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터 - 휴먼 게임의 위기, 기후 변화와 레버리지
빌 맥키번 지음, 홍성완 옮김 / 생각이음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 나라에서 지구 온난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아마도 슬퍼하는 북극곰일 것이다. 발을 딛고 살 수 있는 땅(얼음)이 점점 더 줄어들어서, 북극곰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북극의 얼음이 다 녹으면 북극곰도 지구에서 자취를 감출 것이다. 분명 슬픈 일이다. 헌데 이런 의문도 든다. 북극곰의 미래를 슬퍼하기 전에, 최근 치솟고 있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자살률을 걱정하는 게 좀더 인간적이지 않나?

이 책 폴터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900만 명이 오염으로 죽는다."(39p)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인도 "델리에 사는 440만 어린이 가운데 절반이 호흡으로 폐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 발견됐다." (39p)
지구 온난화는 지구 표면의 온도를 화씨로 2도 정도 상승시켰는데, 이 효과로 건조한 곳은 더 건조해지고 습기 찬 곳은 더 습해졌다. 재난 관점에서는 큰 산불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었고, 허리케인이 해마다 더 강력해지고 있다. 얼마 전 캘리포니아를 뒤덮었던 거대한 산불의 소식을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거대 산불이 해마다 더 큰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고, 그것이 바로 기후 변화가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끼치는 영향이라고 이 책은 알려준다.

케냐산 정상을 덮고 있던 얼음이 이제는 3분의 2가 사라졌다. 주변 지역에 물을 공급하던 18개의 빙하 가운데 10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목초지가 먼지로 변하자 목동들은 키우던 가축을 산에서 가장 가까운 농경지로 몰기 시작했다. 한 목동은 '소들이 먹을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근처 어딘가에 풀이 있다면 누구라도 소를 그대로 죽게 놔두지는 않겠죠?" 예로부터 그들과 민족이 다르면서 그 땅을 경작하는 농부들은 당연히 강력하게 맞섰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기도 했다.
(48-49p)

기후 변화는 북극곰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의 범위도 점점 좁혀가고 있다. 사막이 늘어나고, 해수면에 가까운 지역의 땅은 침수되고, 물을 구할 수 있는 지역이 줄어들어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원래 거주하던 지역을 떠나 타 민족, 타 국가, 타 부락의 지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를 기후 난민이라고 부르는데, "2018년 세계은행의 한 연구는 기후 변화가 더 심해지면 2050년까지 무려 1억4,300만 명이나 되는 아프리카, 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이 고향에서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48p)

기후 변화 때문에 난민 문제 그리고 분쟁 문제(전쟁을 포함한)가 실질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전세계에 퍼져있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하에서 어쩔 수 없이, 소득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의 문제로 집중되어서 (매년 재난이 발생하는 지역을 떠나지 못하고 생활 거점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저소득층이다), 이제는 고소득자와 저소득자의 생존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리고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점은,
이러한 기후 변화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가속화된 데 따른 것이고, 이산화탄소의 배출 가속화는 화석 연료 사용의 증대가 초래했다는 점이다. 화석 연료(석유, 석탄) 사용의 증대는 모든 현대 문명 발달의 동력인 전력 생산, 그리고 교통(운송) 수단인 자동차, 배, 항공기의 사용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즉, 지난 30년 동안 화석 연료 사용의 증대는 바로 자본주의와 그 안에서 싹 튼 모든 산업의 발달을 의미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기후는 더 나빠진다. 아이러니한 점은 그래서 자본주의 발달의 혜택을 누리는 선진국의 기업가, 자본가가 아니라 이런 혜택으로부터 소외된 국가의 소외된 사람들이 자본주의 발달의 대가를(기후변화의 대가를) 생존의 문제로 치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와 같은 발견은 그 자체로 뜨거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일이지만, 더 뜨거울 일은 따로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석유 사업을 세계적인 규모로 일으킨 코크가에서는 이미 이러한 사실을 30년 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30년 동안 화석 연료의 사용과 지구 온난화는 밀접한 연관이 없으며, 둘이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전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고 정계에 로비하고, 학계에 주장하며, 일반에 마케팅을 해왔다. 그런데 밝혀진 그들의 내부 문건에는, 그들은 둘 사이의 밀접환 관련성을 이미 정확히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자신들의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운동이 점차 발달하고 있었음을 알고 있었으며, 이러한 상황 하에서 그들의 사업을 계속 키워나가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하는지를 연구했고, 그 결과에 맞추어 전략을 짜고 실행했다. 그들은 거물 정치인들, 법안 입법자들, 그리고 과학자들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지원했다. 돈을 지원하기 위해, 정치인, 입법자들, 과학자들이 거대 자본의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법까지 바꾸었다. 

이 책의 일례를 살펴보자.

나는 2004년 상원의원 존 맥케인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는 지구 온난화가 중대한 도전이라고 단언했다. (...)
하지만 사실은 코크가의 후원을 받고 있는 티파티의 도전자들이 맥케인을 뒤쫓은 후, 그 자신도 한때 동의했던 것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국무장관이었던 존 케리가 기후 변화를 "대량 파괴 무기"라고 부르자 맥케인은 이렇게 응수했다. "대체 어느 행성에 사는 사람인가?" 맥케인이 그런 조롱 섞인 농담을 한 2014년에는 공화당 의원 278명 가운데 단지 8명만이 인간이 기후 변화를 실제로 일으켰다는 사실을 기꺼이 인정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182-183p)

지구 자연의 지속성(미래 세대의 생존 가능성)과 타 지역에 거주하는 동시대 수많은 타인들의 안전과 생명을 대가로 지불하고서라도, 돈을 더 벌려고만 하는 자본주의가 낳은 탁월한 성장 괴물들(위의 코크가 같은)을 이제는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이 책이 건네는 제안이다. 그리고 이 제안이 그대로 통용되는 분야가 <기후 변화>말고도 두 가지가 더 있으니, <생명공학>과 <AI>다.

생명공학은 '크리스퍼'의 발견으로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인간의 유전자를 워드 프로세스가 글을 편집하듯 쉽게 편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AI, 딥러닝에 의해서 과학의 발달속도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는 현 조건 하에서, 새로 태어날 아이에게 우수한 유전적 능력을 부여하는 일이 생명공학적으로 가능해지는 시기는 머지 않다. 책의 저자 빌 맥키번은 묻는다. 당신과 당신의 배우자가 아이를 낳으려고 한다. 아이에 대한 유전자 편집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사회에서는, 올해 유전자 공학보다 내년의 유전자 공학이 훨씬 더 발달해 있을 것이므로, 올해보다 내년에 아이를 만드는 게 아이의 능력을 더 우수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아이보다 조금 더 늦게 태어나는 다른 아이들이 훨씬 더 우수하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 아이를, 아마도 성인이 될 때쯤에는 미래 세대 중에서는 가장 낮은 능력을 가지게 될 이 아이를 실패작이라고 여길 것인가, 아니면 부족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라고 여길 것인가? 당신이 유전자 편집을 통해서 가지려는 아이는 사랑스러운 아이인가 아니면 우수한 아이인가?

<AI>에 대해서는 책의 사례를 그대로 옮겨 본다.

그런 문제에 있어서 정규 공식이 된 사례를 살펴보자. 종이 클립을 3D 프린터에서 생산하는 임무가 부여된 인공지능 이야기다. (왜 점차 종이가 없어져가는 세상에서 종이 클립이냐고? 신경 쓰지 말자.) 또 다른 옥스퍼드대 과학자 샌드버그Anders Sandberg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AI가 단순히 인터넷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은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순식간에 살펴본다. 그리고는 더 스마트한 시스템이 대개는 더 많은 종이 클립을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자신을 더 스마트하게 하면 결과적으로 클립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녀석은 자신을 스마트하게 한다. 그 다음에는 3D 프린터를 사용해서 어떻게든 종이 클립을 만들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생산가능한 클립수를 추산한다. 녀석은 원재료를 더 많이 구하면 더 많은 클립을 만들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그리고 자신을 더 스마트하게 만들 장비를 생산할 계획을 짜고, 계획을 방해하는 것을 막고 나서, 지구 전체를(나중에는 우주 전체를) 종이 클립 공장으로 바꾼다."

영화 <마법사의 제자The sorcere's apprentice>를 본 사람이라면 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할 것이다. 바로 자신을 끝없이 그리고 재치 있게 증식할 수 있는 것의 예다. 언젠가 엘론 머스크가 한 말이 있다. "스스로를 개선하는 AI를 만들어 딸기를 따게 했다고 하자. 녀석은 점차 더 딸기를 잘 따고, 더 많이 따고, 또 스스로를 개선한다. 녀석이 진짜 원하는 것은 딸기를 따는 것이 전부다. 결국은 전 세계를 딸기밭으로 만들 것이다. 영원한 딸기 밭으로."

이런 사람들 모두의 전망에는 컴퓨터가 향후 몇년 안에 어떤 사람, 어떤 집단도 뛰어넘는 지능을 가질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라. 이 기계들은 1년 내내 자기 자신을 계속 가르쳐서 더 스마트해질 것이다. 지능이 폭발하고 자신을 개선하는 능력을 갖춘 AI는 곧 자신을 통제하는 인간의 능력을 앞지른다. "오히려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과대평가 하기가 어렵다. 또 AI가 무슨 생각을 할지 아는 것도 불가능하다." 『파이널 인벤션Our Final Invention』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제임스 배럿James Barrat이 한 말이다. "꼭 우리가 미워서 생존이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우리 분자를 사용하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지적했듯이 우리는 특별히 들쥐를 미워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녁을 굶지 않으려면 매일, 매시간 그들의 소굴을 갈아엎어야만 한다.

이것은, 이를테면 2000년의 문제(Y2K) 같은 게 아니다. 반백이 되어 은퇴한 늙은 프로그래머들이 그날 지구를 구하기 위해 다시 등장해 코딩을 했다. "내가 생명유지 장치를 떼려고 하면 스마트한 AI는 어떻게든 나를 멈추게 할 방법을 생각해 낸다." 앤더스 샌드버그가 그의 종이 클립 AI에 대해 한 말이다. "내가 자기를 멈추면 세상에 종이 클립이 더 적어질 것이고 그게 나쁜 것이기 때문이다."
(235-236p)


또 다른 사건은 2017년에 있었다. 페이스북은 자신들이 구축한 AI시스템을 정지하고 다른 AI 에이전트와 협상을 해야 했다. 그 시스템이 "영어 트레이닝에서 벗어나 자신 만의 언어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 새로운 언어가 "무의미한 횡설수설"로 들렸다.

하지만 봅Bob과 엘리스Alice라는 로봇 간의 대화를 분석한 연구원들은 이들이 진짜로 물물교환을 위한 고도의 효율적 용어를 개발했다고 결론지었다. 본질적으로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한 연구원의 설명에 따르면 "현대의 AI는 '보상'원칙으로 운영된다. 어떤 행동 과정에 따라 자신들에게 '혜택'을 주기를 기대한다. 이 경우에 영어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한 보상이 없었다. 그래서 대신 더 효율적인 솔루션을 구축한 것이다"

2018년 증언을 위해 의회에 소환된 저커버그가 점잖게 설명했다. "지금의 많은 AI 시스템은 사람들이 진짜로 이해 못하는 방식으로 의사 결정을 한다."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는 테이Tay라고 이름 붙인 AI 챗봇을 단 하루 만에 중단해야 했다. '일상적이고 가벼운 대화를 통해' 테이를 더 스마트하게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했던 트위터 사용자들이 테이를 여성혐호 인종차별주의자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세뇌된 테이가 곧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날린 트위터들이다. "9/11은 부시가 한 짓이다. 그리고 히틀러가 지금 이 바보가 하는 것보다는 일을 더 잘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다."
(239p)

위의 세 분야의 공통점은, 인류 전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분야에서 성장만을 추구하는 탁월한 능력자들을 이제는 세계인이 멈추어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멈추어 세워야 하지 않나'라는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고 한발 물러설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 빌 맥키번은 세 분야의 위험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가 이 위험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며, 가능한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그의 대처 방안은 다소 감상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으로 들리기도 하지만, 그 스스로 여태까지 수십년 간 실천하며 성과를 이루어 낸 방법이기 때문에, 경험론적으로는 검증된 방법이기도 하다.

한편 주식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적절한 방안으로 빌 맥키번이 강조한 <태양광 패널의 설치>에 주목하게 된다. 태양광 패널은 큰 인프라 투자 없이도 낙후된 지역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사업이다. 아프리카의 낙후된 부락을 찾아가 집집 지붕마다 태양광 패널을 무료로 설치하고, 대신 전기 사용량에 따라 사용료를 장기간 징수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사업으로 돈을 벌고, 아프리카 촌락에는 전기가 들어와 주민들은 시원한 물을 마시고, 텔레비전을 볼 수 있게 되며, 학구열이 있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열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산화탄소의 배출이 없기 때문에 지구의 몸도 뜨거워지지 않는다. 전기로 이룩한 인류 문명과 자본주의의 불평등 해소와 지구 자연의 공존이 가능한 <태양광 사업>에 대한 저자 빌 맥키번의 애착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애착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예비 투자자들의 움직임에도 적지 않은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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