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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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은 서평 대상이 된 책뿐 아니라 서평자 자신의 지력, 매력, 멍청함, 
편견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좋은 기회다.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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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중간중간에 그림과 제목, 작가, 년도가 표시되어 있어 좋았고 책의 뒷부분에 모든 그림이 한 번에 정리되어 있어서 더 좋았다!

모든 글쓰기의 도입 부분이 가장 어렵다. 
어떤 말로 시작하는 게 좋을지를 고민하다 보면  계속 미뤄지게 된다. 잘 쓴 글이란 어떤것인가? 
예전엔 멋있는 문장들, 마음에 꽂히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그렇긴 하지만) 무엇보다 정확하게 읽히고 이해하기 쉬운 글이야말로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나에겐 그런 글들이었다. 
목차에서 나타나듯 저자인 김영민 교수님은 제목 짓기의 달인이 아닌가 싶다. 
글 전체의 내용을 포괄하는 문장과 정확한 주제를 
명시하는 소제목이 해당 내용을 찾아보기 편리하다.
삶의 팁을 보는 거 같기도 하고 대학 강의를 듣는 기분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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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찾으려면 우선 많이 읽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이런 분야의 글에 흥미를 갖는구나', '난 이런 문체를 선호하는구나', '이런 책은 어렵지만 읽어 두면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나에 대한 기본 정보를 축적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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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은 편독을 막아주는 좋은 방패 역할을 해준다.  
특히 평소라면 읽지 않을 부류의 책들도 접하게 된다.책이 별로라서가 아니라,제목만 보고 단정 짓는 내 편협한 사고의 문제이다.
책을 다 읽고 가장 먼저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너무 유명한 책이라 당연히 읽었을 것 같지만 남들 다 읽을 때 따라 읽기 싫어서 안 읽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얼마나 우둔한가? 
하지만 읽을 또 다른 글이 남았다는 사실이 뭔가 기대되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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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서평에 관련된 부분이 나온다. 
유독 그 부분을 정독해서 읽었다. 
그동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던 부분을 바로잡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다.
책 한 권이 사람이라고 가정한다면 내가 이 친구를 어떻게 소개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비친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 책임감을 가지고 읽고 쓰는 행위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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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 과도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아름다운 지적 여정
나탈리 크납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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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한참 전인데 이제서야 서평을 남긴다.
나의 게으름이 주원인이지만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철학 책은 어렵다.
글이 어려운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곱씹다 보면 소화가 더디다.
여전히 많은 걸 잘 모르겠지만 30대 초반의 내가 느낀 걸 기록해둬야 훗날 길을 잃거나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불확실하다. 확실한 거라곤 하루가 24시간이고 어쨌거나 내가 이 하루를 운영한다는 것인데, 매일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곤 한다. 외부적 요인도 내적인 요인도 모두 말이다.
이런 부류의 책들을 읽으면 알 수 없는 공허함에 사로잡힐까 미리 걱정하곤 한다.
하지만 나탈리 크납의 글들은 나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어 주었다.

뻔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써 내려가면 나도 모르게 '네가 해봐라 말이 쉽지' 이런 삐딱한 마음으로 글을 씹어 내려가는데, 저자의 단호하지만 부드럽고 설득력 있는 글에 순한 강아지처럼 '네 맞아요 그럼요' 하며 수긍했다.

프롤로그에 어떤 문장이 기억에 남아 다이어리 첫 장에 적었다.

✑바로 자연만큼 오랫동안,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검증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면 우리 스스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비가 아무리 많이 내려도 결국은 그칠 것이고 미친 듯이 더운 여름날도 언제 그랬는지 기억 안 나는 선선한 가을로 탈바꿈되고 어쩌면 우리의 삶도 이런 게 아닐까?

불가능해 보이지만 결국은 흘러가는… 

2016년 여름 처음으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말이 좋아 전원생활이지 시골 생활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12년간의 해외 생활 후 돌아온 한국은, 줄곧 도시 생활만 하던 나에게 신선함과 힘듦을 동시에 선물해 주었다. 거절할 수 없는 선물. 내가 좋던 싫던 모두 감수해야 하는 생활이다. 물론 좋은 점이 훨씬 많지만…(웃음^^;)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만간 다시 유럽으로 이민 갈 생각에 뿌리를 온전히 내리지도 그렇다고 묻은 흙을 탁탁 털어 내지도 못한 채 몇 년이 흘러갔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책의 제목처럼 불확실하다.하지만 지금 당장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한나 아렌트를 좋아하는데 저자가 그녀의 말을 인용해서 반가웠다. 

우리와 같은 삶의 상황에 놓인 사람은 오직 우리밖에 없으며, 인생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만나다 해도 그것이 꼭 우리의 잘못 때문에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주어진 수단으로 진정 노력하고 있다면(결과와 상관없이) 우리가 늘 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장이 '봐야 한다'라고 닫혀있어서 좋았다. 글을 읽고 쓰는 행위를 사랑한다. 
가끔 내 문장은 너무 겸손한 척, 바른척해서 쓰고도 부끄러울 때가 있다.( 주로 그런 문장은 올리진 않지만)

책을 읽다보면 익숙한 독일 소설들도 등장한다. 괜히 내 책장으로 가서 그 책이 어디쯤 꽂혀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단순히 희망만 주는 책은 아니다. 시련과 죽음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역시 말하고 있다. 무거운 내용이라 서평을 쓰기 힘들었고 고민도 많았다. 읽고 나서 삶에 대해 들여다보는 마음가짐이 절로 들었다. 옆에 두고 계속 읽고 싶은 그런 책이다. 비록 한 권하지만 여러 권의 책을 압축하고 있어서 오래도록 계속 찾아 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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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개정증보 2판) - 복잡한 세상 명쾌한 과학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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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피의 법칙은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를 말해주는 법칙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 것을 무리하게 요구하고 있는가를 지적하는 법칙이었던 것이다. P47

아나톨 프랑스는 이런 말을했다. “우연이란 신이 서명하고 싶지 않을 때 쓰는 가명이다.” 우리는 구체적인 원인 없이 무작위적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우연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원인이 있는데도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막연히 우연이라고 부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은 명확한 법칙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하며, 따라서 우연적인 사건을 기술하는 확률과 통계에 익숙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확률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 재수나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거나, 확률에 관한 오해가 살인자를 무죄로 풀어주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P61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판매 전략이 아니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와 판매촉진을 위한 서비스가 충돌할 때 과연 그 제공자들은 무엇을 따를까? P172

 
최근들어 과학 서적을 읽을 일이 많아지고 있다. 과학에 흥미가 없다고 단정 짓곤 했는데 얼마전 읽은 화학 관련 서적을 시작으로 어쩌면 내가 호기심이 많고탐구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과학 콘서트는 중학교때 읽었던 책인데 정말 놀랍게도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고, 더 놀라운 점은 나이가 든 지금 읽었더니 훨씬 재밌단 사실이다. 그동안 살면서 배워 온 작은 지식들과 내 전공 분야가 과학을 만났을 때의 발생하는 법칙들을 읽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곤 했다.

내가 갖고 있던 편견 중 하나는 과학자들은 따분하고 연구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란 것인데… 이건 정말 나만의 착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과학적 사실을 알게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로와 격려가 감사했다. 글자 안에 내포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과학 속 숨어있는 작고 귀여운 배려들이 눈에 띄었다. 여전히 과학이란 학문은 내게 어렵고 익숙하진 않지만 적어도 기피하거나 꺼려하진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로 과학 콘서트가 출간된 지 20년이 됐다고 한다. 두 번째 커튼콜 파트를 읽는데 세 번째, 네 번째 아니 무수한 다음 커튼콜이 기대된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건 참 어려운 일인데, 그런 책이라 고맙다. 

시간이 지나도 그 자리에 있을 테니까

급변하는 생활 속에 믿고 읽을 수 있는 책의 존재가 소중하다. 적어도 나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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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착각 - 허수경 유고 산문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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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그 착각을 잠자는 방의 전등에 걸어두었다. P13

허수경 시인의 이름을 읖조리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지만 그의 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작은 것들도 애틋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눈을 글을 통해서 느낀다. 

난 쉼보르스카를 좋아한다. 난 허수경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들은 많지만 좋아한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대상은 희소하다.
오늘의 착각. 제목처럼 우린 수많은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상대의 진심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기도 하고 때론 나의 진심마저도 왜곡된 시선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사실 이젠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도 지친다.
모든 게 다 나의 착각이면 또 어쩔 건가?

가끔 난 내가 드라이플라워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분명 꽃이지만 꽃이라고 말하긴 왠지 부끄러운...
그 자리에 항상 있지만 언제 바스러져 버릴지 모르는 상태가 마치 나 같아서
드라이플라워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이 역시 나의 착각이겠지.

영원할 거란 착각을 해왔던 날들이 있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까 당연한 거라고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세상엔 당연한 건 없는 거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이 책을 읽으면서 단정하게 정돈된다. 시인의 글엔 그런 힘이 실려있다.

✑물고기 모빌을 침실의 전등 밑에 걸어둔 다른 이유는 아마도 바다 근처에서 태어난 자가 습득한 본능이었는지 모르겠다. 타인의 본능은 모르지만 나는 그랬다.봄을 알려주는 것은 연두의 빛이나 봄꽃이기도 하지만 나에겐 바닷빛이 변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태어난 곳의 봄바다는 봄이 오기 시작하면서 연두를 띤다. P14


✑이곳에 있는데 이곳에 없다는 느낌.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하나씩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 섬뜩한 것은 이것이 착각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는 데 있다. 언젠가는 너를 잃어버릴 거라는 이 확연한 사실을 착각으로 위장하여 저녁 어둠에 놓아두는 것 . p28

✑착각에 머물다가 홀연히 깨어나는 것은 행운에 속한다, 착각이라는 단어 속에는 광기에 이르는 ‘착란 상태‘에 대한 예감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착각은 파탄의 입구이다. 착각이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 인간의 시간은 무작정 헝클어져버린다. 앞의 일에서 착각이 일어났지만 뒤에 올 일이 착각 상태에서 인간을 해방시키지는 않는다. P30

✑태양은 길게 자리를 비웠다가 짧게 돌아와서는 다시 가버리고 그 자리에는 차가운 어둠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p47

✑믿음이 가져온 착각. 언제나 그랬기에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가정이 가져온 착각. P55


✑하긴 착각이 진실의 그림자이기도 하니까.p68


✑모두 알다시피 우리는 두 번의 삶을 살 수 없다. 반복할 수 없으므로 안쓰럽고 그래서 자주 다른 곳을 떠올린다. P84



✑착각의 영상은 유영이다. 부유하는 기억. 그 가운데 착각은 말한다. 나, 여기에 있었다고. 숨 죽이며 그러나 떠돌며 그러나, 내가 있는 곳은 여기,인식론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존재의 가장자리, 기억(혹은 시간의 흐름)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나.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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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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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둠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요. 갑자기 불이 켜지면 탓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이죠." P126ㅤㅤ

책의 저자는 저널리스트 권석천 선생님이다. 나는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지 못하지만 글에서 따뜻함과 부드러운 단호함을 보았다. 
프롤로그에서 솔직한 고백의 글 때문에 잠시 멍해졌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나 정도면 괜찮은 사람이지'란 오만한 착각이 얼마나 비열하고 옹졸한지에 대해 생각하니 얼굴이 뜨거워졌다. 
책은 칼럼 같은 구성으로 제목을 읽는 순간 내용이 궁금해진다. 그리 길지 않은 매 편의 글을 읽고 있으면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정리되기도 한다. 이런 글들이 나에겐 작은 위안과 안식이 된다. 나보다 민감하게 문제를 지적해 주는 어른의 존재가 있음에 잠시나마 안도를 하며 얼른 다음 글을 찾게 된다.
모든 글들이 힐링템(?)은 아니다.
분명 읽다 보면 갑갑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부조리함에 몸서리칠 수도 있다. 다만 용감하게 문제를 직면할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을 바랄 뿐이다.
나 하나 바뀐다고 뭐 대단한 변화가 있을까? 하는 마음 대신 '나라도 변화해야지' 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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