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뇌를 읽으면 아이의 미래가 열린다
멜 레빈 지음, 이창신 옮김 / 소소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2003년 읽은 책 중 최고.   

뇌와 학습에 대해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지식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었다고나 할까.  

이 책에 의하면 학습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8개의 신경발달계, 즉 언어계, 기억계, 순서정렬계, 운동계, 고등사고계, 사회적사고계, 그리고 주의력조절계가 공동작업을 해야 한다. 학습이론의 권위자인 저자는 이 8가지 신경발달계를 다시 수많은 세부 기능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이들이 서로 어떻게 맞물려 작용하는지 흥미로운 임상 경험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솔직히 전문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가볍게 읽고 던져버릴 내용이 아니었고, 가끔 지나간 부분을 되돌아 보고 메모를 해가면서 읽어야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해하다거나 지루하지 않고, 아주 재미있고 알찬 강의를 듣는 기분이라고 할까. 대졸 정도의 학력을 가진 비전문가가 읽을만한 수준으로 제법 심도있는 내용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글도 재미있고, 번역도 좋아서 최근 읽은 책 중 단연코 최고였다.     

내가 이 책을 주문할 때에는 내 아이의 공부에 도움이 될까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밑줄을 긋고 도표를 그려가며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오히려 나의 '뇌’,나의 'mind'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내가 어려워했던 많은 일들.그 시절에는 그저 지긋지긋해 했고,훗날 되돌아보면서는 게으르고 무기력했다고 자책하던 일들. 그 일들을 잘 하기에는 내 능력에 몇몇 문제점이 있었고,그래서 그 일들을 하기 싫어 자꾸 미루고 게을러지고 일을 망치곤 했던 것일까? 스스로 나태하다고 죄책감을 갖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거나 다른 길을 택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이제는 너무 늦었겠지. 아니,이미 내 나름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기 때문에 이 책의 도움이 별로 필요없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어린 내 아이들은 다르다. 물론 내 아이들이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정상적인 많은 아이들처럼,또 많은 어른들처럼,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몇몇 문제점이 있을 것이고,그런 부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나같은 문외한이 이 책 한권으로 내 아이를 완전히 파악하고,아이에게 맞는 대처법에 숙달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하지만 내 아이들도 분야가 다를 뿐 나처럼 힘들어 하는 일들이 있으며,각자 나름대로 자존심과 칭찬을 갈구하며 애쓰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 것만으로도 이 책에 깊이 감사한다.   

그리고 전생을 알면 미래가 열린다는 류의 책을 연상케하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책을 구입해 읽게 한 알라딘 책소개 시스템에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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