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서귤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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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은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아이 같아요.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도를 누른 후, 아이는 남은 87개의 건반 중에 무엇을 눌러야 할지 몰라 겁에 질려요. 너무 많은 건반, 너무 많은 검은 색과 하얀 색, 너무 많은 화음, 너무 많은 가능성. 보면대에 놓인 악보는 사실 하나도 읽을 수 없는데, 무엇을 눌러야 하는지 모른 채 손가락에 힘을 주지도 풀지도 못하고 울먹이는 것이 바로 청춘의 얼굴. 안쓰러워서 사랑스러운, 그저 처음 피아노 앞에 앉았을 뿐인 우리.
- 「너무 많은 건반 앞에서」

사소하고 귀여운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책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언제 어디서 펼쳐 읽기 좋은...
어피치가 너무 사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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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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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 보이는 사람이었다. 가구였다.’ P35

눈에 띄지 않고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24살의 평범한 여성 아일린

그 누구도 모른다. 그녀가 얼마나 해괴한 망상을 하고 기이한 행동을 하는지

머릿속 잔혹함과 마음속 사랑을 갈구하는 욕망에 휩싸여있는 가엾은 아일린

누구에게나 그런 면이 있다. 단지 그것을 표출하지 않을 뿐이지

아일린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사실은 주목 받고 싶고, 사랑을 탐닉하며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되길 바라는지 몰랐을 것이다. 아마 아일린 본인조차도……

일탈로 도벽을 하는 아일린의 행동은 결핍에서 비롯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스스로 만든 강박과 공허함에서 빠져 나오고 싶지만 이미 어둠에서 안락함을 느끼는 그녀

민트초콜릿 같은 모순적인 느낌이었다, 달달함과 싸한 박하의 느낌이 어울러진

벗어나고 싶지만 너무나 포근한 알 수 없는 늪

비록 온 마음을 다해 내 얼굴을 싫어했지만. 자기집착이 강한 사람의 삶이란 그런 식이다. 내가 아름답지 않다는 고통으로 몸부림친 시간은 지금도 인정하기 싫을 정도로 길었다. P29

어떤 면에서 솔직하게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아일린이 귀여웠다. 영화 속 여주인공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못난 아일린과 어쩌면 나 또한 주변 사람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 내린 적은 없었나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솔직함이란 가장 들키기 싫은 내 마음속 찌꺼기를 하나하나 펼쳐서 마치 가판에 진열해 놓은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만든다, 아일린은 더없이 솔직했다. 비록 역겹기도 한 부분도 있지만

아일린의 아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끝없는 외모 지적과 비아냥이 스스로를 혐오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나는 어렸기 때문에 끔찍하게 예민했으며, 그런 사실을 절대로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P31

맞다 나 역시 이것이 어떤 마음인지 잘 안다. 정확히 말해 나의 예민함을 들키고 싶지 않지만

난 그러기에 너무 나약해서 종종 내 예민함을 들키곤 한다, 그런 상황이 나는 싫다, 창피하고 부끄럽고 꼭 후회하게 된다. ‘그때 좀 더 성숙하게 행동할걸’ ‘왜 난 늘 이런 식인지스스로를 책망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아일린을 보면서 조금만 더 관대해도 되겠단 마음이 들었다, 자책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오히려 나를 응원하고 끝까지 지지할 사람은 나뿐이란 걸,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만큼 상황이 최악은 아니라는 걸

랜디에게 집착하며 짝사랑하던 아일린을 보면 끔찍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그렇게 병적으로 좋아하는 일이 쉽진 않을 것 같다,

아름다웠다. 한 편의 시였다. 이 부분은 랜디를 바라보는 아일린의 시선을 표현한 부분이다,

시처럼 아름답게 느끼던 랜디도 새로운 애착이 시작되자 보잘것없는 군중 속의 얼굴 하나, 너무 여러 번 읽어서 이젠 아무런 감흥 없는 옛 신문 속 이야기처럼 칙칙하고 무의미하게 퇴색되곤 한다, 사랑이란 그런 것 같다, 관점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나의 마음 그리고 시기에 따라 같은 것도 다르게 기억되곤 한다, 무엇이 진짜인지는 결국은 모른 체 간직하게 되는 그런 것

예전에는 뭔가를 아는 것 같았는데 여전히 모르겠고 앞으로도 모를 것 같다.

그런 남자를 사귄 나는 바보였다. 남자 전반에 관해서도 바보였다. 사랑에 대해 배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온 동네의 문을 다 두드려보고 나서야 맞는 집을 찾았다. 지금은 마침내 혼자 살고 있다. P.267

이 부분은 정말 내가 쓴 것 같단 착각마저 들었다. 조심성이 많은 나는 누가 봐도 당연한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하고 확인 받고 싶고 불안해하고 조급했던 것 같다, 이런 미성숙한 나를 거쳐 지금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오롯이 나로써 존재하는 사람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동안 나를 거쳐간 연인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얼마나 피곤했을까? 할머니가 된 아일린이 만약 다시 젊은 24살의 아일린이 된다면 다른 선택들로 그녀의 인생을 채워갔을까?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이렇다. 아름다운 곳에서 산다. 아름다운 침대에서 잔다. 아름다운 음식을 먹는다. 아름다운 곳들을 따라 산책한다. 사람들을 마음 깊이 좋아한다. 밤에 내 침대는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 위에 나 혼자 누워 있으므로. 고통이나 기쁨으로 쉽게 울며 그걸로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는다. 아침이면 밖으로 나가 또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런 삶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P.356

응원한다, 우울하고 칙칙한 아일린, 보잘것없는 아일린, 자기를 미워하고 징그러워하던 아일린

남 같지 않고 마치 내 마음속 어딘가에 살고 있는 나 같은 기분. 하나도 겹치는 공통점은 없지만 공감할 수 있는 마음. 그녀가 만들어낸 가짜 친구들처럼 말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엔 만족함을 알고 사는 삶이 되어 안도감을 느꼈다.

책 초반의 인생을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에 비유했는데 처음엔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공감했다. 내 것이 아니고 기간도 정해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도서관 책도 온전히 내 것으로 흡수 할 수 있으며 기간 역시 다시 빌리면 그만이지 않을까?

조금 더 애착을 같고 살고 싶다. 소중하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어 나가는 마음으로

우리 가족이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끔찍한 사람들이 아니었고, 당신들보다 특별히 더 나쁠 것도 없었다. 우리의 결말, 우리에게 생긴 일은 그저 운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P.361

아일린 역시 그렇게 최악이고 끔찍한 여성은 아니었다, 충분히 사랑스러운 구석도 있는 그런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 고향을 떠나게 되고 새로운 삶과 모습으로 지내게 된다. 늙은 리나(아일린의 새이름) 는 어린 아일린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떤 상황은 우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발생하기도 한다,

상황에 휩싸일 수는 있지만 중심에 나는 굳건히 있길 바라본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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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 미 백
B. A. 패리스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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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기 좋은 신선한 소설
조금만 읽으려고 했는데 읽다보니 계속 계속 읽게 되는
중독성 강한 이야기입니다
역시 전작 비하인드도어도 재밌었는데 이 책 역시 흥미진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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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귀엽게 보이는 높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민정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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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생각보다 두꺼워서 놀랐다
읽다가 자라는 문구가 너무 귀여웠고
실제로 읽다가 잠들기 좋았다
길지 않은 하나의 주제로 글을 써내려가기에
읽다가 졸리면자고 잠이 안 오면 뒤적 뒤적
읽기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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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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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크 트웨인은 차를 마저 마시고 빈 잔을 내려놓았다. “세상 사람들은 동물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지 않아.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거고.”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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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이 두 딸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훗날 칼데콧상을 수상한 필립 스테드와 삽화가 에린 스테드가 미완성 이야기의 조각들을 모아 상상력을 덧붙여 작품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은 부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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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조니는 인자하지 못한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고 친구라곤 빼빼 마른 ‘전염병과 기근’ 이란 다소 이상한 이름의 닭 한 마리뿐... 그마저도 포악한 할아버지가 시장에 가져가 팔아서 먹을 것을 구해오라고 했고 가엾은 우리의 주인공은 애써 닭에게 ‘더 좋은 주인을 만날 거라고’ 위로하며 길을 떠난다. 결국 전염병과 기근을 꽃씨와 바꾸게 되고 동화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세한 이야기는 스포라서 생략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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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른이 되어 동화책을 읽으니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인다. 이 점은 순수하지 못함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오만하고 기분 나쁜 왕과 그를 쏙 빼닮은 왕자도 나오고, 사실 동화적 요소를 배제하고 본다면 우리 삶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부분도 보인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것,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하는 것, 한 집단을 배척하고 차별하는 행위로 우월함을 입증하려 드는 비열한 마음가짐 등등
책을 다 읽고 나면 대단한 결말은 없지만 잔잔한 느낌을 받는다. 특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족제비를 투입한 점이 귀여웠다!
다만 편집자의 말에서 미망인이란 표현이 보여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책 내용과 삽화 글자 자간, 구성, 디자인 모두 만족스럽다
아마도 두고두고 찾아서 꺼내 볼 책으로 남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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