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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소년 탐정단 ㅣ 오사카 소년 탐정단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5년 2월
평점 :
간만에 다소 가볍고 훈훈한 소설을 읽게 되어 이렇게 서평을 쓰는데도 한결 부담이 없는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내게 특별한 작가다. 비록 요즘에는 추리소설을 읽는 일이 뜸해서 그의 작품을 예전보다 자주 접하진 못하지만 처음 독서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용의자 X의 헌신>의 유가와, 이시가미, 구사나기의 진땀나는 두뇌싸움이 생각날 때면 책장 한켠에 고이 꽂아둔 책을 다시 꺼내보곤 한다.
<오사카 소년 탐정단>은 일본에서 2012년 드라마시리즈로 방영된 바 있는 추리물로, 일단 소년물같은 표지가 독자들의 시선을 확 잡아끈다. 다섯 편의 짤막한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오사카 오지 초등학교에 부임한지 5년이 된 다케우치 시노부라는 25살의 미혼교사가 중심 인물이다. 그녀는 비록 형사는 아니지만 번뜩이는 추리력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발휘하여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에 몸을 사리지 않고 뛰어드는 다소 겁없고 투박한 성격의, 작가의 표현대로 상상을 해보자면 성격 급한 한국의 부산 여자(?)같은 느낌이 물씬 든다. 나 또한 부산사람이지만 그런 이미지를 지울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사건을 몰고 다니는 듯한 시노부 선생을 보고 있자면 예전에 재밌게 읽었던 추리만화 <명탐정 코난>이 생각난다. 여기선 시노부가 예의 코난과 사토형사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사토 형사가 있다면 꼭 필요한 캐릭터, 그녀를 좋아하는 후배 다카기 형사가 여기선 '신도'라는 인물로 재탄생되어 등장한다. 말단이지만 항상 맡은 일에 충실하는 신도는 같은 말단 음흉쟁이(?) 우루시자키 형사와 그녀의 말썽꾸러기 애제자 다나카, 하라다, 하타나카의 응원에 힘입어 시노부 선생에게 수줍은 대쉬를 거듭한다. 그러나 좀 진지한 만남이 시작되려 할 때면 어김없이 사건은 터지고 설상가상 그의 라이벌 볼매남 혼마 요시히코의 등장에 선수를 빼앗길까 언제나 전전긍긍한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다뤄지는 사건들은 흔히 우리 주위에서 봄직한 사건들로 대개 두 건의 테마가 맞물려 작가의 특색있는 묘사가 돋보이는 주변인물들의 진술로 독자가 자연스레 해결과정을 따라가며 함께 추리해 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빵대십 대머리의 교무주임 나카다의 주선으로 시노부 선생의 맞선 자리가 마련되는 3번째 이야기에서 초조한 맘에 몰래 그 만남을 엿보는 형사 신도와 아이들의 모습에서 현실에선 불가능한, 추리 소설만의 매력인 친근한 형사 이미지가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어느덧 그녀가 담임을 맡았던 6-5반의 한 해가 저물고 이윽고 '소년 탐정단'들도 졸업을 맞이하는데 이 날도 역시 순조롭게 넘어가질 못하고 또다시 심상찮은 사건에 휘말리며 발군의 추리본능과 예사롭지 않은 뜀박질로 시노부 선생이 사건해결에 또 다시 한 몫 하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장면 장면이 너무 또렷하게 연상되어 피식 웃음이 나왔는데 특히, 신도 형사와 죽이 짝짝 맞는 탐정단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천진난만하고 재밌었다. 책장의 마지막을 덮었을 때 등장인물 모두에게 정이 들어버려 마치 나도 그들과 영영 이별을 해야 할 것 같은 아쉬움이 밀려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고향 오사카를 배경으로 순박하지만 기개있고 당차게 그려진 그들의 모습에서 과거 인상깊게 읽었던 추억의 만화를 떠올렸다는 미야베 미유키의 해설을 읽으며 조금은 그 느낌을 공감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시노부와 중학생이 된 그의 제자들이 등장하는 작가의 다음 작품이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