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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다. 책상 앞에 쌓여 있는 서류들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순간순간 회사 밖으로 뛰쳐나가고픈 충동이 인다. 봄이란 계절은 들썩이는 엉덩이와 마음을 가라앉히기는커녕 더 방방 뛰게 만든다. 그러나 회사에 매여 있는 처지이기에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란 사실 어려운 형편이다. 이럴 때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책읽기다. 재미있는 소설도 좋지만, 그 중에서도 여행에세이를 선택해서 며칠이고 계속 들춰보다보면 마음이 달래진다.
도서관에 가서 빌린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를 읽은 후 다시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2008.2.15. 예담)》를 빌려와서 읽었다. 이전 책은 저자가 유학생으로 살았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이 책은 여행을 끝내고 귀국길에 오르면서 그동안 외국을 돌아다니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글과 사진, 그림에 담은 것이다. 저자의 책은 특이한 점이 있는데 - 이 점이 내가 저자의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 바로 책에 저자가 직접 그린 멋있는 그림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저자가 그린 그림은 사진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외국의 멋진 풍광이나 유명한 건물들을 찍은 사진을 볼 때 마음이 흔들린 경험이 있으리라. 책에 담긴 그림은 사진에 못지않은 감흥을 느끼게 한다. 이전 책보다 더 많은 그림이 담겨있어서 눈이 많이 즐거웠다.
이 책은 궁금증을 일게 만든다. 자정까지 문을 여는 서점에서 밤까지 서성거리는 기분은 어떤 걸까 궁금해지고, 도시가 물에 잠기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베네치아가 궁금해지고, 언젠가 CF에서도 등장했던 산토리니의 하얀 집 옥상에서 말린 옷을 입는 기분은 어떨까 궁금해지고, 모든 게 궁금한 것투성이다. 저자의 경험이 부러워지는 순간이다.
봄과 여름 사이, 여행에세이로 붕 떠있는 마음을 가라앉히려했던 내 노력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나 보다. 다시 밖으로의 외출이 귀찮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에세이의 매력에서는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할 것만 같다. 다음에는 어떤 책으로 여행을 떠날까,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