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용설명서 - 내 품격을 높이는
이미숙 지음 / 이비락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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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머리말에 작가가 쓴 첫 문장이다.
'말은 정신의 집이라고 한다'

우리말 장인의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첫 문장이다.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해서 품위 있는 인격과 교양을 풍기자. 그리고 남의 나라 말이 아니라 우리말을 되도록 더 많이 쓰자. 특히 일제강점기에 우리에게 심어진 말들은 되도록 우리말로 순화해서 쓰자. 작가의 입장이다. 

최근에 글을 많이 쓰다 보니 맞춤법, 올바른 표현, 띄어쓰기가 궁금할 때가 많다. 이 책은 나와같은 글쟁이들을 (나는 '글장이'가 아니라 '글쟁이'라고 적었다. 이러한 섬세한 구분은 이 책을 읽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올바른 표현과 그 근거가 되는 지식으로 안내하는 길잡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 이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책은 총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바르게 쓰자 우리말'로 자주 쓰는 말 가운데 습관적으로 잘못 사용하거나 헷갈려 하는 말들을 알기 쉽게 바로 잡는다.
2장은 '알고 쓰자 한자말'로 뜻도 모르면서 남들 따라 쓰는 한자말, 문맥이나 상황에 맞지 않게 쓰는 한자말들의 뜻을 자세히 풀이하여 예문과 함께 바로 잡는다.
3장은 '솎아내자 일본말'로 우리말 대신에 무심히 사용하는 일본말들을 집어내고 대신에 순화한 우리말을 제시한다.

예시를 들어본다.

<1장>
①  '너무'를 너무 쓴다

'너무'를 너무 많이 쓴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2015년 국립국어원은 현실 쓰임의 변화에 따라 '너무'를 긍정적인 서술어와도 어울려 쓸 수 있다고 수정했다.
우리에게는 '너무'가 들어갈 자리에 적합하게 쓸 수 있는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뜻을 지닌 말들이 많이 있다.

"정말 사랑해." "옷이 예쁘네요." "아주 행복합니다." "무척 좋다." "이 물건이 좋아 보이는구나." "매우 기쁘다."

▶ 우리말 참 아름답다. 아름다운 단어가 정말 많다.


② 굵은 목, 가는 목소리
"허벅지가 두꺼운 게 좋아요, 얇은 게 좋아요?"
"허벅지는 굵은 게 좋아요."
"두꺼운 목소리와 얇은 목소리 어느 게 좋아요?"
"굵은 목소리와 가는 목소리 중 어느 게 좋아요?"가 맞다.

▶ 아내에게 가끔 두꺼운 허벅지를 자랑했는데 이 글 보고 뜨끔했다. 두꺼운 허벅지도 두터운 허벅지도 아니다. 굵은 허벅지다.  


③ 오늘이 몇 월 며칠이니?
결론을 말하자면, 모든 경우에 '며칠'을 쓰는 것이 맞다. (...) '몇일'이나 '몇 일'은 어떤 경우에도 써서는 안 된다.

▶ 무조건 '며칠'이 맞다니. 충격이다. 그런데 왜 이리 즐거운가. 앞으로 고민 없이 쓸 수 있겠다. 


<2장>
①  이송과 후송
후송이란 적군과 맞대고 있는 전방지역에서 부상자나 포로가 생겼을 때, 후방 지역으로 보낸다는 말이다. 다음과 같이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기는 것을 후송이라 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응급환자가 제주해경에 의해 긴급 후송됐다." (→ 이송됐다 → 옮겨졌다)
"범죄자나 용의자를 다른 곳으로 후송할 때에 호송차량을 이용한다." (→ 이송할 → 옮길)

▶ 군대를 제대하였으니 후송될 일은 없다. 일반인은 무조건 '이송되었다.'로 쓰면 되겠다.

 
② 미망인

'아직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의 한자말이다. 남편을 따라 죽어야 하는데 아직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란 뜻으로, 남편을 여읜 여인이 스스로를 겸손하게 일컫는 말이다. (...) 옛날 순장의 풍습에서 유래하였다. (...) 사회가 변함에 따라 순장의 풍습이 사라진 지 오래 되었고, (...) 미망인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무서운 언어폭력이다.
과부라는 말도 '부족한 여자', 즉 남편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여자라는, 곱지 못한 말이므로 쓰지 않는 게 좋겠다.

'(故) O O O 님의 부인 O O O 님'과 같이 쓰면 된다.

▶ 이제 알았으니 나라도 혼자 남은 쓸쓸한 사람을 언어로 때리지 말자.


<3장>
- 개인적으로

'개인적으로'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아마 어떤 연예인이 재미있게 말하려고 한 것에서 시작된 듯싶은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습관처럼 쓰는 것을 본다. (...)
'-적(的)'은 일본에서 온 말투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이 말투가 우리말에 들어와 지나치게 많이 쓰여 우리말의 자연스러움을 해치고 있다.
"이 제품은 자극적이니 장기적으로 쓰지 말고 일시적으로 쓰세요."
"오늘은 비교적 온도가 높고 국지적으로 비가 오겠으니 가급적 우산을 챙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게 우리말의 현 실정이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바꿀 수 없을까?
"이 제품은 자극을 주니 오래 쓰지 말고 잠깐씩만 쓰세요."
"오늘은 온도가 높은 편이고 곳에 따라 비가 오겠으니 될 수 있으면 우산을 챙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우리말 사용이 기본이되, 운율감 리듬감 그리고 느낌적 느낌을 위하여 가끔은 일본 말투를 사용하기도 할 것 같다. 3장을 읽다 보면 정말 일본말이 뿌리깊게 우리말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조금씩 바꾸어 나가면 좋으리라.


책을 읽으며 1장과 2장은 모든 사례를 에버노트에 기록하고 핵심을 간추렸다. 그런데 3장은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만큼 일본말이 많이 체화되어 순화말로 바꾸면 원 표현이 가진 맛이 도무지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3장의 일본말과 순화말에 대해서는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연구를 해보아야겠다.

예시를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바른 표현으로 우리말을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 그리고 글쓰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는 예외없는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우리말 장인의 장인 정신이 녹아든 책이다. 예시로 든 사례들 모두 억지스럽지 않았으며, 그 처방 역시 대부분 고개가 끄덕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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