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파서블 보이
벤 브룩스 지음, 허진 옮김 / 위니더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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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즐겁게 읽은 책이 뭘까. 기억나는 건 셜록 홈즈 추리소설과 괴도 루팡 시리즈뿐이다.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로는 책을 꽤 읽었다는데 다른 책은 기억나는 게 없다. 전래동화 시리즈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꾸역꾸역 읽었었다. 반면 학습만화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따개비 한문숙어와 만화 한국사는 몇 번이나 읽었고 지금도 몇 장면은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임파서블 보이'는 영국의 어린이 전문 이야기꾼인 벤 브룩스의 소설이다. 주인공 엠마와 올렉은 내년에 중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들로, 상상 속에서 세바스찬이라는 친구를 만들어낸다. 그 상상 속 친구가 현실에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모험 이야기가 이 책의 줄거리인데, 다른 무엇보다 톡톡 튀는 재치있는 문장이 이 작품의 재미다. 아무리 시시한 이야기라도 이 작가가 다룬다면 틀림없이 독자에게 맛깔나게 읽힐 것이다.

만약 내가 열 살이나 열 세 살 정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아주 흥미진진해서, 분명 집에서 책을 읽다가 학교로 가져가서 수업시간에 몰래 펼쳐놓고 읽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나이 마흔이 되어 내 유년시절을 돌아보았을 때, '아 맞다. 그 책, 너무 재미있었어!'하면서 무릎을 칠 수도 있었으리라. 아쉽게도 유년의 나이가 아니라 마흔의 나이에 만나게 되어, 무척이나 즐겁게 읽었음에도 이 책을 권할 만한 친구가 마땅히 없다. 카톡 출시 이래 근 십 년을 이어가고 있는, 고등학교 단짝 친구들과의 단톡방에 이 책을 추천하는 글을 올리면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별 재미없는 상상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이 책에 대한 추천사는 오로지 이 서평을 읽을지도 모르는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만 유효하리라.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자면, 나는 이 작품을 읽고서 벤 브룩스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책은 아이들의 책장에 조용히 꽂아둘 것이다. 

올해 열 한 살이 된 첫째 딸아이에게 이 책을 적극 권했는데, 소년의 모험보다는 소녀의 모험 이야기를 읽고 싶다며 거절했다. 지금은 때가 아니니 때를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언젠가 아이가 이 책을 손에 들고 읽는다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고 싶다고 하지 않을까. 그러면 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같이 서점에 가서 작가의 다른 작품을 함께 고를 것이다. 그 때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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