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보수의 품격
표창원.구영식 지음 / 비아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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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막 서른 줄에 접어든 여자고 정치니,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야기는 솔직히 관심이 없다.  나 같은 여자가 아니라도 오랫동안 부패하고 비리가 난무한 우리나라의 정치체제를 보고 있노라면 다들 투표할 맛이 나지 않을 것이다. 변화될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가진 자의 나라'가 되버린 현실에 서민들은 참정의 의지를 잃어버린 것이다. 저자 표 교수는 프로파일러 겸 경찰계에서 근무한 경력에 비춰 정의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 그리고 자신을 보수주의자로 규정하며 진보 진영을 그저 공격하며 비난하는 게 아닌 참보수로서의 품격을 갖추고 당당함을 내세워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한껏 보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어린 시절 아버지의 엄한 성격과 80년대 민주화 격동기를 청년기로 보낸 후 영국에서 유학을 한 그는 반공주의자이지만 레드 콤플렉스를 타파하고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는 법, 이념간의 주장 존중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 사회는 합의하고 협상하는 데에 길들여 있지 않다. 이쪽 아니면 저쪽 어디든 속해야 하고 중간지점은 없는 어쨌든 갈등이 일어나야만 하는 비정상적인 정치구조란 점에서 이러한 가치 추구는 의미가 있다.

 

소설 <레미제라블>에 등장하는 자베르 경감을 언급하며 저자는 정의감 투철하고 법 앞에 평등하며 냉철한 면을 닮고 싶어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은 인간적인 경찰이고 싶단다. 정의의 의미가 퇴색되거나 변질되지 않으려면 민주주의에 재갈을 물리고 자신에게 불리한 말이 나오면 빨갱이등으로 치부해버리는 표현의 자유의 억압을 풀어야 한다. 토론하고 소통하고 대화의 장을 여는 공간이 필요하다.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평행선의 끝을 맺으려면 해답은 그것이다. 내가 지지하는 세력이 내가 원하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탓하고 도구와 수단으로써 그 사람을 이용해도 안 될 것이다. 절대적 이념은 없다. 보수 안에도 진보적 생각을 지닌 사람과 진보 진영 안에도 보수적 생각을 지닌 사람이 있다. 이렇게 혼재된 정당 안 세력들은 딱 칼로 무 자르듯 이념을 나눌 순 없을 것이다. 진보 세력들은 무조건 빨갱이들이고  보수들은 무조건 수구에 반공주의자다. 이런 관념적이고 고정된 정의는 버려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이 있기 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안철수 현상은 이러한 보수 대 진보의 싸움을 한층 누그러뜨릴 수 있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오랫동안 대립해 왔던 두 체제의 기성 정치에서 벗어나 뭔가 새롭고 신선한 것을 선망했던 국민들은 이 메시아와 같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걸었건만 정치는 그리 쉬운 게 아닌가 보다.

어쨌든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 여 남짓 되어가는데 앞으로 펼쳐질 5년을 대통령의 입장으로서 그리고 시민의 입장으로서 갈등 없이 유쾌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전하고 있다. 우리는 패배하지 않았고 서서히 승리해 나가는 과정에 있을 뿐이라는 거다. 정의는 반드시 오며 다만 조금 천천히 올 뿐 반드시 희망을 갖고 이 사회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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