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 수업 - 삶의 길목에서 다시 펼쳐든 철학자들의 인생론
안광복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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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광복 저자의 신간, <서툰 인생을 위한 철학수업>을 읽었다.


오랫동안 철학 관련 서적을 읽지 않아 삶에 대한 가치관이 조금쯤 흐트러진 상태. 부족해진 철학력을 보충하고자 읽기 편할 철학책을 고른 것인데, 취지에 어울리는 책이었다.

책은, 저자가 분류해놓은 4개의 틀에 따라서 32명의 철학자를 소개하고 그들의 삶과 저작에 대해 짤막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어려운 용어나 철학사적 맥락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어서, 철학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어려움없이 모든 이야기를 소화할 수 있다.

나는 책을 읽다 인상 깊은 구절이나 내용을 만나게 되면 페이지 윗부분을 접어두는 습관이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접어둔 페이지만 다시 펼쳐보는데, 이때 유달리 좋은 부분은 페이지 아랫부분까지 접어둔다. 이 책에서 위아래를 다 접은 페이지는 한 곳뿐이었는데, 거기엔 고대 철학자 세네카의 문구가 큼지막히 적혀있다.

"우리가 사는 것은 인생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그냥 시간을 흘려보낼 뿐이다."

시간관리를 화두로 삼아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간 많은 시간들을 두서없이 흘려보냈다는 것이다. 나는 부산했지만 목적지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지도, 내가 어느 좌표에서 어느 정도로 노력하고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보다 의미있게 쓰일 수 있었던 많은 시간이 조급함 속에서 그냥 낭비된 것이다.

만약 시간관리라는 개념을 계속 알지 못했다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사이 인생의 대부분을 그냥 흘려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조금 서늘해진다. 더 많은 것을 사랑할 수 있었다는 것을 인생의 종반에서 알게 된다면, 그건 참으로 애석한 일일테니까.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 책의 미덕이라면 많은 철학자와 그들의 사상에 대해 독자가 흥미를 느낄 만한 단서를 아주 찾기 쉽게 놓아두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호흡이 간결한 문장과 쉬운 어휘로 마치 친구와 안부를 주고 받듯 이야기를 건넨다. 그러면서도 철학자들의 정수가 담긴 하나의 문장, 예를 들어 니체의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와 같은 문구를 친절히 소개한다.


각 철학자들의 정수가 담긴 대표적 문구와 그에 대한 편안한 해석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부닥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선배 철학자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철학을 더 많은 대중에게 친숙하게 만들기 위함이 목적이라면, 이 책은 그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특히 좋았던 점은 소개된 철학자의 인생을 한 페이지 정도 분량에 간략히 요약해주어, 소개한 철학자의 사상과 그의 인생을 나란히 놓고 볼 수 있었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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