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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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으로 오쿠다 히데오라는 소설가를 처음 접했다. 전작들에 대한 평가를 보건대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상상력의 작품들을 써온 듯 했지만 이 작품은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꿈의 도시>는 평범한 사람들의 부조리한 욕망과 그 욕망이 다다르는 파국을 그려보인다. 꿈의 도시라는 유메노시에서 벌어지는 이 파국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독자의 가슴을 씁쓸하게 눌러온다.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무겁게 빛나는 작품이다.

최근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와 <돈 사용설명서>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타인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방법의 윤리성이나 합법성에 대한 고민은 멀어지고, 어떻게 하면 이 사회 system의 허점을 이용해서 보다 쉽게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어느덧 나는 바람직한 인문학도에서 효율적인 경제학도로 변했는데, 그 변화가 아무런 경고음도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눌러온다. 의식이 생생히 깨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변화는 악화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씁쓸한 작품들을 읽으며 일종의 힘겨움을 느끼는 까닭은 파국으로 이르는 그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빈번히 일어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구성되기 때문이다. 흔한 특성과 흔한 인물의 흔한 행동이 마침내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보면서, 그 흔한 행동들에 내재되어 있는 의식의 잔인함과 비열함을 생생히 들여다보면서 작품을 읽는 이는 커다란 혐오감을 느끼는데, 그 혐오감에는 자신 또한 혐오의 대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좌절이 섞여있다. 때문에 이런 작품들은 독자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비용을 요구한다. 꿈의 도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러한 정서적인 비용은 아무런 저지선도 없이 경제적 논리에 따라 인간에 대한 존중심을 잃어가는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브레이크 작용을 한다. 성공이라는 이름의 유일신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 어떤 파국을 맞게 되는지를 보면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반성이 힘겨운 것은 반성전의 삶의 관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일 것이다. 나로서는 경제적 안락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음질하던 내 삶을 다시금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 곳에도 도달하지 못한 자의 뒤돌아봄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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