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 떠는 남자 - 마음이 가벼워야 인생이 가볍다
박성만 지음 / 유노북스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마음이 가벼워야 인생이 가볍다.”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문장이다. 수다를 통해 마음을 가볍게 하고, 마음을 가볍게 해서 인생의 무거움을 덜어내자는 제안은 매력적이다. 무거움을 덜어내는 수단마저 무거운 것이라면 그건 너무나 고단한 일이 아니겠는가.

 

 

2016 3 1일자 매일경제 신문에는 『밀리면 끝장투쟁적 경쟁 만연전 세대에 번아웃증후군퍼져』 제하의 기사가 실렸다. “우리 사회가 이제는 피로 사회를 넘어 온몸이 타들어가 재밖에 남지 않을 만큼 탈진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야흐로 고단한 시대를 넘어 탈진의 시대가 도래했다.

 

 

피로가 심해지니 피로를 푸는 방법도 달라지는 것일까. 삼십대 중반을 넘어서자 동년배 친구들은 모여도 거의 술을 마시지 않는다. 가볍게 식사를 하고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런저런 쓸데없는 농담들을, 근황들을, 그리고 때로는 고민들을 가볍게 풀어놓고 가볍게 대꾸한다.

 

 

직접 경험해보니 수다는 가장 적은 체력으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남자들의 전통적인 스트레스 해소법인 술이나 스포츠는 체력부담, 경제적 부담 및 시공간의 제약 때문에 수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스럽게 여겨진다. 그래서 남자들의 수다를 이야기하는 이 책이 시의적절하게 느껴진 것이리라.

 

 

책은 남자들의 수다를 몇 가지로 분류해서 다루고 있다. 친구들과의 성() 수다, 사회적인 관계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수다, 부부간의 수다, 가족과의 수다 등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은 가족과의 수다였는데, 그건 이 책의 저자가 예순을 앞두고 있는 나이였기 때문이다.

 

 

그간 읽었던 많은 심리학 서적들은 대부분 여성의 관점이나, 이삼십대의 관점에서 다루어진 것이었다. 아버지 세대의 남성에 대해서, 그들이 겪어온 역사적 맥락을 고려하면서, 현재 그들이 자식 세대와의 관계에서 처하게 된 상황, 그들의 입장, 그들의 감정을 그들의 시선에서 보편적으로 다룬 서술은 이 책에서 처음 접하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말없음은 무자비하거나 한없이 답답한 것이 아니고, 현 시대에는 맞지 않는 낡아버린 가치여서 이제는 버려져야 할 무엇이기 이전에, 아버지 세대가 그 시절을 살아오면서 몸에 새길 수밖에 없었던 어쩔 수 없는 한계 같은 것이었다. 아버지는 한번도 본인의 한계에 대해서, 그 한계를 자식 세대와의 불화로 체감하는 것에 대해서 자신의 기분과 감정이 어떠한지를 이야기하지 못했다.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했다는 것, 그것이 아버지 세대의 보편적인 한계이며 그들의 보편적인 슬픔이라는 것을 이 책이 알려주었다.

 

 

수다는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고, 수다는 가장 오래 우리를 위로해 줄 수 있는 탁월한 수단이다. 삼십대의 남성들은 그 이전 세대의 남성들 보다 훨씬 더 수다를 잘 떨 수 있다. 그 평균적 우월함이 이전 세대에게 물려받은 사회적 환경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라면, 아버지 세대의 수다적 무능함에 대해서 우리는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에 쓰인 몇 몇 이야기들은, 우리가 흔히 꼰대의 시각이라 비판해 온 오륙십대 남성들의 답답한 소리로 들렸다. 하지만 그 소리가 예전처럼 소스라치게 싫기만 한 것이 아닌 이유는, 책의 나머지 부분을 통해서 아버지 세대의 수다를 들었기 때문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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