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 1
권교정 지음 / 길찾기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에는 두 명의 실제 인물이 등장한다.


1) 아리스타르코스 : 그리스 시대에 달과 지구, 태양의 크기와 거리비를 계측하고 지동설을 주장한 과학자.
2)
디오티마 : 그리스 시대 플라톤의 저서에서 진정한 에로스의 본질에 대해 말한 지혜로운 여인(디오티마는 실재했던 것인지, 전설의 인물인지 분명치 않긴 하다)


그러나 조금도 염려하지 마시라. 천문학이나 철학, 골치아프거나 따분한 부분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때로는 따스하고 때로는 썰렁한(^^;;) 유머가 넘치는 만화이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에서 이 두 사람은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연인들이었을 뿐이다- 머나먼 옛날, 2000년도 더 전의 그리스에서...

아리스타르코스는 디오티마에게 월식을 관찰해 달의 크기를 구하는 방법을 설명하다가 지구에서는 달의 한쪽 면밖에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한 인간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언젠가 인류의 후손은 달의 뒷면까지 보게 될 거라며 웃는 아리스타르코스와, 나 스스로 그 모든 것을 직접 보고 만지고 알고 싶어 안타까운 디오티마.

 

그리고 그 후 디오티마는 전생의 모든 기억을 간직한 채 환생을 되풀이 하게 되고, 우주시대에 이르러 마침내 달의 뒷면을 직접 탐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실제적인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의 이야기는 그 이후에 시작한다.

 

달 탐사 후 귀환 중에 우주선은 사고를 당하고, 선장이던 디오티마는 천재 과학자 청년 스카 지니어스와 루이스 지니어스 쌍둥이를 탈출시키려 한다. 선장 디오티마를 사랑하던 스카는 선장과 함께 남으려하나, 디오티마는 20년 후에 반드시 찾아가겠다고 약속하며 그들을 탈출시키고 그 자신은 죽음을 맞는다. 그렇게 살아남은 스카는 우주산업에 뛰어들어 최신형 우주 함선을 인수해 디오티마라 이름 짓고 선장을 기다린다. 그리고 20년 후, '나머 준'이라는 미모의 여성으로 환생하여 스카를 찾아간 디오티마가 그 함선의 함장이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대체 1권과 함께 출간된다던 2권과 3권은 왜 안 나오는 건지 ㅠㅠ



달랑 1권 한권을 들고 한 장씩 뜯어먹으며 한없이 상상의 나래를 펄럭거리다 도달한 나의 결론 :

 

1) 부함장 지온은 아리스타르코스의 환생 : 관측하고 계산하고 증명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리스타르코스와, 논문쓰기와 사고실험이 취미이자 특기인 지온.

아리스타르코스는 "디오티마, 어디 있는 거야?" 부르며 등장하고, 지온 역시 언제나 “함장님, 어디 계세요?”를 외치는 함장 매니아.

언제나 제멋대로인 디오티마를 찾아 헤매는 순수하고, 해맑고, 우수한 과학자, 그러나 의외로 단순한 청년이 그리 흔하랴.

 

2) 스카 지니어스는 18-9세기 독일의 시인 횔덜린의 환생 : 횔덜린은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그의 대표작인 휘페리온은 등장한다. 스카 지니어스가 제작한 모든 우주선의 이름이 휘페리온이다.

횔덜린은 가정교사로 일하던 집의 부인 주제테를 사랑한 나머지 그녀를 디오티마라 부르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그 대표격인 작품이 휘페리온 아닌가.

게다가 스카 지니어스의 별명은 스키조-이것은 스키조프레니아(schizophrenia 정신분열증)의 준말 아닐까. 괴짜 천재인 데다가, 우주선 사고로 사랑하던 선장 디오티마를 잃은 후 우주공포증이 생긴 스카 지니어스. 그는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유명한 횔덜린의 환생이 아닐까.

그렇다면 지니어스의 라이벌인 아서 맥스웰은 혹시 횔덜린의 연인이었던 주제테의 남편 곤타르트? 그들이 300년 전 독일에서 한데 얽혔던 건 아닐까?

 

3) 점점 더 내멋대로 망상 디오티마 -_- : 플라톤의 저서 향연에서 디오티마가 말하는 에로스의 본질은 젊고 아름다운 육체에 매혹되는 데서 시작하여 인체의 아름다움과 물질 구조의 아름다움, 그리고 모든 아름다움을 깨달아 정신과 영혼의 차원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이것이 나머 준 함장이 말하는 세상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에서 아리스타르코스가 아버지가 못하면 아들이, 아들이 못하면 또 그 아들이... 그렇게 대를 이으며 발전하는 거라고 말하던 것과 플라톤이 [향연]에서(맞나?) 성인이 소년을 사랑하고 이끌어주고, 그 소년이 성인이 되어 다른 소년을 사랑하며 이끌어 주고... 라고 하던 것은 무슨 관계가 있지 않을까? 플라톤 사망과 아리스타르코스 탄생 사이에는 40년 가량 가량 차이가 있는데 이 둘 사람도 전생과 환생으로 엮이는 건 아닐까?

 

... 빨리 2, 3, 4, 5, 6 권이 나오지 않으면 내 망상이 어디로 향할지 걱정된다 -_-;;

(이미 잡지에 연재되었던 2, 3권 분량에서 내 망상은 보기좋게 어긋났을지도 ^^;;;;;;).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오티마의 에로스 론은 뒤집어 말하면 영혼의 차원에 도달한 에로스도 육체의 차원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으면 진정한 에로스라 할 수 없다는 것인데, 디오티마의 영혼이 생생한 육체를 가지고 경험하며 진화해나가는 이 스토리가 나는 정말로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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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아 2008-02-19 18:14   좋아요 0 | URL
멋진데요. ^^ 적어도 1번 상상은 왠지 정말일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권교정님이 이걸 보고, 아니 이런 스포일러가!! 하면서 땅을 치고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