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자들은 기를 쓰고 불행하게 살까? - 남자의 자리 다시 찾기
김정대 지음 / 바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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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자들은 기를 쓰고 불행하게 살까?’라는 제목의 책에서 남성에 관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살펴봤다. 아주 예전에 읽었던 엘리자베트 바텡테의 XY, 남성의 본질에 대하여(민맥, 1993)는 매우 흥미로운 책인데, 남성성은 시대에 따라 일정한 변천을 겪었으며, 결국 조화로운 남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화로운 남성의 한국적 버전이 바로 김정대 신부의 왜 남자들은 기를 쓰고 불행하게 살까?이겠다.

 

한국 남자들은 확실히 문제가 많다. 어린 시절 일종의 거세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자신의 남자다움을 기를 쓰고 증명해야 했다. 문제는 안 좋은 것만 열심히 배우면서 남성성을 아주 지저분하게 학습해왔다는 점이다. 폭력과 성적 일탈 등을 통해 남성성을 과시했고, 다소 여성적인 것으로 명명되었던 섬세하고 자상한 남자는 남자답지 못하는 식으로 몰아붙이곤 했다.

 

저자는 한국의 남성성 형성의 경제적 배경으로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의 역할에서 찾는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 가정경제를 순탄하게 이끌어가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느새 일이 그 사람의 존재이유가 되고, 일이 그 사람 자체가 되어버린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남성은 한없이 무기력해지고, 스스로 남자 구실을 못한 식의 의식이 내면화된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수많은 남성이 노숙자로 전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업이 망하거나 직장에서 쫓겨난 남성 중 일부는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고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채 어디론가 도피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김정대 신부는 이제 그처럼 남성에게 부과된 억압적 요소를 거둬야 한다고 말한다. 남성도 울 수 있어야 하고, 자기 약함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래야 친밀감을 형성하고 제대로 정서적으로 교감하며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저자는 이 책 후반부에서 인생을 즐겨라!’라며 이제 남성도 무거운 짐을 던지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를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여러 가지 구체적 방식이 있다. 그중에서 요리교실은 여러모로 유용한 면이 있다. 음식 만들기는 앞서 이야기한 성별 구별짓기 문화를 탈피하는 측면도 있지만, 감성을 계발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특히 자신이 한 음식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측면에서 친밀감 향상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백종원 열풍으로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음식을 해주기 시작하고, 아이들이 그것을 맛있게 먹을 때 뿌듯함을 느꼈다는 이야기가 많다.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보면, 사람들이 쓸데없는 데 쓰는 힘이 제국을 세우고 무너뜨릴 정도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만큼 행복 찾기가 반드시 어려운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 남성은 이제 스스로 자기를 억압해왔던 그간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더 자기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알아가고 실행해야 한다. 저자는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일러주기도 한다. 스스로 괴로워하는 데 익숙하고, 돌아보면 무지 쓸쓸하기 일쑤인 한국의 대다수 남성에게 이토록 해방적인 메시지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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