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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ㅣ 우리시대의 논리 26
구정은 지음 / 후마니타스 / 2018년 11월
평점 :
여기저기 산재한 위기의 징후는 모두 잘 알 텐데, 이 책을 통해 한번 구슬꿰기를 하면 전체 그림이 머릿속에 잡힐 듯하다. 사람들이 정확히 봐야 할 지점은 지금의 모든 위기는 지구의 위기가 아니라 인류의 위기라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지금 지구는 리셋 모드로 들어선 듯하다. 지구는 끄떡없다. 우주의 시간으로 오래되지 않아 회복한다. 지구 자정작용 프로그램 속에 인류의 소멸이 내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인간이 만들어내고 말았다. 지구가 인간을 내친다면 끔찍한 일이지만, 이 책에서도 말하듯 이미 인간은 자연뿐만 아니라 같은 인간도 착취하고 내치고 있다. 냉정하게 보면 인간은 희망이 없는 존재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면, 희망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살피고자 한다면. 막심 고리키의 한 작품처럼 희망은 독이 될 정도로 절망적 현실이 인간을 잠식할 때도 있지만, 희망과 관련해 인간은 대단한 독종이다. 과연 인간은 이 심각한 고비를 넘겨 희망할 수 있는 존재로 진화할 수 있을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결정될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