고 싶다.
*이 서평은 김영사 대학생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