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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를 읽으면 주식투자가 쉬워집니다
박지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주린이를 위한 경제기사 독해법
"아빠. 이 책 뭐예요. 주린이? ㅋㅋㅋㅋ."
첫째 아이가 웃었다. 아니 왜 웃지? 주식 어린이라는 말이 웃긴가?
그러고보니 일 년 전쯤 음치 교정을 위해 잠시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적 있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을까 싶지만 그때는 한번 해보고 싶었다. 트레이너 선생님은 내 상태를 점검하더니 내게 동요를 가르쳤다.
"사랑해요 이 한 마디. 참 좋은 말~"
집에서 동요를 부르면 첫째 아이는 까르르 웃다가 말했다.
"아빠. 안 부끄러워요?"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지만 나는 이번에도 자신만만했다. 배움에 부끄러움이 웬 말이냐. 배우려는 자는 약점을 감추지 않고 극복하는 법. 더군다나 경제 기사 읽기는 꼭 한번 배우고 싶었던 분야가 아니더냐. 게다가 주린이인 나를 위한 맞춤형 책이라 하거늘.
내가 주린이가 아니었던가? 정체성의 혼란
경제기사는 딱딱하고 어렵습니다. 글자는 작고 지면은 넓어서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경제기사 읽기에 앞서서 먼저 '재미'를 찾으시고 친해지시는 게 중요합니다. 일단 친해지면 더 읽고 싶어질 테니까요. (18P)
경제 기사와는 과거 마음 아픈 소개팅의 기억이 있다. 주선자는 C라는 유명한 경제 강의인이었는데 그분의 책을 읽다가 막막함과 외로움, 그리고 상대에게 거절 당한 씁쓸함을 안고서 커피도 다 마시기 전에 쓸쓸히 소개팅 자리를 퇴장했다. 내 생각은 못하고 눈높이가 너무 높았던 탓이다. (아마 그 책의 서른 페이지 이후부터는 한번도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화장지로 재탄생되었을 거다)
그래, 이번에야말로 소개팅을 잘 치루어 보자. 이런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갔다. 그렇지. 그렇지. 그래 맞아. 무엇보다 재미있고 친해지는 게 우선이지.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어가다가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한 구절을 만나게 되었다.
전환사채(CB) ·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둘다 매수자에게 유리한 조건이 붙는 채권입니다. 그래서 자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는 기업이 이런 채권으로 자본금을 충당하려고 하죠. 그러나 모은 자금으로 비전 있는 사업에 도전한다면 호재이지만, 그럴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재무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발행하기 때문에 악재일 경우가 더 많죠. (49p)
하필이면 얼마 전에, 보유 종목 중 장기 포트 비중 넘버 원 종목이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가치투자자에게 장기 포트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이란 게 어떤 의미겠는가.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일 년 정도는 아내의 신하에서 머슴으로 신분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나는 전환사채를 가투소의 고수 한분의 도움을 받아 주도면밀하게 분석했다. 내린 결론은 다행히도 '호재'라는 거였다. 그랬던 내가 위의 구절을 만났으니, 기분 좋은 소개팅을 기대하며 책을 읽어가던 나로서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지 않았겠는가?
쿵쾅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심호흡을 하기를 몇 번. 콩깎지를 벗고서 책의 요모조모를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 책도 내가 소개팅 자리에 나와서 당황했으리라는 것을. 06학번 대학생 새내기끼리의 소개팅에 물정 모르는 복학생 00학번 선배가 캠퍼스 새내기라며 나온 격이었던 거다.
메이트북스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적힌 책의 소개글을 보고 신청했던 건 나라서, 이 사태의 모든 원인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 그래서 아래에서는 이 책을 내가 읽는 관점이 아니라, 나의 아이들 혹은 나의 아내가 읽는다면 어떨까의 관점으로 분석했다.
주식 투자 초보, 경제 기사 초보에게 A, B, C부터 알려주는 책
둘째 아이가 곧 나눗셈을 배우기 시작할 텐데, '3은 2로 나누지 못해'라고 아이에게 알려준다고 해서 내가 수학을 틀리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위의 전환사채 사례도 이와 같은 맥락이리라.
이 책의 장점은 경제기사를 마스터하는 8단계의 계획표를 제공하고, 독자가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작가가 '래빗노트'를 발행하여 '신문읽기특훈'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래빗노트를 알아보자.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면, '래빗노트 12주 정기 구독권'이라 하여 30,000원에 구매를 할 수 있다. 구매평을 보면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써 주셔서 정말 좋다.' '래빗노트와 경제신문 구독을 같이 시작했는데, 한달 정도 병행 하다보니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다' 등등 총 107개의 리뷰가 작성되어 있다. 101개가 만점인 5점, 그리고 나머지 6개의 리뷰는 4점을 주었다. 독자의 호응과 평점을 보건대 '리얼 주린이'에게는 분명 꽤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8단계 계획표를 알아보자.
분 | 1단계 | 2단계 | 3단계 | 4단계 |
목표 기술 | 시간관리 | 핵심찾기 | 연결하기 | 반복하기 |
기간(개월) | 시작~1 | 2~3 | 4~5 | 6~7 |
구분 | 5단계 | 6단계 | 7단계 | 8단계 |
목표 기술 | 숙련 | 통찰 | 직관 | 투자 |
기간(개월) | 8~9 | 10~11 | 11~12 | 그 이후 |
(책 58p 표 재구성)
위와 같은 진도로 천천히 재미를 느끼면서 1년 동안 경제 기사와 함께 한다면, 최종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단계에 도달할 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진도가 천차만별일 수 있어 부득이하게 이리 적었다. 그리고 이것은 저자의 주장이 아니라 나의 해석임을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2019년 네이버 웹툰은 매출 1,61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722억 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이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전 세계 100개국에서 웹툰 플랫폼 1위를 달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이미 성공해서 유료 서비스가 안착되었다는 것도 좋은 시그널입니다. 지난 2020년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이용자수는 6,400만 명 이상이며, 그중 1천만 명이 북미의 이용자라고 합니다. 그리고 미국 이용자의 약 75%가 젊은 Z세대인 것은 앞으로의 성장세가 빠르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희망이 큽니다. 어쩌면 미국 청소년들의 인생 첫 웹툰 서비스가 한국의 네이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236p)
주린이가 경제 기사와 재미를 느끼며 친해지기 시작하고, 꾸준히 만나다가 1년 뒤에 경제 기사를 투자 판단의 거름으로 삼는 단계까지 간다. 그 모습을 상상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혹시 나와 같이 물정을 모르고서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복학생 주린이 투자자라면, 새내기들 간의 소개팅에 괜히 가서 '소개팅 해봐도 사귀는 건 몇 안 되더라', '혹시 사귀더라도 1년 안에 거의 다 헤어지더라' 괜한 심보로 이런 어깃장은 부리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