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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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다가옴을 느끼지만 여전히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 탓에 움츠렸던 어깨를 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볕을 온 몸으로 받고 있노라면 이제 정말 봄이 다가 왔음을, 아니 다가오고 있음을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마침내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향해 있는 새로운 문을 열고 나아가야 할 시간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라는 것도 알게 된다.

 

10년 만에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재출간 된 신경숙의 단편소설집 《종소리(2012.12.20. 문학동네)》를 읽는 내내 나를 괴롭힌 것은 ‘나의 시간’에 관한 생각들이었다. 지금껏 나는 고여 있는 물처럼 살아왔다는 자책감, 변화에 대한 갈망을 애써 회피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괴로웠다. 무채색에 가까운 신경숙의 문체는 무기력한 나 자신의 모습을 여과 없이 비추는 거울 같다고 느꼈고, 소설 속에서 만나게 된 인물들의 쓸쓸함은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아 섬뜩했다.

 

하지만 《종소리》가 이해하기 힘든 난해한 작품이거나, 읽어 내려가기조차 힘든 고난도의 지식이 필요한 작품이란 의미는 아니다. 작가의 바람대로 읽으면 읽을수록 모호해지기만 할 뿐. 나는 단지 작품 속에서 벽에 부딪쳐 힘겨운 내 모습과 닮은 인물들과 마주쳐 당황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깨닫고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세상이치와도 같이 소설 속에서도 그리고 나의 고민도 미래의 어느 순간, 모두 괜찮아 질까.

 

신경숙 작가의 작품은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이번에 읽은 《종소리》가 두 번째다. 지금 책꽂이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 중 눈에 들어오는 한 권은 신경숙 작가의 <외딴방>인데, 멀지 않아 어쩌면 내게 신경숙 작가는 다가가기 어려운 존재로 여겨질 지도 모르겠다. 아니, 당분간 신경숙 작가의 작품은 미루어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깊은 쓸쓸함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밝은 이야기가 내게 필요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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