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봤어? - 내일을 바꾸기 위해 오늘 꼭 알아야 할 우리 시대의 지식
노회찬.유시민.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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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관련 팟캐스트를 듣다가 늘 상위에 랭크돼 있는 <노유진의 정치카페>를 볼 때면 국민들이 정치와 세상 돌아가는 것에 그리 귀를 닫고 살지는 않는 것도 같고 노/유/진 세 사람의 입담이 대단한가 보다 싶기도 했다. 그런 참에 방송 중 인상깊은 주제들을 책으로 담아낸 <생각해봤어?>는 정치를 막연히 어렵게만 생각해왔던 나에게 꼭 필요한 엑기스만을 추려낸 알맹이와도 같은 것이었다. 


초반에 등장하는 내용은 교황의 방한, 남북 관계 개선, 진보와 보수정당의 이념대립같은 논의들로, 딱 봐도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에게 그닥 와닿지 않는 문제같아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제 아무리 높은 교황도,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 중국등의 열강도 우리의 안보와 평화를 보장해 줄 수 없고 열쇠는 우리 손에 쥐어져 있다는 것을 노.유.진은 강하게 환기시킨다.


최근 군대 내 폭력 사건과 땅콩회항같은 갑질논란이 이슈로 떠올라 국민들의 불편한 심기를 건드린데 이어 대기업에게 유리한 '특별맞춤법'과, 무조건적 경영세습관행이 불러온 권력의 횡포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은 세 사람의 재치과 울분이 섞여 더욱 공감대를 가지고 읽을 수 있었고, 그것은 곧 21세기의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 원인 중 하나인 상속자본주의와도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인 GMO수입과 지난 원전사고에 대해 토론하는 부분에서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안전에 둔감하게 된 우리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었는데 내가 원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산다는 것을 상기시켰고 그 후 무얼 먹더라도 성분표기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유명대학의)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가지고 있는 권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 권력의 네트워크 안에 들어가고 싶어서 사람들이 그 대학에 들어가는 거거든요. - p.262



오로지 대학입시를 목표로 달려가는 한국의 교육현실은 언제쯤 변화의 새바람이 불어 아이들을 주체적 삶의 주인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지난 세월호 참사로 많은 걸 느낀 국민들이 진보교육감을 선택한 것은 여러모로 우연이 아닌 듯 하다. 한편, 사이버 망명 사태로 들끓었던 카톡과 메일검열은 '단속'과 '입막음'으로 대표되던 유신정권의 체제처럼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개념이 과거로 후퇴하고 있는 듯한 현실에 절로 심각해지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명예훼손은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민들의 평판을 보호하는 순기능보다는, 권력자가 검찰을 동원해서 자기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탄압하는 법적근거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p.290



안 줄걸 줄것처럼 얘기하고 줬다 뺏는 등 허술한 노령연금의 실체를 파헤치고 올바른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보며 지금의 젊은 세대가 믿고 맡길 수 있는 정부와 정당은 어딘지 심도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비로소 나의 한표를 소중히 행사해야 할 진짜 이유와 올바른 정치적 입장을 고수해야 이유 역시 확실해지는 것 같았다.



가장 가난한 사람의 복지는 그대로예요. 복지예산이 절박함의 순위대로 가지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결국 목소리가 큰 순서인데,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제대로 조직되지 못하고 있는 거죠. - p.313



독자들 중에서도 관심분야가 다르듯이 정치에 대한 시각도 남녀노소, 계급, 소득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30대 여성인 나는 여태까지 정치판과 세태흐름에 대해 부정적이고 무관심한 편이어서 이 책 <생각해봤어?>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평소에 흘려들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노.유.진의 거침없고 속시원한 말빨은 그들의 두루 박식한 지식과 함께 우리 사회의 지탄받아 마땅한 이들에겐 촌철살인과 같은 지적과 서슴없는 비판을 날리며 통쾌함을 선사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요하는 건에 대해선 초대게스트와 함께 해당 문제에 대해 다소 깊이있게 다루어 전문지식을 넓힐수도 있었다.

비교적 대중적 관심사가 높은 주제들로 뽑아 평소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고 있던 민감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대화형식으로 풀어낸 <생각해봤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봐야 할 필독서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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