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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램의 용기 - 앞으로 한 발짝 내딛게 만드는 힘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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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1그램의 용기를 심어 준 책, 1그램의 용기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알게 해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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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편지 쓰는 시간 -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배달된 손으로 쓴 편지
니나 상코비치 지음, 박유신 옮김 / 북인더갭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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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용카드 고지서, 공과금 통지서. 우편함에서 편지찾아보기가 힘들다. 죄다 인쇄된 봉투에 때맞춰 돈 내라는 혹은 돈 냈다는, 편지를 가장한 고지서와 영수증들 뿐. 멀리 전학 간 친구에게 편지를 부치고선 이제나 저제나 답장이 언제 올까. 우편함을 열었다 닫았다 했던 그 시절은 이제 옛말이다. 그래서일까. 간혹 누군가에게 손 편지를 받게 되면 어느새 그 시절 꼬마아이로 돌아가 조심스레 봉투를 뜯는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스마트폰 메신저로 들어온 메시지처럼 날름 읽어버리기에는 그 편지가 너무 아까워서. 한 줄 한 줄 꾹꾹 눌러쓴 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러나 나에게 있어서 나와 함께 있었을 때 언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 본질을 내 손으로 만지고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40여년의 세월 동안 언니와 주고받은 엽서, 생일카드, 편지처럼 종이에 씌어 진 글들입니다. 이런 글들을 손으로 만져보면 나는 아직도 언니를 품에 안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정말 실제로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오래도록 안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45p)

피터가 특정한 수신인(바로 나!)을 위해서 어떤 사건을 일정한 모습으로 만들고 다듬었다는 것이 바로 편지가 가진 고유한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편지는 쓰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에게 유일무이합니다.”(103p)

 

<혼자 편지 쓰는 시간>는 낡은 저택에서 우연히 발견된 100년이 훨씬 넘은 편지꾸러미로부터 출발한다. 저자는 100년 전, 집을 떠나 대학에 입학한 아들이 어머니와 주고받은 사랑스럽고 위트 넘치는 편지를 하나씩 읽어나가며 편지지 한 장이 가진 강력한 힘에 흠뻑 젖어든다. 그리고 그녀는 100년 전에 쓰여 진 편지꾸러미를 계기로 연인, 가족, 친구들이 서로 주고받았던 편지, 그리고 그 편지를 통해 들여다 본 그들만의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손 때 묻은 편지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책상 서랍 한견에 모아둔 편지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가 썼던 편지들도, 또 내가 보낸 그 편지를 그 사람이 아직 가지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만 가득했던 그 사람에게 문자나 이메일 대신 손편지를 써보는 건 어떨까. 그리운 마음, 미안한 마음, 내 속에 담긴 이야기는 하루에도 수 십 번 울려대는 카카오톡 메신저보다는 시간을 내어 직접 고른 편지지에 손수 담아내는 것이 그 진심을 전하기에 훨씬 알맞다.

 

종이, 그리고 펜만 있다면 멀리 있던 그대와 나 사이의 거리는 한 순간에 가까워질 수 있다. 종이, 그리고 펜만 있다면 멀어져 있던 그대와 나 사이의 시간을 앞당길 수 있다. 오래된 편지지가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 그 두드림을 못 들은 체 하지 않고 책상 깊숙이 넣어둔 편지지를 꺼낸다.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펜을 골라서 그대에게 못다 전했던 내 마음을 써내려 간다.

지금은 이렇게 혼자 쓰는 편지이지만, 이 편지가 그대에게 가 닿을 때 혼자가 아닌 우리 사이에 새로운 이야기가 다시 쓰여 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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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용서해야 하는가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원마루 옮김 / 포이에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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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때쯤의 일이다. 무언가 큰 실수를 하고선 혼이 날까 두려웠던 나머지 마치 내가 한 일이 아닌 것처럼 엄마 앞에서 연기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허술해서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이었지만 그 땐 정말 완벽하게 엄마를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던 엄마는 내가 죄(?)를 자백할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결국 양심의 가책을 견디지 못하고 자수를 택한 나는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엄마에게 용서를 빌었고 그런 나에게 엄마는 따끔한 회초리질 뒤에 콧물 범벅인 나를 꼭 끌어안으며 내 잘못을 용서해주셨다.

그때가 아마도 내가 최초로 용서라는 단어를 배우게 된 순간이었으리라. 엄마의 따뜻한 포옹을 통해 나는 용서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란 것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사랑이 앞서지 않고는 진정한 용서란 받을 수도 또 베풀 수도 없다.

 

<왜 용서해야하는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용서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쉽게 상처받는 허약한 사람들이나 용서를 이야기한다고 여기지 마라. 용서는 용서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힘 있게 한다.”(61p) 저자는 용서는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절대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던 상대방을 진정으로 용서하는 순간, 비로소 그 용서의 과정 속에 특별한 일들이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들 중 이정도 일쯤이야라고 가볍게 여길만한 사건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뉴스나 신문에 등장할 법한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사연의 주인공들은 결코 쉽지 않았을 용서의 과정을 통해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이웃, 전혀 모르는 사람, 심지어 가족)뿐 아니라 자신과의 진정한 화해를 이루어 나간다. “사실 제가 그를 용서한 이유는 아주 현실적이에요. 피해를 입으면 사람들은 흔히 복수와 용서 중에 하나를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복수를 선택하면 분노하는 데 삶이 다 소진되고 맙니다. 복수는 일단 하고 나면, 사람의 마음을 텅 비게 하는 위력이 있으니까요. 분노는 만족을 원하고, 그것은 상습이 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용서는 앞으로 나아가게 도와주죠.”(109p) 어린 시절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쏜 뒤 습지에 무참히 버려두었던 한 남자를 끝내 용서한 크리스의 고백이다.

 

원수를 친구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은 사랑에만 이다. 미움에 미움으로 맞선다고 적을 없앨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적대감을 없애야 적이 사라진다. 미움의 본성은 파괴와 분리다. 그러나 사랑의 본성은 창조와 건설이다. 구원의 능력으로 사랑은 결국 변화를 이뤄낸다.”(69p)

사랑의 능력은 원수를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한다. 용서의 힘은 한 개인 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 이웃 그리고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파장을 일으킨다. 물론 나에게 고통을 준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이 그 누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더더욱 아니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12:21)는 바울의 가르침은 질투, 시기, 분노가 가득한 이 세대에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왜 용서해야하는가. 용서는 바로 선으로 악을 이기는 방법이고, 용서하는 자와 용서받는 자, 이 모두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해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이야기한다. 용서는 여전히 어두운 과거에 머물며 분노와 증오의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있는 당신이 그 고통의 사슬을 끊고 새롭게 앞으로 나아가게 할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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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뇌 영혼 신 - 심리학과 신앙에 관한 허심탄회한 대화
말콤 지브스 지음, 홍종락 옮김 / IVP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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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으로 검토된 신앙>

사실 그동안 내가 심리학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대학시절 ‘심리학기초’라는 교양수업시간에 들었던 내용이 전부였다. 그나마 졸음을 이기며 들었던 수업내용도 이제는 흐릿해져버린 나에게 말콤 지브스의 <마음 뇌 영혼 신>은 그야말로 ‘도전’에 가까운 책이었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생각하는 ‘가볍고 재밌는 심리학’보다는 ‘깊이 있고 무게감 있는 심리과학’에 해당하는 저서였기에 글을 읽어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저자인 말콤 교수와 가상의 학생 벤의 대화를 천천히 따라가는 동안 이제껏 낯설게만 느껴졌던 심리과학에 조금은 다가선 기분이다.

저자는 마음과 뇌의 관계, 인간의 자유의지, 영혼 등과 같은 쉽지 않은 주제에 초기 심리학자들의 가설에서부터 최근 심리학계의 다양한 연구결과까지 광범위하게 다루며 접근한다. 이 책의 장점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신경과학, 사회심리학, 진화심리학 분야를 특정인의 주장이나 이론에 편향하여 다루지 않고 다양한 입장의 연구결과들과 저자의 견해를 적절하게 제시하여 독자들이 인간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준다는 점이다. 

“뇌량의 기능을 40년 동안 연구해 온 저명한 연구자 마이클 가자니가는 ... 분별없는 환원주의의 오류를 폭로하는 데 열정이 있는 사람이야. 그는 차량 부품을 연구한다고 해서 교통의 흐름을 설명할 수는 없는 것처럼 신경과학은 자유의지 같은 거시적 수준의 현상을 미시적 수준의 설명으로 담아내려는 경향을 버려야 한다고 했어.”(85p)
저자는 과학이론이 가지는 한계에 대하여 분명히 이야기하면서 한 가지 특정 이론이나 학문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해석하려하는 환원주의적 태도를 경계한다.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이 성경에서 배운 대로 만물을 창조하시고 보존하시는 분임을 기억할 때,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주시는 지식과 그분의 우주를 이해하는 도구인 지성을 통해 주시는 지식이 궁극적으로 충돌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어. 하나님이 모든 진리의 조성자라고 믿기에, 두 출처에서 나오는 설명이 궁극적으로 충돌하지 않을 거라고 믿을 수도 있지. 물론 둘이 조화를 이루기까지 많은 수수께끼를 풀어야 할 테고 치열하게 사고해야 할 거야.”(260p)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많은 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우리의 지성과 영성은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함께 조화를 이루어야하는 것이라 이야기한다. 

“성경은 우리의 지성과 합리적 사고력을 사용하라고 강하게 촉구하지 않니? 위대한 과학자 로버트 보일과 그가 촉구한 내용을 얘기하며 우리 대화를 시작했던 것을 기억할거야. 그는 우리의 지성을 온전히 발휘하여 ‘검토된 신앙’을 가지라고 말했어. 그보다 더 먼 과거에는 사도 바울이 ‘합리적인’ 또는 ‘추론하는’ 신앙을 가지라고 촉구했지.”(199p)
분별력있는 신앙인으로서, 과학적 사고와 신앙사이의 균형이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저서이다. 여전히 다 소화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한 번 더 정독하며 검토된 신앙에 한 발더 다가서고픈 욕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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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아려본 세월 - 4.16이 남긴 것
김민웅 외 지음 / 포이에마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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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눈물과 비탄에 잠겨있다. 네팔에서 일어난 대지진으로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4천명이 넘는다. 자연이 흔들어 놓은 땅 위에 수많은 사람들이 시든 꽃처럼 쓰러져버렸다. 누군가를 잃어버린다는 고통을 다른 어떤 것과 비견할 수 있을까.


꼭 1년 전이다. 이제는 결코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이름. '세월'이란 두 글자가 우리에게 남긴 시퍼런 상처와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자연재해가 아니라 명백한 인재였던 세월호 사건. 1년이 지난 지금 여러 분야에서 세월호 사건을 되돌아 보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헤아려본 세월>은 신학자, 작가, 목회자 등 11명의 기독ᆢ교인 지식인들이 세월호를 돌아보면 쓴 글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상당수가 기독교인이지만 사랑하는 자식, 혹은 부모 형제를 떠나보낸 뒤에는 교회에서 점점 멀어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찌보면 가장 위로받아야 할 곳에서 오히려 상처가 더 벌어지고 곪아갔기 때문은 아닐까. 이 책은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세월호의 아픔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어떻게 행동하고 나아가야할지 생각해보게 한다. 어설픈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아픔을 함께 나누고 짐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것은 백소영씨가 '슬픔과 분노를 공동 기억으로 승화하기’란 글에서 제안한 공동의례를 통한 ‘세월절’ 제정이다. 아주 긴 세월동안 나라 없이 뿔뿔이 흩어졌던 유대인들이 끝까지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을수 있었던 것도 유월절이란 절기를 철저하게 지켰기 때문이다. 우리도 세월절을 지킴으로 더 이상 똑같은 실수와 재앙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안티고네의 경우는 어떠한가. 죽음을 무릎쓰고 오빠의 장례를 치르려했던 그녀의 용기는 세웘호 인양을 앞두고 경제적 손실을 운운하며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한다. 물론 현실을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세상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이 훨씬 많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일 수록 더욱 그러하다.


'세월호는 망각속에 가라앉고 기억 속에 인양된다'(224p)는 말처럼 슬픔의 애도를 넘어서 끝까지 기억하는 것, 그것이 살아남은 우리들이 마땅히 할 바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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