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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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생 작가, 2005년쯤엔 20대 초중반이었을텐데 이런 상념과 글을 뱉어냈다니 대단하다. 10여년쯤부터 이 책은 알았는데 표지가 맘에 안들어 보지 않았었다. 표제작인 <달려라 아비>와 상통하는 이미지이긴 하지만 좀 더 고급스런 디자인이었다면 이 좋은 글을 더 빨리 만나봤을수도.

글을 읽으면서 박민규 작가 특유의 유쾌함과 비슷하다 느꼈고 작품집 속 결핍을 앓고 있는 주인공 모두가 비관적이지만도 않으며 냉소적임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느낌이 좋았다. 특별히 눈길이 가는 단편은 다섯 여자들의 익명적이면서 모두의 삶을 그리는 듯한 '노크하지 않는 집'과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일들과 무심함을 그린 '나는 편의점에 간다' 였다. 특이할 만한 점은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어딘가 모르게 다들 닮았고 어쩌면 한 사람의 내면이 갈라져 나온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작가는 그들 특유의 행동이나 성격, 말투, 소지 물건으로 등장 인물들을 규정한다.

외로움. 그것은 주로 이야기 속에서 엄마 혹은 아버지 한쪽의 부재로 그려지고 있고 하층민인 화자는 삶을 그런대로 살아나간다. 원망도 우울도 없이 가난속에서 어떻게든 버틴다. 그렇지만 문장들은 그들을 연민하게끔 두지 않는다. 통통 튀는 김애란의 문체와 그녀를 거친 그 혹은 그녀의 마음들과 행동들은 어딘지 모르게 진취적이며 발랄하기까지 하다. 소설은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과 공감으로 나를 어느새 웃음과 울컥임을 반복케 한다. 또한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 전반에 깔린 우울함에도 기분좋은 여운으로 덮을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스카이 콩콩처럼 날아오르고 상상속에서 집 나간 아버지를 달리게 하는 긍정의 에너지가 아닐까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외계인이나 괴물, 포스트잇으로 만들의진 종이물고기 이야기는 그녀의 상상력을 엿볼수 있었고 실제 화제가 된 일화도 있어 신기했다. 평을 보니 장편으로 유명한 작가더라. 바깥은 여름이나 비행운도 스테디던데 지금이라도 얼른 읽어보고 싶어졌다. 간만에 내 취향인 작가를 만난거 같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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