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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괜찮아요, 천국이 말했다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20년 6월
평점 :

<예쁜 서체로 출판되었다>
미치 앨봄의 전작인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특별한 작품이었다. 자연스레 작가의 신작을 손에 들고 책장을 넘기게 됐다. 죽음이라는 인간에게 영원히 일어나는 사건과 사랑이라는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영원히 일어나는 사건 사이를 연결해 나가는 작가의 문장은 여전히 따뜻하고 큰 울림을 준다.
우리가 상처로부터 놓여나는 과정에 대해서 미치 앨봄은 특별한 전문가다. 과정은 대체로 네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하나, 상처에 슬픔만이 아니라 다른 이면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것. 둘, 나의 상처는 나로부터 끝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이의 상처와 이어져 특별한 '우리'가 되는 고리이기도 하다는 것. 셋, 상처 앞에 작았던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불현듯 그 상처가 나보다 많이 작음을 알게 되는 것. 넷, 세상, 우주, 하느님, 또는 다른 종교, 철학, 사상 그 무엇이든 이 세계가 '나' 보다 한없이 더 넓고, '나'라는 건 이 넓은 세상의 아주 작은 일부여서 그 작은 일부가 가진 아무리 커다란 흠이라도 세계의 넓은 품 안에 안겨 마침내 평온할 수 있다는 것.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여주인공 이지안이 이름대로 평안에 이르기를 응원하였던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주인공 '애니'의 평안도 역시 응원하게 될 것이다. 책의 전반부는 애니의 시련에 대한 이야기여서 읽는 동안 마음이 흔들렸다. 흔들림이 커졌을 땐 책을 덮고 잠시 쉬기도 했는데, 그건 좋아하는 사람이 즐겁기를 바라는 아마도 세상 모든 이들의 공통된 바람 때문이었을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선량한 독자의 오랜 기다림은 마침내 결실을 맺는다. 미치 앨봄이 건네는 따뜻한 위로는 대해(大海)로 둘러싸인 작은 섬 하나를 떠올리게 한다. 슬픔이라는 대해 위에 환상이 아닌 작은 섬 하나가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섬은 무인도가 아니다.
p.s 이 소설의 서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미 천국을 밝히고 있는
우리 인생의 공주님 치카에게,
또 치카를 보살펴주고
우리 영혼에 감동을 주는
천국의 모든 간호사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자녀가 없던 미치 앨봄 부부는 아이티공화국의 고아원에서 Chika라는 아이를 만납니다. 아이는 특이한 뇌종양이 있어,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데려왔으나 치료가 쉽지 않았고, 데려온지 2년, 치카의 나이 7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수많은 인터뷰에서 미치 앨봄은 그 2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했다고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