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으면서 하나도 정신이 없다
아니 이게 우리집의 광경일지도 모른다
우리집에도 언니들 물건을 손을 되는 어린 동생이 있다
언니들은 열심히 아껴쓰고 나눠쓰고 비상식량까지 비상으로 잘 남겨두는데 그것을 아는 동생은 언니의 사물함이며 비상통을 뒤져 모두 먹어버리고
모두 사용해 버린다
현재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이해를 한다
사실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참았지만 결국 언니들은 불만이 많다
그림 일기 숙제를 내야하는데 글쎄 동생이 열심히 공부한다고 나름 낙서를 해 뒀다
그것을 울고 불고 하는 언니를 보면서도 동생은 이해하지 못한다
왜 울까
우리집에도 현재의 이런 광경이 매일같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집에서 살 수 없다고 현재는 가출 계획을 세워 떠난다
"저를 찾지 마시고 동생들이랑 행복하게 사세요'
하지만 현재는 자신이 집을 나가면 혼자 남게 될 아빠를 생각하니 마음이 찌릿해진다
집을 나가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착한 아빠를 못 본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집을 나와 10분 넘게 걸어서 남의동네 아파트에 들어섰다
햇볕에 알맞게 덥힌 의자와 살랑이는 바람,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아주 좋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겠지
내맘대로 먹고, 내맘대로 쉬고 , 내맘대로 뭐든 하는 이 기분 역시 가출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찜질방으로 향했다
혼자온 것을 이상한 눈초리로 보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먹고 자고 일어나 보니 집을 나온지는 3일은 된 것 같은데 6시간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피시방에 있던 형들이 나를 씩 보며 웃으면 형들과 같이 다니자고 한다
순간 엄마를 외치며 찜질방을 뛰쳐나와 버렸다
찜질방에서 자려고 한 계획이 엉망이 되어 버렸다
결국 입이 가벼운 연준이한테 전화를 하니 2분만에 문방구로 달려나와
현재의 가출을 이미 알고 있었다
현재는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현재 엄마가 반친구들한테 전화를 돌리는 통에 모두가 알고 있었다
현재는 연준이엄마가 없다는 것을 알고 연준이 집으로 간다
연준이랑 배가 고마 라면을 먹고 몰래 아파트 화단 뒤에 숨어 지켜본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텔레비젼소리 동생들 떠드는 소리 가출한 현재를 걱정은 커녕 밥굶기는 커녕 떠들썩하다
현재는 달라진게 없다고 입술을 깨물고 사나이가 칼을 뽑앗으면 호박이라도 잘아야 한다는 할머니 말씀에 씩씩거리며 연준이 집으로간다
현재는 연준이 집으로 와 화장실에 가도 시원하게 누지도 못하고 앉아 있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현재는 연준이 부모님이 오신줄 알고 안절부절을 하고 나오는데 글쎄 아빠 엄마가 현관문 앞에 떡 버티고 서 있는것
연준이 엄마가 현재 있는 곳을 말해주면 자기가 시험 망친 것 엄마가 용서해 준다고 했단다
집에 돌아오니 가출전과 다를 것은 없었다
엄마는 그동안 현재를 위해 신경 써 주지 못한 점에 사과를 하고 이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하라고 한다
순간 배가 아파 온다
막혀 있던 것이 한꺼번에 다 쏟아져 나오는 느낌 시원하고 날아갈 것 같은 느낌
세상에서 제일 편한 곳이 우리집임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쌍둥이 동생 돌보느라 정신 없는 엄마 숙제한 공책이랑 교과서를 찢어서 비행기 만들기에 빠진 두동생 늘 바쁜 아빠, 결정적으로 엄마가 준비해
준 여자 친구의 생일 선물 때문에 망신,망신,대망신을 당하고서 가출을 결심하게 되는 현재
아마 형제가 많이 있는 집의 풍경이 아닐까
현재처럼 집을 떠나 본 친구 떠나려고 하는 친구를 위해 우리집의 의미 생각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고 편안함을 누릴 수 없는 우리집
이번 기회에 우리 아이들이 우리집의 의미를 잘 알아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