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애널 리포트가 저평가 종목 선택의 지름길이다
송경헌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사업보고서와 애널 리포트는 바텀업 투자자들의 기본 과제다. 읽고 해석할 수 있어야 투자를 할 수 있다.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크게 출렁일 때면 이를 다시 읽으며 어지러운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투자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투자가 이루어진 다음 투자자의 멘탈을 관리해주는 역할도 하는 셈이다.

이 책은 작년에 가투소에서 추천 댓글을 보고 구입했다. 2018년 1월에 출간된 책인데 2020년인 작년에도 초쇄를 구입할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왜 이 책이 널리 읽히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다. 만약 서점에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면, 나는 머리말만 읽고도 이 책을 구입했을 것이다. 아래에 머리말 전문을 옮겨 본다.


머리말

주식 투자로 돈을 벌려면 대세 예측보다는 종목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왜냐하면 대세 하락기에도 오르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대세 상승기에도 하락하는 종목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워런 버핏 등 투자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그런데 종목에 승부를 걸려면 대상인 종목을 알아야 한다. 일부 차트 맹신자들은 기업의 내용에 관심을 두지 말고 오로지 차트에 매달리라고 한다. 그러나 필자는 그렇게 해서 깡통을 차는 투자자를 수없이 보았다. 차트는 종목을 알고 투자하는 데 보완하는 수단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면 종목을 안다는 말은 무엇인가? 현대차(005380)의 글로벌 판매 대수가 500만 대에 육박하고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기술면에서도 글로벌 상위 업체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하면, 현대차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투자자가 종목을 알고자 하는 이유는 투자해서 돈을 벌려고 하기 때문이다. 잘못 판단하면 힘들게 번 돈이 날아간다. 이는 진검승부다. 따라서 현대차 기업의 개요만 알고 투자한다면 백전백패할 가능성이 크다.

종목을 알려면 그 종목(기업)의 사업 전망을 알아야 한다. 즉, 향후 이익 규모가 얼마나 늘어날지 또는 줄어들지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주가는 기업의 이익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이번 사업기에 영업이익 또는 당기순이익이 어느 정도 될지를 알고 투자한다면, 투자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면 향후 이익이 많이 난다는 전제로 매수하면 되는가? 만일 주가가 이를 이미 반영했으면 투자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진다. 현대차의 이번 사업기 이익이 전년 대비 30% 늘어난다면 매수하기에 적합한 종목이 된다. 그런데 현대차 주가가 이 호재를 충분히 반영해 주가가 이미 크게 올랐다면, 매수해서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매수 대상 종목, 즉 저평가 종목은 2가지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우선 사업 전망이 밝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이익이 크게 늘어나리라 예상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이익이 늘어나는데 주가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 현대차가 이익을 많이 낼지 그리고 그것을 주가가 반영하고 있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애널리스트의 종목 리포트에 그러한 내용이 있다. 미국 등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사이트에서 애널 리포트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엄청난 혜택이다.

그런데 상당수 투자자가 애널 리포트를 신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널의 판단이 틀린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애널 리포트를 외면해야 하는가? 아니다. 애널이 판단을 잘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해서 리포트를 멀리한다면 종목을 알 기회가 없어진다. 따라서 애널 리포트 중에서 옥석을 가릴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펀드를 운용하면서 애널 리포트를 보는 데 하루의 상당 시간을 투자했다. 이는 필자뿐 아니라 다른 펀드매니저도 마찬가지다.

그러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펀드매니저는 전문가여서 애널 리포트를 쉽게 소화하지만, 전문 지식이 없는 개인 투자자의 경우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다. 수익추정, 즉 현대차의 금년도 그리고 내년도 이익 예상치를 애널이 추정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회계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애널은 자격을 갖추고 있다. 투자자는 그 추정치가 합당한지 여부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된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필자는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아틀란티스 자산운용(Atlantis Investment Management Limited)에서 오랜 기간 애널리스트로서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을 분석했다. 그리고 한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역외펀드인 아틀란티스 코리안 스몰러 컴퍼니스 펀드(Atlantis Korean Smaller Companies Fund)를 운용했다.

필자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 투자자에게 기본에 충실한 주식 투자를 소개하려 한다.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세상의 근본 이치며, 주식 투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책은 독자가 애널의 종목 리포트를 읽고 애널의 매수 - 매도 의견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수학 공부를 할 때 공식을 배운 후 연습문제를 풀어보면서 그 공식을 확실하게 소화하는 것처럼 이 책은 애널 리포트를 샘플로 실전 연습한다. (...)

필자는 이 글을 쓰면서 초보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했다. 아무쪼록 이 책 한 권으로 성공 투자자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 송경헌


이 책의 미덕은 풍부한 사례 제시다. 저자의 말대로 이론을 설명하지 않고 이론을 실제 사례에 어떻게 적용하는지를 보여준다.

첫 번째 챕터의 첫 번째 소주제는 '사업보고서부터 시작한다'인데, 해당 파트는 오뚜기의 '진짬뽕' 이야기로 시작된다.
신제품의 히트로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고, 사업보고서상 오뚜기의 부문별 매출 중 '면제품류' 매출이 좋아졌으며, 해당 제품이 전체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짚은 다음, 최종적으로 오뚜기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과 주가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짚어준다.

그 다음 사례로는 무학의 '좋은데이'를 든다. 2007년 소주 시장 점유율 8.0%에서 2013년 점유율 15.0%까지 오르는 동안 영업이익은 3배, 주가는 거의 10배가 뛴 사례다. 그러나 무학은 이후 한 가지 큰 실수를 하게 되는데, 수도권에 진출하기 위해 2015년에 광고비와 판촉비 지출을 크게 늘린 것이다. 비용 지출은 늘었는데 점유율이 늘어나지 않자 영업이익이 크게 악화되면서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하고 만다.

이 두 사례를 통해 히트 상품에 의한 시장점유율 증가는 호재이지만, 반드시 '광고비와 판촉비' 증가 추이와 영업이익 추이도 상호 비교해야 한다는 걸 가르쳐 준다.

그 다음은 각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례로 제시되는 기업들은 <서흥>, <한국철강>, <대웅제약>, <현대산업>, <은행보험업>이다.
먼저 서흥의 사례를 살펴보자. 체크리스트는 총 8개다.

① 매출구성
[요약] 서흥의 주요제품으로는 캡슐부문과 원료부문이 있는데, 캡슐부문이 전체 매출의 90% 정도고 원료인 젤라틴 부문이 10% 정도 차지한다. 캡슐부문에는 하드캡슐(35%), 의약품(18%) 그리고 건강기능식품(34%)로 구성된다.

② 수출 비중
[요약] 수출 비중이 37%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다.

③ 매출처
[요약] 서흥의 매출처는 국내 상당수의 제약회사와 다국적 제약회사다.

④ 경쟁사와 시장점유율
[요약] 서흥은 국내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고(95% 이상의 시장지배력) 해외시장에서 점유율 8%로 3위의 회사다.

⑤ 판매단가와 원자재 가격추이
[요약] 판매단가와 원자재 가격은 큰 변화 없음.

⑥ 설비 투자
[요약] 서흥은 현재 진행 중인 설비 투자가 없으며 투자 계획 또한 없다.

⑦ 신제품과 신규사업
[요약] 서흥은 현재 신제품과 신규사업이 없다.

⑧ 계열회사
[요약] 서흥의 주요 종속회사는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서흥베트남이다


다음 사례인 '한국철강' 역시 서흥과 마찬가지로 일반 제조업이기 때문에 체크리스트는 동일하다. 반면 <대웅제약>과 <현대산업>은 제약 및 건설업종(수주산업)으로서 체크리스트가 아래와 같이 달라진다.

<대웅제약>
① 매출구성 : 우루사 등 상위 8개 품목이 전체 매출의 44%
② 수출 비중 : 12% (제약업 전통적 내수 산업이었으나 수출 확대 추세)
③ 신약 개발 : 가장 중요한 체크리스트 - 사업보고서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아주 제한적. <애널 리포트>를 참고해야만
④ 계열회사 : 사업보고서상 'Ⅸ 계열회사 등에 관한 사항'으로 들어가 '타법인 출자현황'을 보면 됨. 지분율과 당기순손익에 주목. → 대웅제약의 경우 지배회사 손익에 영향 주는 계열회사 없음.

<제약 업종>, <금융 업종>, <지주회사> 그리고 <일부 서비스 업종>의 경우 사업보고서가 주는 정보가 제한적.


<현대산업>
① 매출구성 : 전체 매출의 80% 정도가 아파트 공사. 주택전문 건설회사임.
② 수출  :  내수 100%
③ 수주잔고 : 수주잔고 매출액의 4배이며, 아파트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주. (연 매출액의 3~4배 이상의 수주잔고가 있어야 건설사는 정상적 수주활동 가능)
④ 계열회사 : 석유화학 회사인 현대EP와 악기 제조업체인 영창뮤직 (당기순손익이 큰 계열회사만)


추가로 책에서 다뤄지는 실전 사례는 <풍산>, <제주항공>, <한국자산신탁>, <JB금융지주>, <흥국화재>가 있다. 책을 통해 다양한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실전 분석 방법을 익힐 수 있는데, 특히 금융 및 보험업종의 분석이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책에서 다룬 기업들이 출간 후 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투자대상으로 손색이 없어서, 책이 흥미진진하게 읽힌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책은 총 220 페이지로 많지 않은 분량이다. 그렇지만 투자 이론을 실전 분석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막막했던 나와 같은 초보 투자자들에게는 귀한 가르침을 엑기스만 뽑아 알려주는 고마운 책이 될 것이다. 

이런 좋은 책이 진지하게 투자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