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 1881 함께 읽는 교양 6
토머스 캐스카트 지음, 윤인숙 옮김 / 함께읽는책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죽음을 자각하게 된 시기는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바로 그 때부터다.  물론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도 죽음을 본 적은 있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모셨던 국장님께서 퇴직 후 갑자기 암으로 돌아가셔서 많이 울었던 기억도 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죽음이란 건 나와 우리 가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만 겪는 ‘슬픈 일’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우리 가족은 영원히 이대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외할머니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그리고 덜컥 겁이 났다.  외할머니께서 나를 두고 멀리 떠나셨듯이 부모님 그리고 다른 가족들도 언젠가는 모두 떠나버리고 나만 홀로 남게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그럼 난 어떻게 살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탄생과 죽음을 비교할 때 밝고 긍정적 이미지인 탄생과 달리 죽음은 어둡고 부정적이다.  인간이 죽음에서 느끼는 두렵고 불안한 마음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여기 죽음이란 무거운 주제를 두고서 유쾌한 수다를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있다.  《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2010.8.9. 함께읽는책)》의 저자 토머스와 대니얼이다.




위에서 나는 수다라는 표현을 썼지만 토머스와 대니얼의 대화를 모두 이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다란 모름지기 가볍고 편한 주제를 앞에 놓고 영양가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게 제 맛인데, 토머스와 대니얼의 대화 주제는 무겁기로 치면 세상에서 따라올 게 없는 『죽음』이니 말이다.  술렁술렁 책장은 잘도 넘어가지만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역시 『죽음』이란 놈은 어렵다.  하지만 외계인이나 알아들을 수 있는 암호로 쓰여 진 책은 아니니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대화는 아니다. 




《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는 키르케고르, 하이데거, 쇼펜하우어, 니체, 카뮈, 사르트르 같은 철학자를 등장시켜 삶과 죽음 그리고 사후 세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철학자들에게도 『죽음』은 어려운 주제였나 보다.  그들이 머리를 감싸 안으며 고민한 흔적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인 두 저자의 특징으로 시종일관 밝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앞으로 닥칠 죽을 운명이란 것이 두렵거나 당혹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정신없이 왁자지껄한 잔치처럼 느껴지는 내가 나도 이상할 정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는 게 당연한 이치인데 이를 두고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고, 당혹스러워한다는 자체가 어찌 보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작’ 죽음이란 것 때문에 현재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다짐한다.  죽음이 두려운가.  《시끌벅적한 철학자들 죽음을 요리하다》를 읽으면 생각이 변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