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 동일시 - 무엇이 우리의 행복을 가로막는가 / 돈중독·일중독
강수돌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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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한겨레>에 실린 강수돌 선생의 인터뷰를 보았다. 인터뷰를 보면서 강수돌 선생이 주구장창 주장해온 '살림의 경제학'의 맥락을 조금 더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강수돌 선생의 여러 책을 읽으면서 <웰컴투동막골>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남북간의 화해, 뭐 그런 내용처럼 비쳐지겠지만, 자세히 보니 이건 완전히 경제에 관한 영화다! 속도에 지친 낙오자가 모여드는 동막골, 그곳에서 모두 위로를 받고 화해한다. 촌장님의 영도력! "잘 맥였지!!" 사실 이 말이 이 영화의 압권으로 여겨졌다. 동막골은 강수돌 선생이 말해왔던 '원탁형사회'의 예형처럼 느껴졌다.


이 책 <강자 동일시>에서는 우리가 왜 경쟁하고 일중독과 돈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지를 심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강자를 따르고, 강자를 닮으려고 지난한 노력을 통해 강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 강자 동일시. 사람들은 왜 강자가 되고 싶어 할까? 돈을 많이 벌거나, 타인에게 나의 지배력을 행사하거나, 온갖 분탕질을 해도 제제르 받지 않는다거나. 그 동기는 다양하겠는데, 한편 생각해보면 강자가 되지 않으면 밀려난다는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집을 사서 돈을 벌거나, 주식 투자를 잘해도 돈을 벌면 그냥 우리 자신만 이득을 보는 것일까? 자본주의 제로섬게임에서 나의 이익은 결국 누군가의 손해가 아니었던가! 강자가 된다고 할 때 누군가는 약자가 되야 할 테지.


이런 제로섬 원칙을 뛰어넘어서라도 강자가 되자. 그런데 정말 강자가 될 수 있을까? 강자가 되고자 한다면 강자가 깔아놓은 레일을 쫓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이미 게임의 룰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그리 될 듯해 보여도, 현실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강수돌 선생은 이런 되도 않는, 누구나 경쟁에서 승리해 강자가 될 수 있고 그리하면 행복해진다는, 속임수나 마찬가지인 게임의 굴레를 벗어나자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공공성과 영성의 회복 등 몇 가지를 제시하는데, 사실 시원치 않은 느낌이다. 물론 저자는 계속하면서 그 길을 찾아보자고 한다. 적어도 깨어 있지 않으면 아주 작은 일 하나도 해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깨어 있자는' 각성의 책이다. 

나 하나가 성장하는 데 정말로 수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인 저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갈 때, 만약 장학금이 없었더라면 고교 진학은 불가능했습니다. 고등학교를 못 갔으면 물론 대학도 불가능했겠지요. 그런데 제 운명을 바꾸어준 이 고마운 장학금 역시 장학금을 주신 기업가의 은혜이기도 하지만, 돈을 만들어준 그 기업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의 땀, 눈물의 결과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가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밥을 먹어야 하는데, 이 곡식이나 채소를 길러내는 ‘어머니 대지’인 지구와 물과 흙과 비바람과 햇볕이 나를 키워준 것 아니냐, 이런 생각도 ‘철’이 조금씩 든 다음엔 더욱 깊고 절실하게 느껴졌죠. 저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제 삶을 키워준 부모님을 포함한 수많은 사람(특히 농민과 노동자)의 땀과 눈물을 생각하게 되고 동시에, 대자연의 은혜를 새삼 깊이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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