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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린
오테사 모시페그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3월
평점 :

‘나는 안 보이는 사람이었다. 가구였다.’ P35
눈에 띄지 않고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24살의 평범한 여성 아일린
그 누구도 모른다. 그녀가 얼마나 해괴한 망상을 하고 기이한 행동을
하는지
머릿속 잔혹함과 마음속 사랑을 갈구하는 욕망에 휩싸여있는 가엾은 아일린
누구에게나 그런 면이 있다. 단지 그것을 표출하지 않을 뿐이지
아일린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사실은 주목 받고 싶고, 사랑을 탐닉하며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되길 바라는지 몰랐을 것이다. 아마 아일린 본인조차도……
일탈로 도벽을 하는 아일린의 행동은 결핍에서 비롯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스스로
만든 강박과 공허함에서 빠져 나오고 싶지만 이미 어둠에서 안락함을 느끼는 그녀
민트초콜릿 같은 모순적인 느낌이었다, 달달함과 싸한 박하의 느낌이
어울러진
벗어나고 싶지만 너무나 포근한 알 수 없는 늪
비록 온 마음을 다해 내 얼굴을 싫어했지만. 자기집착이 강한 사람의
삶이란 그런 식이다. 내가 아름답지 않다는 고통으로 몸부림친 시간은 지금도 인정하기 싫을 정도로 길었다. P29
어떤 면에서 솔직하게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아일린이 귀여웠다. 영화
속 여주인공을 질투하고 시기하는 못난 아일린과 어쩌면 나 또한 주변 사람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깎아 내린 적은 없었나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솔직함이란 가장 들키기 싫은 내 마음속 찌꺼기를 하나하나 펼쳐서 마치 가판에 진열해 놓은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만든다, 아일린은 더없이 솔직했다. 비록 역겹기도 한
부분도 있지만
아일린의 아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끝없는 외모 지적과 비아냥이 스스로를 혐오하게 되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나는 어렸기 때문에 끔찍하게 예민했으며, 그런 사실을 절대로 내색하지
않으려 했다. P31
맞다 나 역시 이것이 어떤 마음인지 잘 안다. 정확히 말해 나의 예민함을
들키고 싶지 않지만
난 그러기에 너무 나약해서 종종 내 예민함을 들키곤 한다, 그런 상황이
나는 싫다, 창피하고 부끄럽고 꼭 후회하게 된다. ‘그때
좀 더 성숙하게 행동할걸’ ‘왜 난 늘 이런 식인지’ 스스로를
책망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아일린을 보면서 조금만 더 관대해도 되겠단 마음이 들었다, 자책해도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오히려 나를 응원하고 끝까지 지지할 사람은 나뿐이란 걸,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만큼 상황이 최악은 아니라는 걸
랜디에게 집착하며 짝사랑하던 아일린을 보면 끔찍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했다.
누군가를 그렇게 병적으로 좋아하는 일이 쉽진 않을 것 같다,
아름다웠다. 한 편의 시였다. 이
부분은 랜디를 바라보는 아일린의 시선을 표현한 부분이다,
시처럼 아름답게 느끼던 랜디도 새로운 애착이 시작되자 보잘것없는 군중 속의 얼굴 하나, 너무 여러 번 읽어서 이젠 아무런 감흥 없는 옛 신문 속 이야기처럼 칙칙하고 무의미하게 퇴색되곤 한다, 사랑이란 그런 것 같다, 관점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나의 마음 그리고
시기에 따라 같은 것도 다르게 기억되곤 한다, 무엇이 진짜인지는 결국은 모른 체 간직하게 되는 그런
것
예전에는 뭔가를 아는 것 같았는데 여전히 모르겠고 앞으로도 모를 것 같다.
그런 남자를 사귄 나는 바보였다. 남자 전반에 관해서도 바보였다. 사랑에 대해 배우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온 동네의 문을 다
두드려보고 나서야 맞는 집을 찾았다. 지금은 마침내 혼자 살고 있다.
P.267
이 부분은 정말 내가 쓴 것 같단 착각마저 들었다. 조심성이 많은
나는 누가 봐도 당연한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하고 확인 받고 싶고 불안해하고 조급했던 것 같다, 이런
미성숙한 나를 거쳐 지금은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오롯이 나로써 존재하는 사람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그 동안 나를 거쳐간 연인들이 불쌍하기도 하다, 얼마나 피곤했을까? 할머니가
된 아일린이 만약 다시 젊은 24살의 아일린이 된다면 다른 선택들로 그녀의 인생을 채워갔을까?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이렇다. 아름다운 곳에서 산다. 아름다운 침대에서 잔다. 아름다운 음식을 먹는다. 아름다운 곳들을 따라 산책한다. 사람들을 마음 깊이 좋아한다. 밤에 내 침대는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 위에 나 혼자 누워 있으므로. 고통이나 기쁨으로 쉽게 울며 그걸로 누구에게도 사과하지 않는다. 아침이면
밖으로 나가 또 하루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런 삶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다. P.356
응원한다, 우울하고 칙칙한 아일린,
보잘것없는 아일린, 자기를 미워하고 징그러워하던 아일린
남 같지 않고 마치 내 마음속 어딘가에 살고 있는 나 같은 기분. 하나도
겹치는 공통점은 없지만 공감할 수 있는 마음. 그녀가 만들어낸 가짜 친구들처럼 말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엔 만족함을 알고 사는 삶이 되어 안도감을 느꼈다.
책 초반의 인생을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에 비유했는데 처음엔 머리가 띵한 느낌이 들 정도로 공감했다. 내 것이 아니고 기간도 정해진……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도서관 책도 온전히 내 것으로 흡수 할 수 있으며 기간 역시 다시 빌리면 그만이지 않을까?
조금 더 애착을 같고 살고 싶다. 소중하게 한 글자 한 글자를 읽어
나가는 마음으로
우리 가족이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끔찍한 사람들이
아니었고, 당신들보다 특별히 더 나쁠 것도 없었다. 우리의
결말, 우리에게 생긴 일은 그저 운의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P.361
아일린 역시 그렇게 최악이고 끔찍한 여성은 아니었다, 충분히 사랑스러운
구석도 있는 그런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람 고향을 떠나게 되고 새로운 삶과 모습으로 지내게 된다. 늙은
리나(아일린의 새이름) 는 어린 아일린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떤 상황은 우리의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발생하기도 한다,
상황에 휩싸일 수는 있지만 중심에 나는 굳건히 있길 바라본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