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 관점 디렉터의 차이 나는 생각법
정광남 지음 / 라온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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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디렉터의 차이 나는 생각법. '카피 문구'에 끌렸다. 나는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즐거워하는 관객형 인간. 색다른 관점이라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환영이다.

프롤로그에 적힌 작가의 자기 소개다.
'저는 타고난 광고 크리에이터가 아닙니다. 아이디어 발상에 서투르고 방법을 몰라서 더 노력했고, 큰 거 한 방보다 매년 꾸준한 롱런 선수가 되기 위해 묵묵히 버텨왔습니다.'

이 문장을 읽고 광고디렉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 특정 인상이 조금 바뀌었다. 막연히 감각이 색다르게 통통 튀는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요즘 다양한 사건들을 계기로, '보통 사람들의 자기 긍정', '보통 사람들의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특별한 사람들의 성취와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나는데 훨씬 더 많은 특별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성취와 행복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다. 프롤로그를 읽으며 기대하게 됐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의 고민과 일상이 즐거움으로 변하는 색다른 관점을. 그리고 그 기대는 책을 읽으며 충분하게 충족된다.

시집을 읽다보면 전문을 외우고 싶을 만큼 좋은 시를 만날 때가 있다. 그처럼 이 책에도 전문을 외우고 싶은 글들이 꽤 있었다. 그 글들 중 몇 편을 옮겨본다.


분리수고하세요 (27p)

깨진 유리 같은 관계
더러운 이물질이 묻은 기억
일회용으로 버려진 아까운 시간
유통기한이 지난 사랑

재활용 욕심은 버리시고
수고스럽더라도 꼭 분리수고하세요

다음 네 가지 원칙을 지킬 것

1. 비운다
2. 헹군다
3. 분리한다
4. 섞지 않는다


정렬은 정열의 시작 (34p)

모두 대화에 집중하는데
나는 옆길로 새고

운동한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는 일상

나쁜 습관도 쌓이는지
틀어진 거북목

몸만 쓱 빠져나와
늘 흐트러져 있는 침대

두서없이 잡다하게 쌓여 있는
정신없는 책상

열정이 없다는 건
내 몸과 내 마음의 정렬이 틀어져 있기 때문이야
좌우로 정렬 앞뒤로 정렬


나를 예보합니다 (60p)

며칠간 반짝 까칠했던 내가
오늘 낮부터 풀릴 것 같습니다
웃음이 가끔 쏟아지겠지만
출근 전 일요일 밤부터는 다시 감정 기복이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평소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들과는
살얼음이 생길 가능성이 커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긴 연휴 기간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쾌청한 감정이 예상됩니다
전체적으로 어제보다 1도 따뜻해요
미세웃음은 보통 수준을 유지할 걸로 예상됩니다

이상 나의 기분 주간 예보였습니다


이런 제 길 (212-213p)

세상에 길은 너무 많아
대체 어느 길로 가야 할까

이런 제 길 어때요
유행처럼 따라가지 않는 길
부풀려서 과장하지 않는 길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버텨가는 나만의 길
재능이나 능력이 좀 모자라도
끈기 있게 반복해가는 나의 길

모두 이런 제 길을 가고 있길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내 길을 가고 있다"
ㅡ 영국 디자이너, 앨런 플레처


책에 씌어진 몇 편의 글을 옮겼을 뿐인데 마음에 사랑스러움이 차오른다. 이 책을 나처럼 즐겁게 읽을 많은 사람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만 있다면, 전혀 알지 못하는 백 명의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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