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위의 신부님
박기호 지음 / 휴(休)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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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신부는 참으로 외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적어도 처음엔 그랬다. 그러나 이제는 외롭지 않다. 아무도 일러주지 않았던 길을 걷다가 수많은 도반을 만났고 이젠 그 도반들과 같이 길을 걷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놀라운 것은 한 가톨릭사제가 현 문명의 심각한 질병을 깊게 통찰했다는 점이다.

어떠한 면에서 그는 근본주의자다. 근본주의 오해의 소지가 많은 용어이지만, 근본을 캐면 그 안에서 급진성이 태동한다. 그래서 사실 래디컬리즘은 근본주의와 의미가 통한다. 그 근본을 캐지 못하는 비판과 성찰은 자칫 자신이 비판하는 대상과 동일한 행위를 반복할 가능성을 낳는다. 많은 진보 지식인이 자본주의 문명을 비판하지만 시장의 태내에서 맴도는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박기호 신부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어떠한 자본주의 문명 비판보다 더 강력하게 핵을 뚫어본다.

그의 그런 관점은 사회과학적 관점에서 나오지 않는다. 박 신부는 확실히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이다. 그는 누구보다 하느님과 맘몬을 같이 섬길 수 없다는 점을 잘 안다. 돈이 시장이 모든 것을 장악한 시장전체주의 상황은 보통 독한 마음을 갖지 않으면 맘몬을 피할 수 없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다가오는 느낌이 참 따듯했다. 우리가 더욱 단순해지고 지혜로워진다면 이 험난하고 심하게 말하면 그지 같은 세상을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겠다. 문제는 이게 너무 어렵다는 점인데, 이 책이 그럼에도 그 점을 지치지 않고 다시 묻고 들여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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