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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온 편지 ㅣ 작가정신 소설향 23
장정일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얇은 두께라 부담스럽지 않겠구나 싶어 펼쳤는데, 왠걸 좀 부담스러웠다.
들어보십시오. 나는 부소입니다. 나는 부소이자, 나는 부소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의 가면입니다. 그러나 이건 소설도 아니고 평전도 아니고 역사는 더욱 아닐 겁니다.
내 기억 속 부소라는 인물은,
진시황의 첫째 아들로 아버지에게 간언을 올렸다가 노한 진시황이 감독이라는 명목으로 북쪽 변두리로 쫓아낸 아들. 후에 조고와 이사가 꾸민 가짜 칙명-자결하거라-을 받고는 두말하지 않고 자결한 어찌보면 효성스러운 아들이요 어찌보면 참으로 멍청하고 미련한 남자였다.
그런 그가 이 책에서 멀미가 날 정도로 떠들어댄다. 시간을 넘나들며.
무언가 '나 억울하오~ 내 말 좀 들어보시오~' 라는 하소연인가 했더니,
말만 부소가 할 뿐 이야기는 온통 그의 아버지 진시황에 대한 거다.
부소와 진시황의 관계, 부소와 몽염과의 관계를
프로이트의 이론에 따라 어쩌고~할 생각은(아니 능력은) 없다.
단지,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부소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는 부소니깐.)
야릇한 미소를 한번 보여줬을 뿐, 아무말 하지 않고 있는 진시황이 대비가 된다면 대비가 된다는것 뿐.
어디까지가 뻥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건지..거침없는 글빨이라는 건 이런걸 의미하는걸까?
중간 중간 등장하는 비속어 뜻을 몰라 찾아본다고 잠깐 흐름 끊긴 것 말고는 얇은 분량만큼 후딱 넘어갔다. 다른건 모르겠으나 재미있는 구석이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