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심리학 -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모건 하우절 지음, 이지연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책에 대한 소감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른 대답이 '보험'이었다. 이 책은 돈을 다루는 사람들이 갖추면 좋을 '심리 보험'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네이버에서 보험의 정의를 찾아보면 이렇게 나온다. '미래에 예측할 수 없는 재난이나 사고의 위험에 대비하고자 생긴 제도.' 즉 보험이란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더라도 재정적으로 파탄을 맞지 않도록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투자자에게 돈을 다루는 심리 보험이 필요한 이유는 잘 알려져 있듯 레버리지로 인한 파산의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역으로 말하면 레버리지를 사용하지 않는 투자자는 파산하지 않는다. 물론 이론적으로 레버리지를 쓰지 않고 전재산을 불확실한 하나의 자산에 올인하는 투자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투자를 했다기보다는 사기를 당했다는 게 더 맞을 것이다.

책은 복리 효과를 크게 강조하며, 장기간 꾸준히 복리 효과를 누리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투자이며 돈에 대한 건강한 심리라는 걸 알려준다. 아래와 같은 사례를 들어서 말이다.

위키피디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항목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이렇게 시작한다. "로널드 제임스 리드는 미국의 독지가, 투자자, 잡역부, 주유소 직원이었다." 로널드 리드는 버몬트주 시골에서 태어났다. 가족 중에 처음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며, 더욱 인상적인 것은 매일 학교까지 히치하이킹을 해서 갔다는 점이다.

사실 로널드 리드를 알았던 사람들은 그에 관해 특별히 언급할 것이 별로 없었다. 자신들 못지않게 리드의 삶 역시 그리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드는 주유소에서 25년간 자동차를 수리했고 JC페니 백화점에서 17년간 바닥을 쓸었다. 38세에 방 두 개짜리 집을 1만 2,000달러에 사서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으며, 50세에 홀아비가 되어 다시는 결혼하지 않았다. 어느 친구의 회상에 따르면 리드의 가장 큰 취미는 장작 패기였다고 한다. 2014년 리드는 92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러고 나서 이 시골의 허름한 잡역부는 국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2014년에 죽은 미국인은 281만 3,503명이다. 그중에 세상을 뜰 당시 순자산이 800만 달러가 넘은 사람은 4,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로널드 리드는 그중 한 명이었다. 유언장에는 의붓자식에게 200만 달러를, 그리고 지역 병원과 도서관에 600만 달러 이상을 남긴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리드를 알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대체 그 돈이 다 어디서 난 거야?

별다른 비밀은 없었다. 그는 복권에 당첨된 적도 없고, 유산을 물려받은 적도 없었다. 자신이 번 얼마 안 되는 돈을 저축했고 그 돈을 우량 주식에 투자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수십 년간 말이다. 그러는 동안 쥐꼬리만 한 저축이 복리로 불어나 800만 달러가 넘는 돈이 됐다. 그게 전부다. 그렇게 잡역부가 독지가가 된 것이다.

(13-14p)

이 책뿐 아니라 다른 서적에서도 복리 효과를 강조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들은 모두 독자가 젊은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왜냐하면 복리효과가 30~40년 이상 누적되어야 그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고, 그래서 한 살이라도 빠를 때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재테크라면, 나이 마흔에 처음으로 복리 효과를 알게 된 나와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늦었다는 생각에 오히려 더 마음이 급해지지 않을까? 이런 의문이 들었지만 답해주는 책이 없어 마지못해 그냥 넘어가곤 했다.

기왕 복리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내 생각을 조금 더 말해보고 싶다. 늦은 나이에 만났음에도 복리는 내게도 커다란 희망을 주었다. 왜냐하면 내가 아니라 나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생각해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갓 열 살 내외가 된 아이들에게 일정 금액을 증여하고 이를 복리로 계속 키워간다면? 아마도 아이들이 내 나이쯤 되었을 때 아이들은 더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일을 그만 둘 것인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부자가 되든 되지 못하든 부자로 남든 남지 못하든 상관없이 아이들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복리의 힘을 곱씹었다. 복리가 나를 부자로 만들지는 알 수 없는 일이나 복리가 내 후대를 부자로 만들 수 있다는 건 너무나 자명했다. 그래서 비록 조금 늦은 나이에 알게 되었음에도 복리를 강조하는 투자 사상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책을 읽으며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건 저자가 자신의 재정상황을 가족의 재정상황과 동일시하여 지나치게 안전을 강조한 부분이다. 이제 갓 한 살이 된 딸이 있는 젊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지만 말이다. 한번 사업에 실패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산을 가족에게 분배하는 경향이 있다. 가족이 안전해지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보다 적극적으로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리 효과를 강조하는 많은 저자들이 '단 한번의 실패'가 모든 것을 망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건, 어쩌면 그들이 금융계 종사자이고, 단 한번의 실패가 영원한 비극으로 이어진 사례를 여러 번 목도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경우에는 실패가 반드시 비극으로 이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연결고리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입장은 어쩌면 인생에 있어 '돈'을 필요 이상으로 경건한 가치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상당히 많은 금융계 종사자들이 재정이 진흙창을 뒹구는 상황에서도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그런 심리 상태를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절정고수를 꿈꾸는 무인들은 강호에서 여러 전투를 겪으며 경험을 쌓음과 동시에 그 과정에서 절대 치명적인 육체의 손상을 입어서는 안 된다. 불구가 되거나, 단전이 파괴되거나, 시력, 청력을 잃거나 하는 부상을 입게 되면 절정고수가 되겠단 꿈은 버려야만 한다. 많은 사람들이 무인처럼 '꿈을 잃을 때' 절망하고, 때때로 그 절망이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점은 무가에서 태어난 무인과 달리 '우리들의 꿈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선택한 것'이란 사실이다. 상황이 달라졌다는 건 다른 꿈을 만날 차례가 되었다는 얘기일 뿐이다. 그러므로 부상을 입었다면, '무'를 지나치게 경건한 것으로 강조하는 무리로부터 벗어나면 그 뿐일 일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무슨 꿈을 꾸느냐에 따라 당신의 동료들은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 있겠지만,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비극과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왕 실패하지 않으면 좋을 일이지만 사실 실패하더라도 그냥저냥 나쁜 일 정도일 뿐이다.(이렇게까지 사람을 겁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를 제외한 책의 나머지 내용은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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