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자의 탄생 -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투자 대가 17인의 삶과 투자 전략
로널드 챈 지음, 김인정 옮김 / 에프엔미디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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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사실 그대로 바라보기

『가치투자자의 탄생』은 17명의 가치투자 대가들의 삶과 투자 전략을 요약하여 엮었다.
서문에서 언급하듯, 이 책은 '성공적인 투자에 이르는 길은 단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가치투자는 성공을 위한 포괄적 원칙이며, 그 원칙 안에서 다양한 전략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대가들의 투자 스타일이 저마다의 시장 환경, 성격, 경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책의 고유한 매력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서구의 유명한 대가들 - 하워드 막스, 월터 슐로스 등 - 뿐만 아니라 비교적 최근에 탁월한 성과를 보인 유럽과 아시아의 가치투자 대가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단 점이다. 그 덕분에 미국에서 발생한 가치투자 개념이 유럽과 아시아 주식시장의 뛰어난 가치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볼 수 있다. (주로 미국의) 투자 대가들의 이야기와 국내 주식시장 상황의 괴리가 커서 투자 방식을 많이 고민했던 가치투자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 간극을 메워주는 '사형제(주로 유럽과 아시아의 덜 알려진 가치투자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텡은 서구에서 개발된 가치투자 전략을 지지하지만 아시아 시장의 커다란 변동성을 감안해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흥국은 성장률이 높지만 정치, 기업 지배구조, 짧은 경기 순환 주기, 낮은 유동성으로 인해 위험 역시 더 큽니다. 신흥국 경제에서 시장이 조정을 받는다면 20~30% 하락을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폭락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이죠. 주식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변동할 수 있는 만큼 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장기 매수 전략은 시장에 못 미치는 수익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매매를 일으키라는 뜻은 아니지만, 시장이 행복감에 도취되어 있거나 주가에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었다면 차익을 실현하고 시장이 조정을 거칠 때 다시 매수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 260p, <텡 응이예크 리엔(싱가포르)>

초소형주와 소형주 영역에서 PBR과 부채 비율이 낮은 주식을 선별하는 아이디어는 단순한 이론적 훈련으로만 의미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투자 아이디어가 실행 가능한지 여부다. 투자 아이디어의 실행 가능성은 주식의 유동성, 기업의 소유 구조, 지배 주주 가족이나 고위 경영진이 제시하는 유인책에 달려 있다. 이런 질문에 답하려면 회사를 방문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등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가치투자자를 지치게 만들지도 모르지만 이것은 일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필수적인 예비 작업니다. 이 단계를 소홀히 하면 극히 위험하다. 
- 201~202p, <필립 베스트(스위스)>

책의 구성은 아래와 같이 세 대륙의 투자자들을 다루고 있다. 
1. 미국 : 하워드 막스, 월터 슐로스, 어빙 칸, 토머스 칸, 윌리엄 브라운
2. 유럽 : 장마리 에베이야르(프랑스), 프란시스코 가르시아 파라메스(스페인), 알바로&페르난도(스페인), 필립 베스트(스위스), 앤서니 너트(영국), 마크 모비우스(영국)
3. 아시아 : 텡 응이예크 리앤(싱가포르), 아베 슈헤이(일본), 브니 예(홍콩), 킨 챈(홍콩), 체아 쳉 하이(홍콩).

책을 읽고 배운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 브니 예의 언급과 같을 것이다.

"많은 투자자와 투자서가 올바른 투자 스타일과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방식의 옳고 그름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투자 스타일을 정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차분하고 인내심이 있다면 가치투자가 맞을 겁니다. 성격이 급하고 공격적인 성향이라면 트레이딩에 가까운 접근법이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는 어떤 고정된 형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질에 맞는 투자 방법을 파악하고 시간과 경험을 통해 전략을 개선해나가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항상 자기 자신과 싸우게 될 겁니다!" 
- 298p, <브니 예(홍콩)>

아마도 이 때문에, 저자는 가치투자대가들의 태생, 가정환경, 시대상황, 성격을 먼저 드러낸 다음, 그들이 투자에 입문하게 된 경력을 추적하고, 그 다음 그들의 투자 전략을 설명한다. 독자가 자신의 투자 전략을 점검할 때 이 책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태생, 가정환경, 시대상황, 성격을 먼저 파악한 다음, 투자에 입문하게 된 경력을 추적한다면 스스로의 전략에 대해 보다 단단한 뿌리를 갖게 될 것이다.

책을 읽고 스스로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보면서, 자기자신에 대해서 막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실은 흐릿한 감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었다. 투자 전략의 기초가 되는 자신의 기질, 그 기질의 특성, 그 특성이 형성된 배경 중 무엇 하나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게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자신을 분명하게 파악하길 미루어 온 원인 중 하나는 올해의 건강검진을 내년으로 미루는 사람의 심리처럼 현재 상태의 자기자신을 점검해 보았자 좋은 평가가 나오기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평가를 미룬다고 상태가 좋아지지는 않으니 입맛 쓴 결과를 받게 되더라도 자신의 현재를 점검해 봄이 좋을 듯하다. 감정을 섞지 않고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는 훈련은 가치투자자의 탄생에 분명 도움이 될 테니까.

※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응모하여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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