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 - 홀가분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조슈아 필즈 밀번 & 라이언 니커디머스 지음, 신소영 옮김 / 이상미디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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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은 2년 반 전 무렵에 이사를 온 곳인데요. 7년간 살았던 이전 집에서 이 곳으로 옮기게 되면서 수많은 가전제품과 책, 의류, 가재도구들을 처분하는 와중에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납니다. 평소에는 버리자면 아까웠을 그런 물건들이 '이사'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맞부딪히게 되니 그 의미를 잃게 되더군요. 사람은 누구나 특정 대상이나 물건에 추억을 싣기 마련이고, 그 추억에 대한 집착을 쉽게 놓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 다룰 책 <미니멀리스트>에서는 현대인들의 이러한 물질에 대한 강박과 그 원흉인 소비자본주의에 매몰되지 않을 방어책을 '미니멀리즘'을 몸소 실천한 저자 본인들의 경험에 비추어 친절하고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질에 대한 애착이 사람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이유는 무의식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물건을 숭배한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도 못한 채 그렇게 한다. 그리고 아무 의미도 없는 물건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한다. - p,82

​핸드폰을 예로 들어 보죠. 그것은 애초에 통화와 문자 즉,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물건'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는 소통을 해야 할 주변인들보다 그 수단인 스마트폰이란 기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기기들이 출몰하면 신기함과 호기심보다는 불편함을 먼저 느끼는 타입인데요. 그래서인지 아직 피처폰과 두꺼운 종이사전 사용을 고집하며 아날로그의 불편함을 익숙함의 편안함으로 상쇄시키며 만족하고 지내는 중입니다. TV, 디지털카메라, 김치냉장고, 정수기, 에어컨, 커피메이커, 믹서기, 압력밥솥등등... 이미 몇 년전 사라졌거나 저희집엔 처음부터 없었던 품목들의 일부 목록들입니다. 지금은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어떤 물건 없이​ 지내다 보면 그것의 가치를 되돌아 보고 우리에게 그것이 정말 필요한지 아닌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이 없는 인생이 더 낫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 p.40

기념일을 비롯한 특별한 날, 사람들은 으레 선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감동 받길 원합니다. ​때론 선물하고, 받은 물건의 가격이 자랑거리가 되기도 하죠. 저자는, 그런 물질이 아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과 경험을 소중한 이에게 선물해 보라고 말합니다. 물질이 선물이 되는 순간, 그것은 훗날 지나친 의미부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까요. 옷장, 서랍, 책장 속에 몇 해동안 손이 가지 않은 물건이 잔뜩 쌓여 있진 않나요. 시중에 나와 있는 정리비법에 관한 서적들은 그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지금 쓰지 않는 것들은 앞으로도 쓸모가 없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죠. 나눔과 기부는 그것들을 정리하고 손보는 데 소요될 헛된 시간을 '타인에 대한 기여'로 바꿀 좋은 기회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처럼 행복한 시간, 가족 모임 같은 것들을 물건 구입과 연관 지어 생각하도록 길들여졌다는 사실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는 트리 아래 놓는 선물 박스가 아니라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가치 때문에 의미 있다.​ - p.204 ~ 205

나 자신이 내가 가진 물건에 의해 정의된다면 내면에는 공허가 자리 잡는다.​ 행복은 우리가 소유한 물건이 아니라 내면에서 나온다. - p.104

또한, 단순히 소유중인 물건을 처분하는 것만으로 '미니멀리즘'​을 실천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물건들을 없앰으로써 그것들이 차지해왔던 시간과 공간을 더 의미있고 소중한 사람과 가치있는 일에 투자하는 것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구요. 20대의 젊은 나이에 억대 연봉을 받던 직업과 좋은 차, 집을 가졌던 그들은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면서, 그 동안 소홀히 해왔던 자신의 건강과 주위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물질에 집착했던 자신들이 조금은 바보같았음을 고백합니다.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우리는, 당장은 편리하고 세련된 첨단기기들을 내려놓는 게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허나, 단 몇 분의 시간을 내어 고요 속에 몸을 맡겨본다면 혼자만의 사색이 주는 기쁨을 곧 알게 될 것입니다.

곧 이사를 또 한번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짐을 싸고 수 년 동안 쌓인 잡동사니들을 처분하느라 ​한 동안 정신이 없겠지만 물건을 버리거나 나누면서, 이렇게 될 걸 그 동안 왜 그렇게 죽자사자 끌어안고 있었나 쓴 웃음을 짓게 될 지도 모르지요. 특히 책은 항상 그런 운명을 겪었던 것 같아요. 지금 여러분 곁엔 얼마나 필요한 것들이 놓여 있나요. 만약 그 물건이 가족간에 대화를 단절시키거나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게 만드는 주범이라 생각된다면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당분간 없이 지내는 생활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떠실런지요. 단 몇 시간만이라도 좋아요. 당분간 tv없이 지내자고 결심한 날로부터 3년 반이 흘렀네요. 의외로, 꼭 있어야 할 것 같은 물건들을 대체할 수 있는 건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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