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개정판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겐 우리에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어하시는 분이 계신다. 이 분은 언제나 우리들에게 최고로 비춰지길 바라시며, 이 분은 아무리 자신이 힘들더라도 우리에겐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하신다. 또한 이 분은 아무리 밖에서 험한 일을 당하시고, 쓰러질 듯 힘드셔도 언제나 자신의 가족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요, 바람막이가 되고 싶어하신다. 그 분의 이름은.. 그렇게 우리들에게 강하고 싶어하시는 그 분의 이름은... 바로 아버지이다....."
언젠가 위와 같은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 나와 같은 또래의 친구가 쓴 글이었다. 다른 사람에겐 몰라도 가족에게는 최고로 보이고 싶어하시는 사람, 아버지... 그 글을 읽으며 잠시 뭉클해 했던 적이 있었다. 우리가 그 동안 아버지란 존재를 그저 그렇게만 보면서 살아 온 것은 아닌가. 우린 아버지란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이었을까. 아버지라는 무거운 자리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
이 소설은 아버지의 자녀에 대한 가정에 대한 눈물난 사랑을 한정수란 인물을 통해 우리들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주인공인 정수는 우연히 친구의 권유로 건강진단을 받게 되었다. 친구 남 박사가 결과를 말하는 순간 그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친구 남 박사는 망설이며 정수에게 췌장암에 걸렸다는 것을 이야기 한 것이다. 모든 아버지들이 그렇듯이 정수 그도 불규칙한 식사에 식성도 맵고 짜고 술도 자주 마시는 그에겐 그 순간 그 모든 것들이 후회가 됐는지도 모른다. 정수는 망연자실하며 남 박사에게 되새기며 물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같았다. 정수는 한 동안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이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일까? 그는 먼저 가족이 걱정되었다. 대학생인 딸, 이제 대학을 준비하는 아들, 자신만 바라보는 아내. 그러나 그는 가정에서 그리 존경도 신뢰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수는 남 박사가 전해준 진통제로 얼마 남지 않은 생을 버티며 주변을 정리했다. 그도 많은 방황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날들로 지내는 날들은 가족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이 번졌다. 자신이 죽는다면, 남은 가족들은 무얼 하며 살아갈지... 그는 자신이 들었던 보험의 액수, 퇴직금을 정리하며 마지막을 준비했다. 그리고 정수는 밤마다 술에 취해 들어갔다. 그의 딸 지원은 그런 아버지를 매우 멀리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수의 몸에서는 점점 속 쓰림과 음식을 보거나 먹으면 속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현상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젠 남 박사가 준 약도 점점 깊어 가는 정수의 병 앞에서 무용지물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의 고통은 심해지고 가슴도 자주 저려 왔다. 이렇게 가족들은 정수가 이상함을 느끼고 결국, 그가 몇 일을 남기지 않았을 때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두 후회하며 그의 빈자리를 느껴 갈 때, 정수는 부인 영신에게 처음이나 마지막으로 편지를 썼다.
"날 이렇게 보내주어서 고맙다고... 저승이나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만났으면 한다고... 희원, 지원, 그리고 당신을 사랑했다고..." 이 글을 마지막으로 그는 가족과 멀리 떨어지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감동을 받은 부분이 바로 마지막 정수의 편지이다. 말로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마지막 편지로 남기고 떠나는 정수, 모든 아버지들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된다. 사랑을, 행복을, 용기를... 입에 담지는 못하지만 그는 이 세상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에게 행복해 하고 가족과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모든 것을 버릴 용기를 감춰두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모두 이러할까? 정수의 모습을 보며 난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에서는 그 누구라도 추해지기 마련이다. 단 1분 1초라도 더 살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발버둥치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이다. 하지만 정수의 모습은 전혀 그러지 않았다. 그런 모습이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정수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럴 시간에 가족을 위한 시간을 만들었다. 자신 땜에 힘들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빚을 남기지 않으려고.. 자신이 없어도 가족들이 빈자리에 힘들지 않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정수는 남은 시간에 그렇게 노력했다. 자신의 목숨이 없어지는 일 따윈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자신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 그렇게 자신의 남은 시간을 보냈다. 과연 난 그럴 수 있을까? 나에게 6개월이란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마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남을 위해 6개월이란 시간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게 설사 가족이라 해도...
난 아마 그 시간이 주어진다면, 내가 할 수 있는 한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할 것만 같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 내 인생에서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일...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자신이 남들에게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남길 바라며 자신이 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며...
하지만 정수는 자신의 시간을 모두 산 사람에게로 반납했다. 그들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수의 아내 영신 역시 살아 갈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남은 자신의 삶을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바쳤다.
그의 가족들은 그에게 자신들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들은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너무나도 많이 있으면 그것이 좋은 줄 느끼지 못하듯이, 그들은 그들 주위에서 언제나 그들을 위해 노력하는 정수의 모습을 그저 잊고 살고있었을런지도 모른다. 정수는 그들에게 표현할 줄은 몰랐지만 그 누구보다도 그들을 사랑하고 아낀다는 걸 그들은 잊고 살았을런지도 모른다. 그랬기에 그들은 정수의 추태에 대해 비난 섞인 시선을 던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수에겐 그런 시선조차 사랑으로 보였다. 딸 지원의 그를 향한 편지도 결코 사랑으로 보이지 않는 그 편지도.. 정수에겐 딸의 사랑으로 보였었다.
정수는 가족을 비난하지 않았다. 뒤늦게 자신의 사랑을 알아차린 자신의 가족들을.. 그 모습마저 사랑했기에...
그 누가 이런 사랑을 베풀 수 있을까? 난 끝내 이 책의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다. 가족들을 언제나 애타는 눈으로 바라보는 정수의 시선이 떠오르는 듯해서.. 그의 시선이 그의 사랑이 내 주위를 맴돌고 있는 듯 해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이 세상에서 무관심이 가장 견딜 수 없는 큰 괴로움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 주위에도 우리를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다. 그의 한없는 사랑을 우린 다만 느끼지 못하고 있을 뿐... 내 기억을 조금씩 되감아 갈 때면 항상 그 구석엔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가 있었다. 내가 힘들 때, 언제나 그 한 편에서 날 따뜻하게 지켜보고 계시는 아버지가 있단 것을 난 왜 몰랐는지... 아버지! 아버지란 이름에서 고독감을 느낀다.
나는 이 소설을 계기로 아버지의 무겁고 힘든 가장의 자리라는 것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고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살아가시는 모든 분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었다. 우리 시대 아버지란 이름이 생긴 것도 사는 것도 각각 다르겠지만 아마도 이것만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 말이다.
그리고 아버지께 잘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이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이 행복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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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
이철환 지음 / 삼진기획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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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 '연탄길'을 읽고

이 책을 간단히 표현하자면 따뜻한 책이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따뜻하면서 정이 있고 사랑이 넘치는 책 말이다. 요즘처럼 메마른 세상에 눈물을 줄 수 있는 이야기란 그리 흔치 않기 때문이다. 분명 그렇지만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려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 자신을 헌신하는 이들의 모습은 기어이 나를 눈물짓게 만들었다.
이 책은 정말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또 빛이 될 순 없지만 더 짙은 어둠이 되어 다른 이들을 빛내준 사람들의 이야기, 부족함 때문에 오히려 넉넉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작가의 에필로그가 딱 맞아떨어지는 책이었다.
난 이 책에 나오는 한 문장, 한 문장을 좋아한다. 아니, 단어들 모두를 좋아한다. 정말 믿기 어려울 만큼 놀랍고 슬프고 아름다운...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르는...현실들이 많이 그려져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자주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과연 사실일까? 글쓴이는 이야기들이 사실이라고 말하지만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이지 놀랐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치유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은 감명 깊은 부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 중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아빠의 눈물'이라는 내용인데...
어느 한 부녀는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목발에 의지하면서 살아야 했다. 딸이 다리 때문에 슬퍼하면, 항상 아빠는 딸을 위로하곤 했는데 차마 말할 수 없는 아픔까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딸의 졸업식 날 딸은 아버지가 원래부터 다리가 불편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딸이 다리 때문에 상심할까봐서 다리를 다치지 않았는데도 4년 동안 성한 몸으로 보조다리를 짚고 다닌 것이다. 누구도 아픈 딸을 위로할 수 없다면서 말이다.
나는 이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딸을 위해 아빠는 자신을 희생했던 것이다. 세상에 이런 아버지가 어디 있겠는가. 아버지의 딸을 사랑하는 마음이 고통과 상처를 주기 싫어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나에게 절실히 느껴졌다.
여기에 나온 사람들 모두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아간다. 아무 고통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서로서로 그것을 감싸안아 준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서로를 믿는 마음이 위하는 마음이 무엇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가난은 생활하는데 조금 불편할 뿐 결코 불행한 것이 아니라고.." 이 말처럼 모두다 현실은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부자인 사람들이다.
내가 진정 이 책을 통해서 느낀 것은 무엇보다 진실 된 마음으로 세상을 보라는 것이다. 진실은 마음으로만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껏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옳고 그름을 말해왔다. 이 책 속에 이런 말이 있다.
"두 눈 부릅뜨고 세상을 살아가지만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얼마나 작은 것인가." 정말 그런 것 같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이런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그 작은 빛을 향해 그것을 위해 지금도 어는 곳에서는 사랑이 불타고 있다.
나는 이야기 하나하나를 잊지 못할 것 같다. 눈송이처럼 가슴속 깊이 내 마음속에 수북히 쌓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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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프렌드
로버트 쿤 지음, 안의정 옮김 / 맑은소리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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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굿바이 마이 프렌드'를 읽고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이 책은, 불치병에 걸린 한 소년과 앞집 소년과의 죽음을 넘어선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성장 소설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에릭과 덱스터...
그들이 지난여름... 지난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앞집 소년 에릭은 어느 날, 이사온 소년 덱스터가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 고부터 조금씩 피하긴 하지만 덱스터에게서 느끼는 이끌림 때문에 친해지게 되고, 에릭은 덱스터를 위해 식단표를 짜고 약을 찾으러 다니게 된다. 그러던 중, 에릭은 잡지에 실린 에이즈 특효약 발명기사를 보고 덱스터와 영원히 하고 싶은 마음에 천 2백 마일이나 되는 뉴올리언스를 향해 간다. 둘의 전 재산인 162달러와 시속 3마일의 작은 보트를 가지고 말이다. 그렇지만 시속 3마일의 보트로는 천 2백 마일이나 되는 거리를 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162달러를 뺏기는 셈 타게된 배로 가게된다. 억울한 에릭은 지하실에 내려와 우연히 보게된 만화책 속에 3백 달러를 발견한다. 이 돈을 가시고서 덱스터와 함께 그 배를 떠난다. 에릭은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잠 들어버린 덱스터를 따뜻한 엄마 린다의 품에 안겨준다. 에릭과 덱스터는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덱스터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어만 간다. 덱스터가 병원에 입원해서 기운이 없는 듯 했지만 에릭과 함께 장난을 계획한다. 그 장난이란 덱스터가 숨을 안 쉰다고 에릭이 말해서 누군가가 달려오면 덱스터가 벌떡 일어나 악을 쓰는 것이었다. 그 연기에 여러 명이 속아넘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어김없이 이 장난을 치는데 에릭은 덱스터가 숨을 꽤 많이 참자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심장 뛰는 소리가 쿵쿵, 울려댔다. 마침내 의사가 침대 위로 구부렸던 허리를 펴면서 귀에 걸고 있던 청진기를 떼어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안됐습니다." 하고 의사가 말했다. 언제부터였는지 린다는 병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덱스터는 에릭의 예상대로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책을 읽고 울었던 적이 생각난다. 너무 감동적이었다. 친구간의 우정이 너무 보기 좋았다. 친구를 위해서 위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하고...
친구란 참 좋은 것 같다. 언제나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힘들 때 나, 내가 곤란할 때...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런 용기와 내 곁에 언제나 힘이 되 주는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인생의 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순수란 무엇일까? 맑고 깨끗한 마음이 바로 순수라고 생각한다. 에릭과 덱스터의 그 천진난만한 마음이.. 우정이 말이다. 그리고 친구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이 책이 너무 고맙다. 내 기억 속 한 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이 말이 생각난다.
"네가 없다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나. 아참! 내가 준 운동화는 잘 모시고 있겠지? 냄새는 좀 나겠지만 그걸 안고 있으면 절대 나를 잊을 수 없을 꺼야.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나도 네 신발을 슬쩍했단다. 왜냐구? 내가 이담에 커서도 널 기억하기 위해서야."
난 이 말이 너무 가슴에 와 닿는다. 들어도 들어도 너무 간절하고 애절한 것 같고, 슬프고, 친구를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에릭은 먼저 간 덱스터가 미웠을 테지만 그래도 그들은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게 행복했을 것이다. 힘과 용기를 주고 마음이 통한 그런 친구는 세상에 별로 없으니까...
나도 친구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에릭과 덱스터의 그 기나긴 지난 여름날의 여행이 아직도 내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다. 내 마음을 울리게 만들었던 이 책을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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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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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주인공 콜필드는 한마디로 나쁜 청소년이다. 지독히 개인적이며 이기적이다. 또한 지독하게 부정적이고 반항적이다. 그는 한마디로 학교, 가정, 사회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한(?), 아니 그 적응자체를 거부한 인간이다. 그는 단지 이 세상을 욕하고 까부수고자 태어난 인간인 듯 하다. 그에게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죽하면 자신의 친구들을 세상에 둘도 없는 바보, 천치들과 같이 묘사했겠는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친구가 말했다. 이 책은 내용이 너무 단순하고 세상이 너무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이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책에서 특별한 줄거리나 이야기를 찾는 즐거움은 맛볼 수 없다. 주인공이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사흘 동안 뉴욕거리를 헤매다가 동생을 만나고 요양소에 갔다는 아주 단순한 구조이다. 또한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매우 울적했으며 기운이 한없이 쳐지는 것을 느꼈다.

이 책에 나온 세상의 모습이 너무 속물스러웠으며 이러한 짜증나는 상황을 너무 세세하고 부정적으로만 을퍼대는 콜필드의 자조섞인 중얼거림이 편협하고 자폐적인 느낌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면이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이다. 주인공의 안정적이지 못한 심리와 사회를 보는 삐뚜러진 시각, 그리고 계속되는 혼란이 바로 이글을 고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처럼 청소년기를 완전히 글에 옮겨낸 책은 없을 것이다. 세상에 대한 분노와 이를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그보다 더욱 견딜 수 없게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이런 청소년기의 끔찍한 상황에서의 도피를 결정하고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피터는 마지막에 동생의 동심에서 미래의 희망을 발견하고 자신의 사명을 확인한다. 그는 위선에 찬 어른의 세계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파수꾼이 되는 길을 꿈꾼다. 자신과 같이 불완전한 청소년기의 혼란이라는 절벽으로 빠지지 않도록 아이들을 지키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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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Rosso 냉정과 열정 사이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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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 나의 삶의 방향을 일깨워 주는 제목이 우선 눈에 들어 왔다. 완전한 자유로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는 우리네 인간이라 할 지라도, 눈에 확 뜨이는 실선이 아닌, 보일 듯 말 듯한 점선으로 된 구속의 틀을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이성과 감성의 특별한 조화 속에서 극과 극으로 흐르지 않는 절제된 삶. 이런 틀이 가져다 주는 약간의 메마름을 동반한 아름다움을 나의 삶 속에 가득 채우고 싶다. 지나침이나 모자람 없이 그 적당함을 유지하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을 때, 역행하지 않는 자연의 이치를 순응하는 삶을 이룰 수 있으리라.

두 명의 일본인 작가의 릴레이식 소설이다. 두 주인공이 각기 화자가 되어 같은 상황을 자기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본 기법을 썼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며, 같은 상황이 생각에 따라 다른 전개! 를 펼쳐 나갈 수 있음이 독특함으로 느껴졌다. 여느 일본 소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일본 작가의 글을 읽다 보면, 우리네 정서와 많이 다른 구석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 특정 주의에 대한 얘기라기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의 감성을 소재로 담은 글이다. 배경도 일본보다는 이탈리아 밀라노와 피렌체를 중심으로 그려 지기 때문에, 이국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진한 느낌의 유화보다는 수채화 같은 맑고 투명한 글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결국, 과거를 복원시키지 못하고, 서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냉정과 열정 사이에 머물며 서로의 또 다른 길을 준비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만약, 두 주인공들이 냉정과 열정의 사이가 아닌 그 옆자락에 비껴 서 있었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었을까 ? 물론, 감정의 화합이든, 그 화합의 끝에서 분리되어짐이든 확연한 결론을 지을 수는 있겠지만, 어떤 여운의 기미를 가져다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인생길이 서로 합체가 되는 지점을 눈으로 보면서도, 뜻하지 않은 약간의 방향 전환을 통해 평행선으로 ! 귀결 지어짐이 많으리라.

마음으로의 아쉬움을 접으며 홀로이 터벅 터벅 걸어가는 또 다른 방향으로의 전환은 뿌옇게 가려져 있지만 희미하게 보여지는 새로움을 나타낸다. 그 새로움이 어떤 의미로 마무리가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물흐르듯 펼쳐지는 인생의 곳곳에 포진해 있는 격정과 안타까움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중간적인 마음의 힘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2001년 4월 책이 커플로 이뤄진 것을 보고, 냉큼 집어 들었던 책.. 아마도, 두권이라 외롭지 않아 보였을까.. 아마도 무단히 흔들리던 감정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멈추게 하고 싶던 그 시절.. 이 책의 제목만으로도 흥분했었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 과연 냉정과 열정 사이에 있는지, 아니면 그 언저리를 아직도 맴돌고 있는 건지.. 같은 고민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함이 한스럽다.

인상깊은 구절: 미래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늘 우리를 초조하게 해. 그렇지만 초조해 하면 안돼.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와 달리 반드시 찾아오는 거니까.. 고작 사흘로 당연한 일이지만 통속 멜로 드라마처럼 우리는 8년의 공백을 복원시킬 수 없었다. 두 사람은 같은 그림을 바라보면서도 제각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을 따름이다. 어느 쪽에도 그림을 복? 鞭쳔?만한 열정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움만 간직한 냉정한 동창회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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