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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의 페르소나
박성준 지음 / 모던앤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시의두얼굴
가끔 시집을 열어
시 한편을 펼쳐놓고
창가에 앉아 가만히 앉아
한 줄의 글에 들어가 본다.
시가 만들어내는
넓게 그려지는 세계 속으로
가만히 들어가
나를 내려놓고 그저 하염없이 .. 그렇게..
시 안에 나를 풀어놓는다.
시는 알 수 없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때로 너무나 강렬하고
때로 한없이 평온하고
때로 더없이 서글프고
때로 넘치게 아름답다.
시를 대하는 우리 마음은
읽는 순간의 상태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오간다.
시는 결코 평범하지가 않다.
시는 단어 하나에, 글 한 줄에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것들을
생각하는 것 이상의 것들을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것들을
내포하고 있기에..
우리는 시인의 마음을 만나려고 애쓰고 또 애쓴다.
시는 아름답고
동시에 날카롭다.
지나치게 날선 시인의 마음과
때로 심히 뭉그러진 시인의 마음을
글자 한 획, 한 획에 그려 넣는다.
그래서 너무나 부드럽고 또 뾰족하다.
첨예하고 예리한 시인의 태도가
이 책에 한가득이다.
책에서 작가는
그의 태도와 시선이 세상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시와 시인, 그리고 시문학의 세상으로 향한다.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의 세계와 시절이란..
이렇게나 생경하고 굉장하다.
📌
내 슬픔을 담보 삼아 시를 쓰면서, 좀 더 슬픈 쪽 으로 기울어진 삶에 대해 자랑해가면서, 나는 늘 지금보다 조금은 더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다가 평론까지 쓰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4부. 싸가지에 대한 단상
시 문학에는 분명 있을 것만 같다.
할 말 다 하는 싸가지(?) 작자가..
시에는 분명
'면전에 침뱉기'는 물론이거니와
'은근히 돌려까기'도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하기에..
<혐오, 모르고 지나가고싶은 : 윤동주, 한하운의 시>
폐결핵과 한센병.. 혐오를 인지하지 못하던 시절의 혐오의 문학.
연민과 혐오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선을 넘는 표현들..
그러나 일상에도 문학에도 당연하거나 그럴만한 혐오는 없다.
📌
결핵은 감수성 예민한, 그러니까 창조력이 풍부한 특이한 인물의 소유물이라는 점이 널리 유포되었으며 이는 근대문학에서의 낭만 주체들과 교착되어, 문학 작품 속에서는 '앓고 싶은 병'으로 격상되었다.
<박인환의 종로 시절 - 마리서사와 거리>
해방이후 젊은 문화인들의 문화부흥을 도왔던
마리서사와 박인환의 이야기는 꽤나 흥미롭다.
어느 시절, 어느 나라에나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사랑방이 있기 마련이다.
예술가들만의 정신을 모락모락 피워올리는 곳..
'댄디보이'가 되길 원했던 박인환의 마리서사.
그 곳은 젊은 문학인들의 사랑방이자
질투의 대상이기도 했던
문화의 중심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박인환 시인을 잘 몰랐지만..
이렇게 또 1940년대의 젊은 시인을 상상한다..
시인이고 기획자가 되고시 었던 부유한 멋쟁이 젊은이.
<'싸가지'에 대한 단상 - 김승일의 세대론에 답하여>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참 '싸가지 없게 할 말 다한 ' 김승일.
그는 당대 문단의 결여와 과잉을 명확하게 진단하고,
거침없이 자기 시각을 드러내며
참 '싸가지' 없게 필요한 말을 다했다.
엿보는 이에게 일종의 통쾌함마저 주는 그의 통렬함!
📌
문학이 문학에 대한 환상이라면, 문학의 종언을 막기 위해 우리 예술가/출판업자들은 끊임 없이 문학을 공격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문학에 대한 우리의 기대(환상)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할 것이다. 이 시대의 인류는 우주선을 타고 달에도 다녀왔지만, 문학을 대할 때는 아직도 그리고 영원히 애니미즘을 떨쳐낼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세대론은 더 이상 문학을 창작하는 자들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문학소 비 방식에 대한 담론이 되어야 한다."
낭만을 넘어서 비판과 채근으로 시를 읽고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