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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의 살림집 - 근대 이후 서민들의 살림집 이야기
노익상 / 청어람미디어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가난한 이의 살림집(2010.1.20. 청어람미디어)》은 「근대 이후 서민들의 살림집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이다. 가난한 이의 살림집이나 서민들의 살림집이란 정확하게 어떤 형태를 의미하는지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없었기 때문에 철없게도 지금은 볼 수 없는 과거의 풍광을 보여주겠거니 짐작했었다. 이미 사라져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풍광들 말이다. 그런데 이건 충격에 가까웠다. 과거의 시간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나 드라마에서 혹은 언젠가 여행을 하면서 지나쳤던 어느 장소에서 무심코 보아 넘겼던 집과 주거환경들이 책 속에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그 안에서 살아가는 피민들의 애환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였기 때문이다.
길가에 들어서 있는 ‘외주물집’은 마당이 없고 길 밖에서 집안이 들여다보이는 보잘 것 없는 집을 말한다(p29). 외주물집이란 단어가 내게는 생소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지금도 걷다보면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집의 형태란 걸 알았다. 운동 삼아 걸으면서 눈에 띄는 외주물집들을 보면서 단순하게 여름에는 창문도 열어놓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외주물집의 환경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가 그리고 공간 속으로 들어갈 수 없이 길가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니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민가를 찾기 어려운 깊은 산골에 살림을 차린 ‘외딴집’과 전통 마을과 터무니없는 거리를 두고 지은(p60) ‘독가촌’ 그리고 외주물집과 비슷한 ‘차부집’, ‘여인숙’ 등 1970년대부터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까지 몸과 마음이 고달팠을 서민들의 진한 외로움과 고독함을 전해준다. 가장 많이 안타까웠던 부분은 정신질환과 각종 질병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는 ‘막살이집’이었다. 막살이집에는 가스중독이나 추위, 밖에 만들어 놓은 목욕시설 등 인간이라면 최소한으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의 요건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미로처럼 얼기설기 얽혀있거나 붕괴 위험이 있는 위치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이 전해오는 듯했다.
이 책은 저자가 10여 년에 걸친 취재기간과 5년의 집필 과정을 거쳐 탄생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그 긴 세월동안 가슴에 담아두었을 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눈물이 책 속 가득 녹아있다. 《가난한 이들의 살림집》은 고민이나 불평, 불만 따위를 사라지게 만든다. 현실에 만족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이 책을 추천하는 내 손이 숙연해진다.