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웃의 식탁 오늘의 젊은 작가 19
구병모 지음 / 민음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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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한 소설이었으나 읽는 내내 기분이 찜찜하고 불편하고 찡그려졌던 책이다. 공동 육아와 출산 장려정책의 일환으로 소설에서 제시되는 가상 주택인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은 언뜻 실현 가능하고 효율적인듯 보였다. 또한 거대한 식탁을 둘러싸고 모인 네 쌍의 가족들은 흔한 우리 이웃 또는 나와 너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일명 맘충, 오지라퍼, 추파유부남, 백수남편, 소심맘, 진상녀등으로 일컬어지는 캐릭터들. 주먹구구식으로 합의되고 계획된 그들의 공동육아는 비협조적이며 제각각인 일상패턴과 사정으로 흐지부지되고 만다. 소설을 보며 남의 집안일에 왜 이리 간섭과 궁금증은 많은지, 왜 그리 유기농에 집착은 하는거며 유부남이면서 옆집여자에게 추근대는건 무슨 이유에선지, 경제활동을 대신하는 아내에게 도움은 못될 망정, 속도 모르면서 아이 돌보는 건 뒤로 한채 이웃 여자와 노닥거리고... 암튼 중심 인물인 서요진을 제외하곤 내 눈에 정상인 커플은 없는듯 했다. 당근마켓에서 주로 진상인 고객을 보면 30대여자인것이 같은 맥락일까. 교원은 남편의 실직 후 부족한 생활비에 허덕이다 맘카페에서 진상으로 소문나고 블로그에서는 자기 집 자랑과 음식 자랑으로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책을 보며 나는 과연 누구에 가까운 사람일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곧 소심한 요진과 궁상에 진상인 교원을 섞은 형태라는걸 곧 인지했다. 돈이 아까워 입에 맞는 거 보단 싼 것에 내 입을 맞추고 사람들 많은 곳에서 기분 나쁜 일을 겪어도 좋은게 좋은거라 넘어가고 참고.. 아파트가 거의 없던 옛날엔 이 같은 갈등이 없었을까. 현대인들의 이기주의가 이렇게 삭막하고 높디 높은 아파트란 공간과 맞물려 종국엔 피도 눈물도 인정도 없는 이 지경에 와 버린 걸까.
원래도 비혼을 생각했지만 이 책을 완독한 후 더욱 출산과 육아 결혼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여자가 출산후에 그리고 육아를 겪으며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은 잃어가고 아이와 가족만을 위해 희생하며 수치라는 것도 차츰 옅어져가는 아줌마라는 단어로 명명되기까지 느껴질 그 허무함도 그리고 있는데 씁쓸한 대목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장의 호흡이 너무 길고 수식어가 많은 편이며 너무 잘 쓰려 한다는 게 눈에 보였다. 이 작가분 소설은 처음인데 그게 처음엔 매력이었는데 계속되니 문장을 되짚어가며 읽는게 힘들었다. 소재와 문제의식, 현실 풍자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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